기획 > 삼십칠존 이야기

삼십칠존이야기- 8.법바라밀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결같지 않다. 봄철에 피어나는 하얀 목련을 바라보면서 누군가는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맑고 정갈한 꽃이라 하면서 기뻐하기도 하며, 또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등 여러 가지의 인식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각 개인의 받아들임은 현저한 차이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붉은 장미를 보고서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 기억이 붉은 장미를 볼 때마다 떠올라 장미가 특별히 아름다운 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미가시에 찔려서 아파본 사람은 장미를 볼 때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장미의 아름다움에는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보는 것만이 아니다. 김치와 같이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감각은 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이렇듯 시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에는 내가 들어가 있다. 내가 본다거나 내가 듣는다, 내가 ...
2018-05-18 09:32:32
삼십칠존 이야기- 7.보바라밀
불교경전에서 자주 보이는 마니라는 용어는 산스끄리뜨 mani의 음역으로 보배구슬의 총칭이다. 마니가 중국인들에게 낯설기 때문에 여기에다 보주라는 한자가 혼합된 것이 마니보주이니 이 두 낱말은 같은 보배라는 뜻이다. 이 구슬은 용왕의 뇌 속에서 나온 것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마니에는 불행, 재난을 없애고 혼탁한 물을 맑히는 등의 덕이 있다고 한다. 특히 생각대로 진귀한 보물을 낸다고 하는 보배구슬을 여의보주, 또는 여의주라 하며, 이것을 마니보주라 하기도 한다. 여의보주는 그것을 지니는 사람의 모든 소망을 이루어 준다는 보배구슬로서 보통 지장보살과 용이 지니는 지물로서 불상이나 불화 등에 등장한다.그런데 보배라고 하면 불교의 이미지와 먼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출가자는 돈이나 보배를 저축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행하는 데에 장애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고, 실제로는 모든 불보살과 법이 숭고하고 존귀함을 형용하는 데에는 언제나...
2018-04-30 09:26:00
삼십칠존이야기- 6.금강바라밀
거울이란 참 편리한 물건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거울을 보며 또는 반대편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거울을 보기도 한다.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진도 있으나 사진이란 지나간 나의 모습이므로 현재의 내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거울이 반드시 필요하다. 눈은 모든 것을 보지만 거울을 통하지 않고서는 눈이 눈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모습을 볼 재간이 없다. 우리는 거울 속에서 나의 시선과 반대방향으로 되비추어주는 영상을 보면서 그 거울 속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시선을 반대방향으로 돌릴 때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다. 반대로 향하는 시선이 자신을 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울을 볼 때 외에는 자신에게 향해지는 반대로 향하는 시선은 따로 없는 것일까?다른 이들이 나를 볼 때에 그 시선은 나의 방향과는 정반대이다. 알고보니 내가 마주치는 모든 존재들은 나의 시선과 마주치는 방향에 있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집에서 키우는...
2018-04-16 09:45:26
삼십칠존이야기- 5.불공성취여래(不空成就如來)
어떠한 일이 지나고 나면 대개의 사람은 지나온 일을 돌이켜보며 기대한 바에 얼마나 충족되었는가를 알게 된다. 그의 돌이킴 속에는 과거의 노력에 대한 자부심 못지않게 반성이나 후회가 따라온다. 혹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일을 성취하지 못하여서 그에 들어간 노력은 정말 쓸모없는 헛된 일이었다”고. 이런 생각이 들게 되면 쓸데없이 낭비한 노력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는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자각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과 달리 우리는 어떠한 일에 맞닥뜨릴 때 이것을 성취할 수 있을지, 또 실패하여 헛된 일이 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거듭 실패를 반복하는 가운데 지혜가 생겨나서 점점 그 실패의 횟수가 줄어들지언정 완전한 성취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정말 완전한 성취는 어려운 것인가! 우리는 이 방면의 지혜를 금강계오불 가운데 ‘불공성취여래’에게서 구해보기로 하자. 불공성취는 ‘아모가싣디(Amogha-siddhi)’라 음역하고 ‘불공대모니’라...
2018-03-30 09:46:27
삼십칠존이야기-3.보생여래
요즈음 같이 오랫동안 불경기에 시달리다 보면 누군가 우리에게 재물을 듬뿍 가져다주는 꿈이라도 꾸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다양한 성격을 지닌 금강계 삼십칠존 가운데 재보의 성격을 지닌 부처님이 계시다. 바로 보생여래로서 온갖 보배를 쏟아내는 마니보처럼 무한한 복덕으로 가난에 허덕이는 일체중생의 갈망을 성취시키신다. 보생여래는 대일여래의 평등성지를 담당하며 금강보·금강광·금강당·금강소의 네 보살을 거느리고 일체 재물과 보배를 맡아 중생들에게 평등한 가르침을 펴는 여래이다. 이렇듯 보배를 생겨나게 한다는 의미로 보생여래(Ratna-saṃbhava-tathāgata)라 하는데, 또는 마니주를 높은 장대에 매달아 보는 이로 하여금 바라는 바를 성취케 한다는 보배깃발의 부처님, 즉 보당불이라고도 하며, 보배와 같은 훌륭한 모습의 부처님으로 보상불, 또는 보배와 같이 뛰어난 부처님이라는 뜻의 보승여래 등으로 호칭된다. 공통되는 점은 마니보배가 상징하는 최고의 복덕과 공덕으로써 모든 중생들...
2018-02-26 09:45:08
삼십칠존이야기-2.아축여래(阿閦如來)
아축여래(阿閦如來, Akṣobhya-tathāgata)는 보리심이 금강과 같이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부동불이라 하며, 무동불(無動佛)·무노불(無怒佛)·무진에(無瞋恚)라고도 한다. 정토사상을 설하는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아축불국경’ 2권에서 다음과 같은 아축여래의 기술을 볼 수 있다.동방으로 천 개나 되는 불국토를 지나 아비라제라는 이름의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의 부처는 ‘집착하는 바 없이 바르고 평등하게 깨달으신 대목여래(大目如來)’라 하였다. 모든 보살을 위해 육바라밀에 관한 설법을 할 때 한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맞잡고 대목여래께 여쭈었다. “오직 바라옵나니 귀하신 분 가운데 귀하신 분이시여.······저는 지금부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자 하여 성냄과 음욕 등을 끊어 정각을 성취할 때까지 정진하겠나이다.······” 그 비구는 대서원을 세운 다음 오랜 겁 동안 정진하여 성도한 뒤, 불가...
2018-01-29 09:34:36
삼십칠존이야기-1.비로자나여래
법신불 비로자나(毘盧遮那)라고 하면 우선 '화엄경'을 떠올릴 수 있다. 비로자나는 '화엄경'의 교주로서 이 경에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초기불교의 '잡아함경'에서도 비로자나의 명칭이 등장한다. 구나발타라역 '잡아함경'권22에는 ‘지금 비로자나가 청정한 광명을 드러낸다’고 하고 이 비로자나는 아수라의 왕인 라후라로 나와 있다. 그리고 '잡아함경'권40에는 ‘비로자나의 아들 파치아수라왕이 몸에서 온갖 광명을 기수급고독원에 널리 비추고 비로자나아수라왕이 게송으로 부처께 사뢴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부처로서의 비로자나가 아니라 여러 천신 가운데 하나로 보여지고 있다.또한 바이로차나가 광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태양으로 상징되는 고대의 태양신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힌두교에서 태양신의 아들을 비로자나신(神)이라 한다. 바이로차나는 태양의 광명이 두루 비추는 점으로부터 태양 자체의 이름의 하나가 된 것이지만, 원래 빛나는 것으로서 불을 가리키기...
2017-12-14 09:5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