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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8-정진하다
숲속에 여우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여우는 사자와 호랑이를 따라다니며 그들이 남긴 고깃덩이를 얻어먹으며 살아갔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여우는 그만 고깃덩이를 얻어먹을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깊은 밤, 마을로 들어갔고 몰래 민가로 숨어들어가서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지요. 여우는 그만 지쳐서 으슥한 곳을 찾아 잠시 쉬려다 잠들고 말았습니다.어느 사이 밤은 지났고, 여우는 인기척에 놀라 화들짝 깨어났습니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이어서 들키지 않고 마을을 몰래 빠져나가기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자칫 잡혀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지요. 그렇다고 그냥 머물러 있자니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역시나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습니다. 여우는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옴쭉달싹도 하지 못하고 말았지요.‘아, 모르겠다. 그냥 죽은 척 땅에 쓰러져 있자.’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여우를 발견하고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2022-03-29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7-도망치다
어떤 나라의 왕이 독사가 네 마리나 들어 있는 상자 하나를 신하에게 주었습니다. “이 독사들을 지극한 애정을 담아서 잘 길러라. 늘 먹이를 주고 그대가 앉거나 눕거나 몸을 일으킬 때에도 독사를 쓰다듬어주어라. 만일 이 중에 한 마리라도 성을 내게 하면 왕의 명으로 그대 목을 칠 것이다.” 어명이지만 독사를 보살필 자신이 없었던 신하는 상자를 내팽개치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왕은 즉시 사형수의 목을 베는 망나니 다섯 명에게 그를 쫓아가서 칼로 목을 베라고 명했습니다. 신하는 망나니들이 뒤쫓아 오자 젖 먹던 힘을 다해 더 멀리 달아났고 그를 쫒던 망나니들은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저 놈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칼은 숨기고 다른 사람을 보내서 그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굴어 안심시킨 뒤 데려오는 게 낫겠다.’ 하지만 신하는 망나니들의 꾀에 속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주 깊이 몸을 숨기려 하였지요. 간신히 외딴 마...
2022-02-25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6-기쁘다
경전을 읽다보면 새삼스럽게 휘둥그레 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니, 이런 구절이 있었단 말이야? 지난번에 읽을 때는 왜 이 문장을 보지 못했지?’ 금요일 경전 읽는 모임에서도 그랬습니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게 분명합니다. 혼자 알고 있기에 너무 아까워서 소개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소개하려면 소를 치는 목동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목동에게 왜 소를 치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그야 소를 건강하게 키워서 신선한 우유도 얻고, 소떼가 불어나기를 원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목적이 분명하게 서 있는 목동이라면 이제 스스로도 자질을 키워야 합니다. 그저 막대기만 휘두르고 소리만 질러서는 안 됩니다. 소떼를 잘 돌보고 그 수를 늘리려면 목동이 갖춰야 하는 자질에 열한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목동은 자기가 치는 소떼가 모두 ...
2022-01-27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5-세속 일을 내려놓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조용한 숲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그곳으로 초로의 신사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당시 부유한 사람들만이 들고 다녔던 양산을 펼쳐 들었고 아주 단정한 옷차림에 고급 신발까지 멋지게 갖춰 신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포탈리야입니다. 그 시간에 한가하게 숲을 거닌다는 것은 그가 세속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지요.포탈리야 장자와 부처님은 정중하게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부처님은 가까운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자, 장자여. 이곳에 앉으시지요.”그런데 포탈리야 장자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습니다.‘아니, 지금 나를 가리켜서 장자라고 불렀단 말이지.’장자라는 말은 가정을 가진 남자라는 뜻이고, 이 말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들여야 하며 온갖 세속 잡일에 온정신을 쏟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여전히 세속 일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덕이는 ‘범부중생’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봐도...
2021-11-30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4- 평등하게 대하다
인도 바이샬리 성에 살고 있는 선덕은 큰 부자입니다. 그는 때때로 창고를 활짝 열어 사람들에게 보시를 했습니다. 어느 날, 선덕이 7일 동안 아주 대대적인 보시행사를 열어 숱한 사람들에게 재물을 베풀던 중이었습니다. 유마거사가 찾아와서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위대한 보시행사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법을 베풀어야 하거늘 어찌 재물을 베푸는 자리가 되었습니까?” 자신의 보시행을 칭찬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지적을 당한 선덕은 황망하였지만 용기를 내어 ‘법을 베푼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유마거사는 대답했습니다. “법을 베푸는 모임이란 앞뒤의 순서를 두지 않고 한 번에 모든 생명체에게 공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사람들을 순서지웁니다. 누구는 귀한 분이니까 앞으로 모시고, 누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니까 줄 뒤로 내몰지요. 귀한 분은 먼저 대접하고 그보다 못한 사람은 좀 나중으로 미...
2021-10-27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3-유언을 남기다
이른 아침,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청년 한 사람이 목욕재계하고는 온몸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동서남북과 상하 여섯 방향을 향해 경건하게 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청년 이름은 싱갈라카. 그는 어마어마한 대부호로 경전 주석서에 따르면 그는 부모 재산 4억금을 물려받았다는데, 그게 요즘으로 치자면 얼마나 되는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입이 딱 벌어지게 큰 재산을 지녔다고 짐작할 뿐입니다. 그렇게 큰 재산을 지녔으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성문 밖에서 여섯 방향을 향해 경건히 절을 올리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라자가하성으로 아침 탁발을 나선 부처님이 그를 발견했습니다. 부처님은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지금 무얼 하고 있습니까?” 청년은 기도하던 손을 풀고서 대답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남긴 유언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이렇게 성문 밖에서 목욕재계하고 온갖 방향을...
2021-09-28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2. 사람을 평가하다
“세상 사람들이 그대와 같다면 평생 술을 마신들 무슨 죄가 되겠습니까. 이렇게 행동하면 복이 생길지언정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술을 마시고도 나쁜 업을 일으키지 않고 기꺼운 마음 때문에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면 이 착한 마음을 인연으로 즐거운 과보를 받을 것입니다. 그대가 다섯 가지 계를 지니는데 무슨 해로움이 있겠습니까? 술을 마시면서 계율을 생각하면 그 복이 더하리니, 우선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니고 이어서 열 가지 선업을 지키겠노라 다짐한다면 그 공덕은 열 가지 선업의 갑절이 될 것입니다.”(『불설미증유인연경』)부처님이 코살라국의 기타태자에게 들려주는 말입니다. 벗들과 술 한 잔 나누는 즐거움을 양보할 수 없어서 불음주계가 들어 있는 오계를 받지 않겠다는 기타 태자를 이렇게 격려하고 있습니다. 경전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권고가 나옵니다.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기타 태자는 술을 끊지 못했으니 가장 기본적인 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이 수행을 한...
2021-08-27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71-운동하다(2)
경전을 읽어보면 부처님의 하루 일과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날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시면 가장 먼저 마을로 탁발을 하러 가셨지요. 대체로 절은 민가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세상의 소음에 뒤섞이니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너무 멀면 날마다 탁발을 하러 나가야 하는 수행승으로서는 마을로 가서 탁발하느라 하루를 헛되이 다 써버리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날마다 하루 한 끼 식사를 위해 마을로 걸어 들어가셨고 다시 걸어서 돌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왕복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부처님이 어느 곳에 머무느냐에 따라 거리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부처님이 일생에서 가장 많이 머무셨다는 기원정사의 경우 사밧띠 성 남쪽에서 5~6리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5~6리는 2~2.4㎞ 됩니다. 마을에서 탁발을 마친 뒤 다시 승원으로 돌아오셨으니 그렇다면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무시는 동안 거의 날마다 왕복 4~5㎞...
2021-07-29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0-운동하다(1)
사람들은 불교를 마음의 종교라고 말합니다. 마음 하나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혹은 마음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하게 간파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은 철저하게 중생으로서 살아가거나 혹은 도인이 되어 대도무문의 해탈대로를 활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공부시킨다는 뜻이지요. 마음이 바깥 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중심 잡도록 훈련시키되,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목석과 같아져서 피도 눈물도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사랑과 연민을 한없이 뿜어내면서도 세상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것, 그렇게 자꾸만 마음을 훈련시키는 것이 마음공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마음이 저 혼자 있을 수 없습니다. 몸이라는 그릇에 담겨야 마음도 마음노릇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중요한 만큼 몸도 중요합니다. 마음은 영원한 이팔청춘이라지만 몸은 시시각각, 아...
2021-06-22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9-은혜를 갚다
어머니. 저는 당신의 아들, 당신은 제 어머니입니다. 오래 전 인적 드문 곳에 저를 버리신 어머니. 남몰래 내다버린 뒤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버렸고, 저는 몸에 두르고 있던 옷가지마저 다 사라져 버리고 발가벗겨진 채로 한데에서 하루 또 하루를 지내야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무슨 사연이 있어 저를 버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무도 보살피지 않는 빈터에서 하늘을 이불 삼아 땅을 요 삼아 저는 그렇게 누워서 지냈습니다.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한적한 곳을 오가는 이리와 여우, 들개들이 저를 찾아왔고, 제 몸을 핥아주면서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빈 터에 아이가 버려졌는데 야생동물들이 그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지요. 사람들은 제 딱한 모습에 혀를 차며 안쓰럽게 여기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다들 편안한 표정으로 저를 들여다보고는 떠나갔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저는 ...
2021-05-25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8-부모에게서 독립하다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서 온 세상이 꽃대궐입니다. 이맘때면 칼루다이 스님의 시가 생각납니다.“온 세상이 화려한 꽃으로 뒤덮이고 꽃향기가 진동하고 있는 이때, 세존이시여, 고향으로 가시기에 참 좋은 때입니다. 온갖 동물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초록빛 잎새들이 반짝이며, 사방에서 날아온 수많은 새들이 저마다 달콤하게 지저귀며 짝을 지어 날아오르는 이때, 세존이시여, 고향으로 가시기에 참 좋은 때입니다.”칼루다이 스님은 아름다운 계절을 찬미하는 60편의 시를 읊으며 성불하신 지 2년째인 세존께 귀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간절한 요청에 부처님 마음도 움직였을까요? 승단의 스님 2천 명을 거느리고 부처님은 고향 카필라바스투로 향하기로 합니다. 부처님 세속 나이 37세 때의 일입니다. 마가다국의 죽림정사를 떠나 고향인 카필라바스투까지 대략 60요자나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이 숫자는 ‘하루에 1요자나씩 걸어서 60일에 걸쳐 고향으로 향하겠다’는 부처님 말씀에 근거하고 있지요. 서두르면 60...
2021-04-09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7-자리다툼을 벌리다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85세 어머니가 뇌경색을 일으켰는데 아주 가벼운 증세였고, 제때 발견해서 응급실로 모셨으니까요.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던지 모릅니다. 이후 재활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운동이며 마사지, 전기자극치료와 함께 손으로 하는 작업치료를 이어갔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오후 작업치료를 받으려고 치료실로 들어가서 지정된 자리에 어머니 휠체어를 밀어 넣고서 고정시키는 순간 “여긴 우리 자리예요. 비켜요.”라며 누군가가 휠체어를 들이밀었습니다. 간병인 한 사람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를 그 자리에 앉히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전에도 이 자리에 앉아서 치료를 받았고, 일정표에도 어머니의 전용좌석으로 명기되어 있었지요. 나는 우리 일정표를 보여주며 우리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 간병인은 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키라며 소리쳤습니다.“아녜요. 여긴 원래 우리 자리예요.”막무가내로 내 어머니 휠체어를 자기 환자 휠체어로 자...
2021-03-23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6-패를 쥐다
“죽으면 그만이야. 다음 생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누가 알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또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내게 묻기도 합니다.“이번 생이 끝나면 정말 또 다른 삶이 펼쳐지나요? 지옥이나 천국이 있나요?”불교가 종교인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죽음 이후의 일을 다룬다는 점도 그 까닭 중 하나입니다. 윤리나 철학은 이승에서의 삶을 다루지만 종교는 다음 생, 죽음 이후의 일까지도 언급합니다. 그런데 아직 마음공부가 무르익지 않은 저로서는 다음 생이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경전 속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며 에둘러 대답하곤 하는데 다음 생 또는 지옥이나 천상과 같은 세계를 궁금해 하는 분들께 언제나 나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걸 왜 물으시는 겁니까?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다음 세상이 있거나 말거나 지금 이 생을 열심히 노력하고 착하게 살면 되는데 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요. 제게 질문을 한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아니,...
2021-03-08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5-의지하다
사람이 죽어 나간 적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를 구해오라는 부처님의 명을 받은 키사 고타미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저 역시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고 여러 매체에서 칼럼으로 쓰기도 하고 강의에도 수없이 풀어놓았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빤한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법이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겪으면서 새삼 음미하게 된 키사 고타미 이야기가 진정 제게 새로운 일깨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와 함께 키사 고타미와 부처님의 대화를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키사 고타미는 코살라국의 슈라바스티성(사위성)에 살고 있는 여성입니다. 키사라는 말은 야위다, 말랐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서 이 여인이 아주 깡마른 몸매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타마 붓다, 즉 우리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카필라성의 마야부인에게서 태어날 때 ...
2021-02-16
가만히 바라보는 경전 64. 공을 들이다
늘 조용히 부처님 곁을 지키는 시자 아난이 어느 날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왕가에서 탄생하시고, 출가하여 고행하시긴 했지만, 보리수 아래에서 성불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지금까지 지내오신 삶을 보면 성불하시기까지 그리 힘든 일은 없는 듯합니다. 아주 쉽게 물 흐르듯 그렇게 부처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 아난 존자의 성품으로 봐서 이런 말씀을 부처님에게 드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이 워낙 덤덤하게 평화롭게 지내시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부처님은 제자에게 답하셨습니다. “아난이여, 내 이야기를 들어보아라. 옛날에 크게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라 밖으로 다니며 무역을 해서 재산을 아주 많이 모은 사람이어서 이 사람의 보물창고에는 없는 보물이 없었다. 딱 한 가지 보물만 빼고.” “그 정도로 큰 부자인데 어떤 보물이 없었을까요?” “붉은 진주인데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