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여섯 번째 인물
인도 아잔타 석굴에 모셔진 부처님 열반상(사진:김용섭) 부처님 생애에서 가장 뜻깊은 공양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고행을 그만두고 보리수 아래에 자리 잡은 보살이셨을 때 수자타가 올린 공양입니다. 수자타의 음식은 한 인간이 인간을 넘어선, 가장 완벽한 존재로 거듭 태어나는 데에 다시 없이 귀중한 양식이 되었습니다.둘째는 부처님이 윤회의 삶을 완전히 마치고 지상에서 그 존재를 완벽하게 거두는 반열반을 앞두었을 때 마지막으로 드셨던 대장장이 아들 춘다가 올린 공양입니다. 인간의 음식으로는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80세 노인인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년을 훌쩍 넘긴 아난다 존자를 시자로 거느리고 당신의 마지막 반열반 자리를 향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다 들른 어느 망고나무 숲, 그 숲의 소유주는 춘다(Cunda)였습니다. 춘다는 오래전에 부처님을 뵙고 믿음을 일으킨 뒤에 이 숲에 승원을 지어서 부처님과 승가에 바쳤습니다. 바로 그곳에 부처님이...
2024-02-27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다섯 번째 인물
스리랑카 담불라 동굴 사원의 벽화(사진 김용섭) 아침 탁발 길은 부처님이 세상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시간입니다. 그날도 아난 존자와 함께 걸식하러 사위성에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성 입구 한쪽 귀퉁이에 추레한 모습의 할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너무나 딱한 처지인지라 인정 많은 아난 존자는 부처님에게 말했습니다.“저 할머니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부처님, 저 할머니에게 가셔서 행복해지는 말씀 한 마디 들려주지 않으시겠습니까?”부처님은 할머니를 바라보다 말했습니다.“이 사람은 인연이 없구나.”아난 존자는 계속 청했습니다.“그저 다가가시기만 해주십시오. 그러면 저 할머니는 부처님의 모습에서 뿜어나오는 밝고 따뜻한 기운에 마음이 가벼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부처님을 향해 기쁜 마음을 일으키면 그게 부처님과 인연을 시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제자의 간곡한 청에 부처님은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부처님이 다가가자 할머니...
2024-01-29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네 번째 인물
인도네시아 보로부드르에서 만난 부처님 둥근 탑 속에서 아침해를 맞이하고 계시다.<사진 김용섭> 열여섯 살 소녀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요? 학교 공부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그 밖의 시간이면 친구를 만나 맛있는 것 사 먹고, 외모에 신경 쓰고, 아이돌에 환호하고,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화제를 공유하며 하루를 정신없이 보낼 것입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인도땅 알라비 나라에 살고 있는 직조공 한 사람에게 열여섯 살 딸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아버지를 도우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부처님께서 법문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법문의 내용은 다름아닌 ‘죽음’이었지요.“사람들이여, 들어 보십시오. 삶이란 것은 참으로 불확실합니다. 반면에 죽음은 확실합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죽지 않을 사람 있습니까? 산다는 것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됩니다. 삶은 결정되어 있지 않지만 죽음은 결정되어 있습니다....
2023-12-27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세 번째 인물
코살라국 싸밧티(사위성)의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난 여인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해서 자식을 열 명 낳자 그 여인에게는 바후뿌띠까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자식이 아주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출가했습니다. 그녀 홀로 자식들을 길렀지만 재산이 넉넉했던 터라 큰 어려움은 없었지요.(일설에는 아들이 일곱, 딸이 일곱이고, 남편과는 사별했다고 합니다.)자식들이 장성하자 바후뿌띠까는 아들딸에게 골고루 재산을 나눠주었습니다. 자신 몫은 한 푼도 남겨놓지 않아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자식들이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돌아가면서 잘 모실 테니 아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이 말을 믿었기에 바후뿌띠까는 빈털터리인 자신의 미래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모든 재산을 다 나눠준 뒤에 약속대로 자식들 집을 차례로 다니며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늙은 어머니가 집을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이하지도 않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어서 가버렸으면...
2023-11-29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두 번째 인물
<사진 김용섭>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코살라국 사왓티에 위치한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는 곳에 자리한 아완띠에 아주 독실한 믿음을 지닌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소나입니다.(거문고비유를 들었던 소나와는 동명이인입니다.)소나는 재가자이면서도 마하깟짜나 존자에게 나아가 가르침을 들었고, 그의 시자로 살아가고 있었지요. 어느 날 소나가 조용한 곳에 홀로 앉아 참선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우리 스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다보면 재가에 살면서 완벽하고 깨끗한 소라고둥처럼 빛나는 청정한 수행(梵行)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머리와 수염을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집을 떠나 출가해야겠다.’소나는 스승인 마하깟짜나 존자에게 나아가서 자신의 생각을 고하고 청하였지요. “존자시여, 제가 출가하도록 해주십시오.”뜻밖에도 스승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청정한 수행이란 죽을 때까지 하루에 한 끼만...
2023-09-22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한번째 인물
보로부드르 부조에서. 왼쪽에 말을 탄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이 보인다. 말발굽 아래에 손을 내고 있는 신들의 모습.(사진 김용섭) 아버지와 아들이 만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고 특별할 일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살았다가 만났다면 축하할 일이요, 이제부터라도 자주 얼굴 보고 연락하며 잘 지내시라고 덕담을 보내면 될 일입니다.석가모니 부처님이 그 아버지인정반왕을 만난 경우는 조금 특이합니다. 왕의 아들이 의도적으로 석가족이라는 족보에서 스스로를 떼어냈기 때문입니다. 후세 사람들은 여전히 석가족 출신의 성자라는 뜻에서 ‘석가모니’라고 부르지만, 부처님은 스스로를 석가모니라 부르지 않고 여래라고 스스로를 가리킵니다. 이 말은 자신은 이제 석가족 사람이 아니라 붓다 가문 출신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싯다르타 태자는 29살이 되도록 왕궁 떠날 기회를 노렸습니다. 아버지 정반왕이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안락하고 호화롭고 쾌락에 젖은 왕자의 삶은 더 이상...
2023-08-30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번째 인물
보로부두르 부조 가운데 인과응보경의 내용. 술에 취해서 춤추고 치근거리는 사람들의 부조. 속세 사람들의 유흥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사진:김용섭) 깨달음을 이룬 직후 젊은 붓다가 우루벨라를 향해 길을 걷다가 길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그 숲에는 귀족 청년들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모두가 부인을 동반하고서 맛있는 음식과 질펀한 농담, 그리고 거침없는 쾌락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아내가 아닌 기녀와 함께 자리했는데 어느 순간 그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아무도 몰랐습니다. 모두가 즐겁게 웃고 떠들며 노느라 여념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순간 저들은 아찔해지고 말았습니다.“이것 좀 봐! 여기 풀어 놓았던 보석들이 하나도 없다!”“무조건 그 여자를 찾아야 한다. 다들 흩어져서 샅샅이 숲을 뒤져!”서른 명의 귀족 청년들과 그 아내들이 숲을 헤집고 다니느라 조용하던 숲이 아수라장이 ...
2023-08-08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아홉 번째 인물
스리랑카 시리기야 벽화 미인도. 꽃을 든 미인들의 모습이 마치 케마 왕비를 보는 듯 하다.<사진:김용섭> 인도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에게 케마라는 이름의 왕비가 있었습니다. 케마 왕비는 그 나라 최고의 미인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왕비의 미모를 칭송하는 소리가 늘 흘러나왔고, 어느 사이 그녀는 자기 미모에 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왕비가 유독 만나기 꺼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부처님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게도 부처님은 여느 사람들처럼 왕비의 미모를 찬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들으란 듯이 겉모습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속절없는 것인가 하는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늘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마음공부를 한 왕은 왕비도 그리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왕비는 자신의 미모를 인정해주지 않는 부처님에게 나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
2023-06-29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여덟 번째 인물
보로부드르의 사문유관 장면, 가운데 수레를 탄 싯다르타 태자 앞에병들어 야윈 사람이 몸을 구부린 채 앉아 있다.<사진:김용섭> 건장한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서 있습니다. 그 중간에 화려한 수레가 있고 수레 위에는 싯다르타 태자가 앉아 있습니다. 바로 뒤에는 시종이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려고 일산을 들고 서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서면 남쪽 부조에 새겨져 있는 사문유관의 한 장면입니다.튼튼하고 키 크고 다부진 몸매의 병사들이 부조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 자세히 부조를 들여다보면 왼쪽 끝에 누군가가 앉아 있습니다. 몸이 뒤틀려 있고 야위어서 볼품이 없어 보입니다. 표정은 정확히 읽히지 않지만 그 자세가 태자를 경배하는 것 같지 않고 또 편안해보이지도 않습니다. 건장한 병사들에 비해 그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성의 남쪽 문으로 유람을 나갔을 때 마주친 ‘병’의 실체입니다.초기경전인 <디가 니까야>(1...
2023-05-02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일곱 번째 인물
인도네시아 보로부드르 서면 남쪽 부조의 한 장면. 가운데에 수레를 타고 있는 태자의 모습이 있고 왼쪽 끝에 볼품없고 마른 노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사진 김용섭> 앞서 소개한 인물은 부처님이 만난 인연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부처님이 되기 이전 싯다르타 태자이던 시절, 태자가 만난 결정적인 인물을 소개하려 합니다.부처님 일생에서 사문유관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사문유관은 동남서북 사대문(四門)으로 나아가 세상을 유람(遊)하며 두루두루 관찰(觀)한다는 뜻이지요. 궁중 안에서 호화롭고 행복하게만 지내던 청년 싯다르타에게 삶은 내 맘대로 다 이뤄지고 온통 분홍빛이며 생기 넘치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이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던 한 사람(태자)에게 현실을 직면하고 인생의 실제 모습을 목격하는 사건이 찾아옵니다. 화려하고 풍요롭고 향락이 넘치는 궁중이 아닌 인간이 사는 거리에서 실존을 대면하게 된 것이지요.그 실존이란 바로 인생이란 늙고...
2023-02-27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여섯 번째 인물
세 명의 수도승 가운데 가장 앞의 인물이 우파카. 석가모니부처님에게 당신의 스승이 누구인가를 묻는 장면이다.(사진 김용섭)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합니다. 산다는 것이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의 연속이라 해도 좋습니다.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를 언제 만나느냐 일 것입니다.역사에서 첫 번째를 차지하는 인물은 주목받습니다. 불교역사에서도 똑같습니다. 누가 가장 먼저 부처님을 만나 제자가 되었을까 하는 이야기들은 우리의 흥미를 끕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부처님을, 그것도 막 성불하신 부처님에게서 그야말로 가장 ‘따끈따끈한’ 가르침을 가장 먼저 받을 행운을 눈앞에서 놓쳐버린 인물입니다. 바로 우파카(Upaka)가 그 주인공입니다.우파카는 아지와카(ājīvaka)교도입니다. 아지와카는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으니 그 범위 안에서 살아갈 뿐이라는 막칼리 고살라...
2023-01-31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다섯 번째 인물
인도 갠지스강에서 매일 일몰 때 거행되는 아르띠뿌자. 브라만 사제들이 신에게 불로써 예를 올리는 의식이다. 우루벨라 가섭이 경외시했던 불을 섬기던 사당과 불을 내뿜는 뱀은 아마 이와 같은 의식의 또다른 표현이 아닐까.<사진 김용섭>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신 뒤 전도선언을 하시며 부처님 당신은 우루벨라로 가시겠다고 말합니다. 우루벨라 가섭, 가야 가섭, 나제 가섭의 삼형제를 교화하기 위함입니다.가장 큰 형인 우루벨라 가섭은 나이가 많아서 120세, 둘째 형인 가야 가섭은 100세, 막내 나제 가섭은 80세라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에 이 정도 나이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입니다. 이 삼형제는 바라문 계급에다 수행도 뛰어났고 거느린 제자를 다 합치면 1천 명에 달했고,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올리는 공양물도 상당했지요. 거기에다 나이까지 들었으니 이들 가섭 삼형제를 뛰어넘을 자는 인도 땅에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2022-12-29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네 번째 인물
“내 아들 야사여, 네 어머니가 지금 몹시 슬퍼하고 있다. 네 어머니가 지금 비탄에 젖어 있다. 슬픔이 너무 깊고 커서 몸과 마음을 크게 해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네 어머니를 살려다오.”이른 새벽, 인적이 끊긴 숲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자 말했습니다. 아들 야사가 무슨 일을 했기에 그 어머니가 크게 상심했다는 것일까요?부처님 생애를 읽어보셨다면 성불하신 후 얼마 되지 않아 부잣집 청년 야사가 출가하는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야사는 온갖 쾌락을 누리며 지내고 있었지요. 워낙 부잣집이라서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바깥세상의 고단한 노동 따위는 야사 삶에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부모는 아들 야사가 세상의 근심을 알지 못하고 즐거움과 환락만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자식에게는 무엇을 해주어도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고 더, 더, 더 무엇인가를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마하박가』에...
2022-12-01
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세 번째 인물
보로부드르 부조. 마가다국 빔비사라왕과 베데히왕비가 부처님께 공양물을 올리고 있다.(사진 김용섭) 한 나라의 왕위를 놓고 부왕과 그 아들인 왕자가 벌이는 갈등은 새삼스럽지 않다. 권력의 정점인 그 자리는 언제든 주인이 뒤바뀔 운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다룬 빔비사라왕도 그 권력의 찬탈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빔비사라왕은 정비(正妃)인 베데히 왕비와의 사이에 아자타삿투라 불리는 아들 하나를 두었다. 아자타(Ajāta)는 ‘태어나기 전’이라는 뜻이고, 삿투(sattu)에는 ‘(아버지의) 적, 원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와 원한을 맺고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너무나 불길한 뜻이 담겨 있어, 실제로 그 이름으로 불렸을지 의문이 일 정도다.이 사연의 중심에는 그 어머니가 있다. 베데히 왕비는 임신하자 남편인 빔비사라왕의 오른팔에서 낸 피를 마시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일어났다. 남편의 몸에 상처를 내고 그 피를 마신다는 것도 끔찍한데 남편...
2022-10-05
왕좌의 쾌락을 권한 젊은 군주 -빔비사라왕
“한창 나이로서 매우 어여쁘고 단정하며 꽃빛을 즐길 때였으나 궁을 버리고 출가했다”라고 <불본행집경>은 갓 출가한 29세 고따마 싯닷타를 이렇게 그리고 있다.29년 동안 왕위 계승자로서 지내오면서 익혔던 위의는 그를 위엄 넘치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남성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어리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젊지만 안정된 탄탄한 29살 남자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뭇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리라. ‘꽃빛을 즐길 때’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카필라 성을 나와 온몸을 장식하고 있던 보석들을 다 떼버리고 낡고 허름한 옷을 입었어도 그가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았다.마가다국의 왕 빔비사라 역시 황홀한 청춘의 이 남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빔비사라왕은 고따마 싯닷타보다 대략 5살 정도 아래라고 하는데,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품었던 소망이 있었다.첫째는 젊어서 왕위에 오르는 일이요, 둘째는 자신의 국토에서 부처님이 출현하시는 일이요, 셋째는 자신...
20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