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4-09  |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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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서구 및 일본 지식체계에 맹목적 종속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 학계 현실에서 학자들이 주체도, 타자도, 전통도, 근대도 아닌 이상한 자세로 엉거주춤 서 있다며 여기에는 불교학도 예외가 아니라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서구의 연구 방법에 심취한 채 서구의 연구가 보여준 엄청난 위용과 결과를 예로 들고, 재빨리 그것을 받아들여야 함을 역설하지만, 실제로 수입되는 것은 그들의 후광일 뿐, 근대적 방법의 토착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맹공을 퍼붓는다. 오랜 세월 불교라는 종교를 둘러싸고 외국과 한국에서 일어났던 문화사적·정치적 사건들 또는 그에 따른 심리적 변화의 일면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우리 학계의 근대화 과정에 내포된 상당한 식민성을 밝힘으로써, 근대 불교학의 정체를 해명하고, 근대 한국에서 그것의 좌표를 짚고 있다. 제1장에서는 유럽의 불교학을 설명하기 전에, '전통적 불교학'과 '근대 불교학'이 전혀 다른 성격의 학문임을 밝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근대 불교학이 실질적으로 유입된 시기, 즉 불교학의 근대화를 종래의 의견과 달리 60년대 초반으로 후퇴시켰다. 제2장과 3장에서는 문헌의 수집과 편집에서 선점권을 누릴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불교학이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인 영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살펴 보면서 불교학의 규준이 되는 문헌학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근대 불교학의 탄생과 연구 원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럽의 불교학이 식민지 근대화를 통해 일본과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불교학의 문헌학적 방법을 모방한 일본과는 달리, 피상적인 근대화에 머물렀던 한국 불교학의 근대화 문제를 짚고 있다. 제5장에서는 근대 불교학의 특성과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식민지적 성격과 문제를 현재 한국을 중심으로 노출시켜 놓음으로써 식민주의는 식민통치 기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에서 지은이 심재관(강릉대학교 강사) 씨는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불교학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우리 불교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자각하고 "스스로가 식민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각성으로 더 많은 학인들이 자구책을 강구하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 속의 전통이 스스로 제모습을 드러내는 여유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심재관 지음/책세상/3,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