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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 속에 숨어있는 자비의 가르침

밀교신문   
입력 :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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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계율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과 입과 뜻으로 바르게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에 늘 집중하려고 했다. 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알고서 멀리하려고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평안한 삶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하려고 노력할수록 타인과 세상을 향해 점점 더 비판을 일삼으며 자꾸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보며 괴로웠다. 왜일까? 이렇게 살아가면 마음이 따뜻해져서 타인과 세상을 향해 너그러워지고 유연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계율에 대해 바르게 알고 깊게 사유해야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내가 꿈꾸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경전을 공부하였고,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었던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자 내 괴로움의 해답이 되는 지점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은 바로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애가 본질인 계율은 우레가 되고 자비로운 마음은 아름다운 큰 구름 되어 감로의 법의 비 내려 번뇌의 뜨거운 불꽃을 소멸하느니라.”이다.

 

계율을 잘 지키며 삶을 영위하는 그 본질은 바로 타인과 세상(동식물. 자연. 우주 전체)을 나와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한 몸임을 인식하고 그들과 함께 사랑으로 소통하기 위함임을 부처님은 말씀하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모든 존재에 대해 그들의 기쁨은 나의 기쁨이고, 그들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 되는 이 마음을 얻기 위함인 것이다.

 

오랜 세월 반복된 윤회의 삶에서 내 안에 새겨진 많은 인연은, 분리하고 조각내는 사고로 인해 연습 된 갈등. 혐오. 미움. 폭력 등의 이기적 삶의 방식들이다. 이를 정화하고 우주적 모든 존재와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세계를 조각내고 분리하여 보는 시선에서 모든 것은 서로 연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체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유를 전환해야만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건강해질 수 있음을 깊게 통찰하게 되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오랜 세월 윤회하면서 반복된 살생을 비롯한 여러 악업의 인연들이 내 안에 새겨져 있음을 느꼈고, 그로 인한 두려움이 계를 지키고 선을 지향하는 삶을 살게 했으며 더 나아가 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집착하게 했던 것이었다. 선은 좋은 것이고 선하지 않은 것은 나쁜 것-이분법으로 조각내는 사유로 인해 나와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 내 편으로 구분하며 사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간주하며 싫어하고 혐오하는 방식으로 살면서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했던가?

 

선을 지향하지 않고 악업을 행하며 사는 인연들은 사실 나를 비추어주는 나와 하나인 전체의 다른 모습일 뿐인데, 이들이 나의 안전장치를 위협하는 나와 분리된 채 조각나 있는 실체라고 생각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였던 것이었다.

 

결국은 조각난 세계관으로 인해 온 우주와 하나 되지 못하여 저지른 나의 악업을 정화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자, 공부법이 계를 지키며 선업을 짓는 일인 것이다. 모든 인연에 지은 악업을 정화하고 선업을 짓는 반복된 실천수행은 나와 일체중생을 분리하는 조각난 사유를 해체 시키고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전체를 보는 사유를 하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 지은 악업이 정화되어 괴로움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한다.

 

부처님은 나의 육신을 초월하고 국가와 지구, 우주를 초월해 전체의 무한함을 추구하라고 많은 가르침을 통해 말씀하고 계신다. 탄생도 소멸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선도 악도 없는 무한함을 말이다. 이것만이 고통(번뇌)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본인이 몸소 체험하시고 나에게도 그렇게 존재의 변신을 추구하라고 하신 것임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 나를 비롯한 모든 중생을 미래의 붓다가 될 불성을 가진 존재로 볼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의 눈을 가지고서 말. 행동. 생각을 진실로 바르게 하면 계를 따로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원성 전수/실상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