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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의 진정한 덕성 ‘더불어’

밀교신문   
입력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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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심인당 마당에 커다란 물통을 마련하여 연꽃을 심었었다. 그 아름다운 연꽃의 자태에 넋을 잃고 멍 때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느 보살님의 권유로 연꽃을 그려보자고 하여 민화를 접하게 되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마음공부의 일환으로 계속하여 민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민화란 신분의 구별 없이 백성들이 벽사진경(辟邪進慶-삿된 것을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함)’의 염원으로 그려왔던 소박한 화풍의 그림으로 그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다, 꽃과 새를 그린 그림, 종교적인 교훈을 담은 그림, 무병장수와 입신양명을 위해 그린 그림 혼례나 장례 등 소재와 주제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서책이나 화조(花鳥)도 좋지만 연꽃에 대한 마음이 깊어서인지 연꽃 그림이 가장 좋았다.

 

연꽃은 우리 불교의 대표적인 상징화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시어 사방으로 주행칠보(周行七步)하시는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올랐다는 탄생설화, 부처님께서 마하가섭에게 연꽃을 들어 보여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법을 전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 <본생담>의 연등불, <증일아함경>연못에 핀 연꽃은 진흙 속에 살면서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라는 부처님의 말씀 등 경전에서는 유독 연꽃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게다가 절에 모셔진 불상 대좌는 하나 같이 연꽃 모양이다.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을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기는 것이다.

 

연꽃에는 연꽃의 열 가지 덕성이 있다. 열 가지 모두가 연꽃의 생태를 사람의 덕성에 비유한 말들이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연꽃의 덕성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것이라면 사섭법(四攝法)’이 아닐까 한다.

 

연꽃은 불교 그중에서도 보살의 중생 사랑법을 상징한다. 잘 아시는 것처럼, 사섭법이란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고 함께하기 위하여 행하는 네 가지 기본 행위를 말하는데 ()’은 모든 중생이 한마음 한뜻이 된다는 뜻으로 순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더불어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섭법이란 모두에게 더불어행하는 법인 것이다. 그 네 가지 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시(布施) 더불어 베풀기이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재물이나 진리를 더불어 베푸는 것으로서 더불어 베풀었기 때문에 무주상(無住相) 보시가 되어 걸림이 없다.

 

둘째, 애어(愛語), ‘더불어칭찬하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듯이 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 칭찬하면, 거짓말이나 이간질, 남을 속이는 말,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악한 말이 끼어들 틈이 없게 된다.

 

셋째, 이행(利行), ‘더불어이롭()게 하는 것으로, 몸과 말과 생각으로 남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넷째, 동사(同事), ‘더불어 함께하기. 모든 사람과 일심동체가 되어 그들을 깨우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실천행이다.

 

사섭법이 고귀한 까닭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고르게 하기 때문이다. 네 가지로 세분하기는 했지만, 사섭법의 근본은 남을 이롭게 하여[이행(利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보시와 애어, 동사 모두 이행 안에 있으며 더불어 고르게 이익을 주는 것이 이행이면서 사섭법인 것이다.

교화 명령을 받고 어느 심인당으로 부임했을 때 한 보살님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전수님은 왜 불명(佛名)이 아닌 속명을 쓰는지 궁금해요.”

 

이행정(利行淨)’이라는 내 불명을 씨 성에 행정이라는 이름의 속명으로 여겼다. 내가 웃으면서 속명은 이러저러하고 불명이 이행정이라고 했더니, 겸연쩍어하면서도 불명의 뜻을 좀 알려달라고 했다.

 

차별하지 않고, 분별하지 않으며 남들에게 더불어 이익[()]을 행함[()]으로써 세상을 맑게[()] 하라. 이타행으로 정토를 이루자는 뜻을 가진 과분한 이름이랍니다.”라고 답을 하면서 내 불명에 부끄러움 없이 교화와 수행생활을 해나가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르고 교화 정년(65)을 올 2월에 마감했지만, 종단의 은혜를 입어 기로스승으로 교화 일선에 더 머물게 되었다. 36년 교화세월을 거름으로 하여 마음을 다잡고 남은 교화와 수행에 이행정(利行淨)’처럼 더불어 이익을 주어 세상을 청정하게 하는 수행에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행정 전수/무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