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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천 개의 방울을 달고 오지 않는다”

밀교신문   
입력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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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꼴의 언어 표현을 제대로 구분하고 싶을 때가 많다. 특히 사람의 마음과 관련한 언어들에 대해 그렇다. 그 중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 중에 자존감(自尊感)’자존심(自尊心)’, ‘자신감(自信感)’, ‘자부심(自負心)’ 등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을 뜻하는 ()’가 들어 있다. 자존감은 자신을 좋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 자존심은 타인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으로 정의한다. 또한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정도로서 자신이 있다는 느낌이며, 자부심은 자신과 관련된 가치와 능력 등을 당당하게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며 그 정도가 어떠한가 등의 개념을 복합적으로 포괄하는 언어들을 접할 때마다, 나 자신을 그 언어에 대입해본다.

 

그 언어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마음 상태를 찬찬히 음미하면, 결국 무수히 많은 감정과 욕구, 인식들이 오롯이 나로부터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 속에서 생겨난 것인지 구분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온전하게 어떤 의미일까?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나 스스로 당당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스스로 진지하고 명확하게 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렵다는 말보다 고통스럽다는 말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결국은 나 스스로의 삶의 가치와 의미들에 대한 사유를 끊임없이, 그리고 치열하게 실천하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경쟁과 비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신에 대한 명료한 인식과 적확한 표현, 이를 반복하는 실천의 확고함이 몸에 밴 습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유를 가능케 하는 언어에 정성을 다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언어들, 내가 사랑하는 일을 밀도 높게 고민하여 스스로 발견하고 선택해서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 그 일의 의미를 나 스스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나로부터 시작하는 세계를 경험하는 길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과 표현, 다시 반복되는 사유는 우월감이나 특권의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자존과 자부의 문제는 내면으로부터 오는 자기 자신의 가치 문제이며, 타인과의 경쟁과 비교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또한 이익이나 힘의 논리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이다. 궁극의 자존감을 가져야만 타인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이는 오랜 시간의 사유와 실천이 근간이 되어 내면으로부터 발산되는 무형의 자산이지, 숫자로 환산하여 그래프로 그릴 수 있는 도식이 아니다. 자존의 의미를 깨달을 때, 우리는 스스로 솔직한 마음을 합당한 언어로 표현하는 삶에 익숙해질 것이다. 이러한 삶을 인내할 때 우리의 행복은 요란하지 않게, 고요하게 스며들 듯이 찾아올 것이다. 그 고요한 행복이야말로 삶의 품위를 만들지 않을까. 박목월 시인이 그랬다. 행복은 천 개의 말방울을 달고 오지 않는다고. 행복은 요란하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품위는 자기 스스로 실천하는 치열하지만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사유로부터 나온다.


김인영 교수/위덕대 융합기초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