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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신문   
입력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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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즈음 갑자기 한쪽 눈에 이상을 느껴지기 시작했다. 초점을 맞추려 해도 초점이 맞지 않았고, 뭔가 뿌옇고 흐려 보이는 것이었다. 한쪽 눈이 초점이 안 맞으니 다른 쪽의 초점 맞추는 것도 덩달아 힘이 들고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눈에 이상이 생기니 취미로 틈틈이 해왔던 그림그리기와 책 읽기를 당장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새해불공은 다가오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안과를 찾았다. 아는 곳도 없고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평가가 괜찮은 곳을 찾아 갔더니 백내장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50대 중반에 백내장이라니... 그것도 꽤 중증이라는. 그동안 눈에 이상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갑작스런 진단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에 듣고 보니 백신 후유증으로 급성 백내장이 온 경우들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 번째 찾아간 안과에서 새해불공 후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한쪽 눈이 불편하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첫째, 눈을 주로 써서 하는 독서나 미술 같은 활동은 올 스톱 할 수 밖에 없었다. 둘째는 거리 감각이 없어져서 운동 같은 것은 불가능하고 가벼운 일상생활 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계단 같은 곳에서도 자칫 헛디딜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아무튼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불편을 겪다가 새해불공이 지나고 드디어 수술 날이 다가왔다. 뭐 수술이라 해야 이미 다 아는 병이고, 특히나 백내장 수술은 그야말로 잠깐이면 끝나고 회복기간이라 해봐야 하루정도 지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니 사실 큰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하면서 수술을 기다리면서 마침 만난 같은 시간대의 수술 동기(同期)분은 60대 중반쯤 되셨는데, 많이 알아보고 수술 잘하는 곳을 찾아서 이곳으로 오셨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시내에서는 상당히 잘하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나야 잘 모르고 간 곳이었지만 다행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시설도 좋고, 의사 선생님도 과잉진료도 하지 않으시고, 수술비도 저렴하게 말씀하셔서 나는 선택했는데... 아무튼 부처님의 은혜로 좋은 곳에 온 것 같았다. 긴장했던 수술도 다행히 잘 끝나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안도하시면서 아주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루가 지나고 한쪽 눈에 씌워져 있던 안대를 제거하자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밝고 환한 것이 어찌나 잘 보이는지 그동안 써 왔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좋은 시력을 가지게 되었다. 눈 나쁘면 다른 수술하지 말고 백내장 수술을 기다리라던 스쳐 지나가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수술 후에 보니 며칠간은 온몸에 근육통이 있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그 또한 수술인지라 긴장을 한 탓인지 온몸에 힘을 주다 보니 근육통이 온 것이었다. 아무튼 몇 차례의 경과를 점검하는 검진을 거치며 2주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이제 거의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를 한 것 같다. 잘 알려진 병과 좋은 치료 덕분에 그간의 불편과 곤란을 빠른 시간에 해소한 데 대한 안도와 함께, 태어나서 처음 한 경험을 통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살아오면서 눈이 참 중요하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눈의 역할이 너무나 크다는 것과 잘 보이는 눈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의사분들이 많은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경험을 한 것 같다. 의사 분들의 노고와 담당 의사선생님의 수고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또 하나의 소중한 부분은 이 번 일을 통해서 심인당의 교도분들이 염려와 함께 희사와 염송으로 서원해 주시기도 하고, 눈에 좋다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도분들과 마음이 더 통하고 친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고마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고운 말 따뜻한 눈길로 모든 이들을 대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승수지 전수/항수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