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건가요?

밀교신문   
입력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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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욕(忍辱)()’자는 참는다는 뜻보다는 깨닫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인욕의 여러 의미를 나타내는 말 중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이란 것이 있어요. ‘무생(無生)의 이치, 즉 생함이 없는 이치를 깨달은 경지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진정한 인욕은 참을만한 그 뭔가가 본래 없는 이치를 깨달은 경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참을 것이 없으니 화가 날 일도 없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인욕의 의미예요.

 

진언행자의 근기를 가리켜서 상근상지(上根上智)’라고 하잖아요? 최상의 근기와 지혜를 갖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이 정말로 상근상지인가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요. 늘 같은 자리만 고집하시는 노보살님이 어느 심인당에 계셨어요. 하루는 불사 시간이 다 되어도 안 오시니까 다른 보살님이 그 자리에 앉아서 염송을 하고 계셨대요. 마침 불사 시작이 거의 1, 2분 남았을 때 허둥지둥 들어오신 노보살님이 그 모습을 보고 얼굴색이 확 변해서는 본인은 그 자리가 아니면 불공을 못 한다면서 당장 다른 자리로 가라며 불쑥 진심을 내시더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보통 다른 이들에게 대접받기를 원하고, 또 자신을 알아주기를 기대합니다. 내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내 생각, 내 마음이 우선인 거예요. 그러나 정작 우리가 불공을 하는 것은 내 마음을 닦고 밝히는 법을 세우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진언행자가 지극정성으로 삼밀행을 하는 것은 부처님 생각을 닮고, 부처님 말을 닮고, 부처님 행을 닮기 위한 거잖아요? 안 되는 을 짓던 중생의 업을 전환해서 되는 을 짓는 부처의 성품으로 인격 전환을 이뤄야만 가정에 우환이 없고, 또 자기 삶에도 발전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자기 기준을 내려놓아야 해요. 자기 기준을 내려놓는다는 건 아상을 버린다는 겁니다. 아상을 버리면 내가 행복해지니까요. 나에게 기쁨이 생기고 배움이 생깁니다. 반면에 아상을 움켜쥐고 있으면, 즉 내가 옳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으면 우선 내가 피곤해지고, 다른 사람의 말도 귀에 안 들리게 돼요. 자꾸 잔소리처럼 들리고, 그래서 원망스럽고 미워지는 겁니다.

 

인과에 따른 인연을 먼저 깨닫고 참회를 바탕으로 편안하게 참는 안인(安忍)바라밀의 도리를 설하신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를 버려야 한다. 아는 죄의 근본이다. 참 나를 찾기 위하여 헛된 나를 버려야 한다. 비유하면 맹장염에 걸려 수술해야 할 때 내 몸의 것을 떼어내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맹장을 떼어내고 수술해야 건강하게 된다. 헛된 나를 버리는 것도 이와 같다.” (‘실행론’ 3-13-3 ())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