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대의 종교,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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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교 사찰에 다닌 경험이 있는 불자들이 심인당에 간혹 찾아오세요.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두리번두리번 하다가 제일 먼저 하시는 질문이 불상은 어디 있느냐?”는 겁니다. 아쉽게도 심인당에는 불상이 없지요. 옴마니반메훔 육자진언 본존만 정면에 있을 뿐이에요. 불상이 없는 게 확인되면 곧바로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는 나가버리세요. 뒤도 안 돌아봅니다. 그리고 다시는 찾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불자들의 현주소가 이렇습니다. 꼭 불상 자체를 부처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불상은 부처님의 덕상을 대변해 주는 것이지, 그 자체가 부처님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수행과 기도를 열심히 해도 쉽게 깨어날 수 없는 이유는 스스로 만든 틀과 관점에 갇혀 있으면서 벗어날 생각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바뀔 거에요. 제사를 지내는데 영정사진이나 위패, 신주를 꼭 모셔야 할까요? 과일이나 음식도 제 위치에 딱딱 놓아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옛날이라면,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요. 심지어 인터넷 제사 시스템이 특허까지 취득하는 시대입니다. 과일이나 생선도 상에 직접 올릴 필요 없이 사진을 찍어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시대가 머지않았어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처럼, 옛날 농경시대야 한동네에 살아서 제사를 지내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넓게 흩어져서 사는 시대입니다. 일 년에 한 번 벌초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 판이에요. 그만큼 사람들이 바빠졌고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앞으로는 제사의 방식도 바뀔 거예요. 다 같이 모여야 하는 방식에서, 언젠가는 각자가 있는 곳에서 각자의 제사를 지내는 방식으로 변하겠지요. 제사 방식도 더 간소화되고 짧은 시간에 끝내는 형태로 갈 겁니다. 형식과 절차를 띤 유형의 형태에서, 그 유형에 담긴 의미를 더 중시하는 무형의 형태로 탈바꿈할 거예요. 그러니 기제강도의 인연을 꾸준히 지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 간에 서로 큰 소리 나는 일 없이 뜻을 모아 각자가 있는 곳에서 기제불사를 할 수가 있어요.

 

아인슈타인은 한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과학 없는 종교는 맹목이요, 종교 없는 과학은 불구다.’

 

많은 현대인이 종교를 비하하고 과학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중도적 견지에서 본다면 이건 틀린 태도예요. 종교와 과학은 우리 삶에 있어 모두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서로가 힘을 합해 나가야만 이 현대의 위기를 구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질 문명시대는 안으로 마음을 중시하고 교화는 여자가 중심이 되며 과학은 무형[원자, 전자]이 중심이며 종교는 무상(無相)의 진리가 중심이 된다.”(실행론 5-3-14)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