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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와 재위탁

밀교신문   
입력 :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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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달 전에 정신없이 비바람이 몰아치던 태풍이 어느새 기억 속으로 사라지면서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과 함께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시간은 어김없이 정확하게 계절을 바꾸어가면서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경주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 대한 재위탁(3주기) 신청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류와 자료에 파묻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다. 이미 두 번이나 했는데 뭐가 힘들까 옆에서는 의아해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회가 거듭할수록 고려할 분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도 달라지면서 계획을 세울 때 함께 생각해야하는 요소들이 마구마구 늘어나므로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1주기(2014~2016)2주기(2017~2019)의 사업 결과를 다시 점검해보고 3주기(2020~2022)의 목표와 특화 사업,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팀장님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위탁 신청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초기에는 100m 달리기를 위한 체력을 키우는 사업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마라톤을 대비하는 선수처럼 바뀌어갔다.

 

센터 업무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의 내실의 충실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식중독 발생 예방과 적절한 영양공급에 더 치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1주기는 센터의 역할을 알리고 이해시키면서 사업을 진행하였고 센터의 사업 규모가 커져 경주시 관내 모든 어린이집을 지도 점검할 수 있는 인력도 6명에서 10명으로 보충되었다.

 

2주기가 시작되면서 센터의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되었고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이해와 참여도, 만족도가 증대되었다. 센터를 운영하는 보람이 커지고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일들이 하나씩 드러나기도 했다. 전문가팀의 어린이 인형극, 연령별 맞춤형 영양캠프, 학부모와 조리사 대상의 요리교실, 학부모 참관교실, 다양한 이벤트 등이다. 또한 위생지도의 내실화를 위해 ATP 측정 방법을 사용하여 세척과 소독의 차이를 확실하게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도하고 센터 직원들은 소책자 형식의 지도서(위생 가이드북, 원산지 표기법, 레시피북&, 식단사용지침, 이유식 등)를 기획하였다. 그 외에 리플릿이나 어린이용 활동지는 주제별로 수십 가지에 이른다. 개발하고 이미 충분하게 활용한 학습도구는 어린이집 대상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지도안과 함께 대여 후 소장하도록 나누어드리기도 했다.

 

 영양사 현장실습을 나온 대학생들이 교구에 대한 아이디어와 직접 만들고 교육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근 편식지도를 위해 일회용 짜주머니(삼각형 모양의 플라스틱봉지)에 주황색 습자지로 채워서 당근을 만들었고 포론색 부직포로 오이를 맞들고 검은색 씨도 박아 그럴듯한 부드러운 오이도 만들었다. 영양교육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신나서 당근도 캐고 오이도 따고 하면서 당근잼과 오이 샐러드를 즐기며 편식이 멀리 사라지기를 기대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의 3주기는 센터의 슬로건인 ‘The 건강하게, The 깨끗하게를 강조하면서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어린이 대상 교육은 연령대를 세분화하여 교육지도안을 짜기로 했으며 위생지도는 조리사의 경력에 따라 수준에 맞추어서 ‘start-up’‘check-up practice’로 구분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신입 조리사는 기본적인 조리실 위생관리부터 시작하고 경력직은 적정 배식을 위한 11회 적정 분량을 지키고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국의 염도를 0.4이하로 유지하도록 염도계를 배부하고 일지를 쓰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3주기 위탁 신청서를 준비하면서 문득 왜 신청하려고 하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어린이를 너무나 좋아해서? 나만 할 수 있다는 나야 나라는 자만심? 모두 아닌 거 같다. 시작했던 일이니 제대로 마무리해보자는 생각에서 오늘까지 센터직원들과 함께해온 거 같다. 늘 생각하고 깨닫는 거지만 하고자 했던 것보다 꼼꼼함이 부족한 듯하고 한가지 사업을 실행하면서 곁가지를 쳐서 욕심을 내기도 했으며 즉흥적으로 직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더 하자고 하기도 했다. 스쳐 지나간 경치에서 아, 하고 꽃 한 송이를 기억해 내듯이 이런저런 감성에 계획서가 마무리되었다.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센터 위탁이 결정되고 축하와 응원 속에서 위덕대학교 성취관 4층에서 주차장의 익어가는 모과를 바라보며 우리도 함께 익어가고 있다.

 

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