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58

편집부   
입력 : 2017-08-31  | 수정 :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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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간의 사소한 트러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얘기를 종종 합니다. 연애만 할 경우에는 여자가 집안일을 잘 하든 못 하든 남자는 그 사정을 알 도리가 없지요. 또 여자 입장에서 보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듯이 늘 자상하기만 한 그 남자의 진짜 성격을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2~3년만 지나면 연애시절 마냥 설레고 좋았던 그 상대는 단지 콩깍지가 씌워진 허상이었음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답니다. 연애하는 동안 그의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모습, 깔끔한 헤어스타일하며 뒷주머니에 항상 꽂혀 있던 손수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구두까지 모든 게 너무나 좋아만 보였는데 막상 결혼해서 보니, 오히려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던 ‘남’일 때의 ‘그’가 더 좋았다는 주부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한 보살님이 그랬습니다. 사연인즉슨, 머리감은 뒤에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보면 항상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기 마련인데, 바쁜 아침 시간은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치우면 그만일 텐데 꼼꼼한 신랑은 절대로 그걸 두고 보지 못한다나요?
“아우, 더러워... 지저분해... 당신 혹시 탈모증 있어?”
“더..러...워? 내가? 그래 난 더러우니깐 옆에 오지도 마!”
이런 식으로 자주 다투게 되는 겁니다. 양치할 때 같은 컵을 사용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손잡이 있는 쪽으로 입술을 대고 마실 때도 있답니다. 주말에 급한 약속이 있어서 옷 갈아입고 그냥 나가버리고 난 후에 돌아와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치워져있는데 그럴 때마다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더라는 거예요.

각자님은 각자님대로 할 말이 없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바느질 잘 하는 여자는 소박을 맞아도 음식 잘 하는 마누라는 소박을 안 맞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은 그만큼 음식을 만드는 게 집안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뜻일 겁니다. 아내는 스스로 요리에 소질이 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사는 모양인데, 사실은 그녀가 자꾸 새로운 음식을 개발했다고 말할 때마다 남편은 바싹 긴장을 해서는 실험용 생쥐마냥 새파랗게 얼굴이 질리고 맙니다. 거의 대부분의 음식들이 희한한 맛도 맛일뿐더러, 꼭 그 음식들을 먹고 난 후에는 소화도 안 되고 위장도 좋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매 식사 때마다 아내가 열심히 차린 음식에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루하루 입에 안 맞더라도 꾸역꾸역 참고 먹는다는 겁니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허심탄회함〔진실〕 못지않게 때로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하심’과 ‘인욕’이라는 센스〔방편〕가 필요한 법이지요. 하지만 정작 마음을 털어놔야 할 순간에 꿍꿍이를 감춘다거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좋을 상황에 끝까지 추궁하려는 마음이 되면 종종 진실과 방편의 균형이 깨져서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고 마는 거예요.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고 해서 온 땅을 찾아다니며 비닐을 씌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 발에 장화를 씌우는 편이 훨씬 낫지요.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해서 일일이 그들에게 뭐라 할 수 없지 않겠어요? 다만 내 마음의 화를 스스로 다스리면 되는 일인 거예요.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람의 한 생각에서 나온 겁니다. ‘감사하다’ ‘은혜롭다’는 한 생각만 있으면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원망할 일이 없어요. 늘 처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시절에 근심과 곤란을 함께 겪었던 소중한 인연들(배우자, 지인, 스승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