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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자

편집부   
입력 : 2017-04-14  | 수정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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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

살아가면서 은혜를 입지 않고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하루를 돌아본다. 눈을 뜨면 가족을 본다, 눈으로.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코로. 아침 먹으러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귀로. 한 끼 식사를 한다, 입으로. 밥이며 반찬이며 어디에서 온 것들인가?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온 것들이다. 그저 온 것들이 아니다. 쌀 한 톨, 나물 한 줄기, 생선 한 조각, 고기 한 점도 다른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중생의 은혜다 

은혜 중의 은혜는 부모의 은혜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은혜이다. 부모은중경에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는 3말 8되의 응혈(凝血)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血乳)를 먹인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은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업고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須彌山)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설하였다.

부모의 은혜를 구체적으로 십대은(十大恩)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①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懷耽守護恩) ②해산날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臨産受苦恩) ③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④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아 먹이는 은혜(咽苦甘恩) ⑤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廻乾就濕恩) ⑥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⑦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洗濁不淨恩) ⑧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遠行憶念恩) ⑨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爲造惡業恩) ⑩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究意憐愍恩)이다. 부모에게 복업 짓는 것이 사대은혜를 갚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부모은중경은 말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좋은 사람도 만나고 싫은  사람도 만난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입으로 말을 한다. 좋은 사람은 좋다고, 싫은 사람은 싫다고 말한다. 과연 나에게 싫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싫은 사람일까?

좋고 나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똑 같은 사람을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고, 오늘은 좋아하고 내일은 싫어한다.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좋다’, ‘나쁘다’라고 말을 한다. 나는 상대에게 어떤 사람일까? 좋은 사람 눈에는 좋은 사람이 보이고  나쁜 사람 눈에는 나쁜 사람이 보인다. 완벽한 사람도 늘 좋을 수는 없다. 우리는 중생이기  때문에. 입으로 짓는 구업으로 우리는 수많은 복업을 불태워 없앤다. 입으로 거짓망어, 꾸민기어, 이간양설, 모진악구의 죄를 짓는다. ‘천수경’은 그 시작(정구업 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에서 구업을 강조한다. 향봉 스님은 “코는 냄새 맡는 입이고, 눈은 보는  입이고, 귀는 듣는 입이다. 우리 몸에는 다스려야할 입이 아홉 개나 된다”며 “정구업(淨口業)의 바른 해석은 몸과 마음을 맑게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네가지 죄를 짓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종조님은 참회문에서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다’라고 설하셨다. 나의 허물을 먼저 알고, 참회하고, 원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내가 내 잘못을 알기는 쉽지 않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린다. 상대자의 잘못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한다면 상대자는 나의 스승이다. 상대자의 허물을 법계의 법문으로  생각한다면 수원의 대상이 아니라 은혜의 대상이다. 불교는 참회하고, 발원하고, 실천하는  종교이다.

참회합니다.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라’. 발원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는, 종조님의 말씀을.

김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