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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一期一會)

편집부   
입력 : 2016-10-04  | 수정 :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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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높아진 하늘 아래로 시월의 향기가 스며들며 마당 풀잎들 위로 새벽에 살짝 내린 이슬 따라왔는지, 바람결에 사르르 떠는 낙엽의 예쁜 움직임 따라왔는지 모르지만 어느새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세우는 모습으로 계절의 변화에, 곁에 와 있는 가을에게 답을 합니다.

옷깃을 스치는 가을향기에 마음을 열고 차 한 잔 하고 싶어 떠오르는 얼굴이 있으신지요...
어떤 관계를 우리는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할까요?
내게 무엇인가를 해 줄 수 있고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 아니면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고 모두 받아주는 사람?

그것보다는 상대에게 해(害)가 되어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 서로에게 솔직하고 존중할 수 있는 모습, 신뢰로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관계, 상대의 상처나 아픔도 웃음도 있는 그대로 함께 안고서 서로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어주는 관계라면 좋은 인연이라 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많은 모습들과 만나고 알아가고 헤어지는 관계로 일상이 펼쳐집니다.
사람은 각자의 생각과 의식, 사고방식에 따라 상대를 보는 관점,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생각과 성격에 따라서 행동이 변하기도 하고 순간순간 반복된 행동에 의해서 생각과 성격이 형성되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함을 많이 느낍니다.

그럼 좋은 인연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 관계일까요?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우리는 상대방과 좋은 인간관계, 좋은 인연 모습이 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는 환경과 변화에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기도 하고 방황도 합니다. 또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좋든 싫든 일상을 함께 해야 할 사람들과의 관계도 존재합니다.
가끔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속상하게 만들고 섭섭한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들, 나를 힘들게 하는 인연들도 있지요. 꼭 상대 때문에 혹은 환경 때문이었을까요?

무엇 때문인지 찾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각자의 마음속에 넣어 둔 ‘비교하는 눈금 자’가 스스로를 힘들게 한 적도 있을 겁니다. 내가 가진 비교눈금의 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내가 가진 의식, 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어울리는 사람의 부류도 자연의 법칙처럼 바뀌어가게 마련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한 사람의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라 상대와 내가 함께 주고받는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공감하는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 갈 때 작은 변화가 시작되어 일상생활 속에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어울리는 사람에 의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말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듯이 스스로가 진취적이면 진취적인 사람과 어울리게 되고, 어떤 생각으로서 어떤 의식으로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내 주위의 환경변화도 내가 만들어 변화되어 갑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시작을 할 때 항상 생각을 통해 마음을 일으킵니다. 한 생각을 통해 마음작용을 일으켜 행동으로 옮겨지면서 생활이 되고 반복되는 일상이 되고 내 삶이 됩니다.
흔히들 마음은 볼 수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는 마음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그 마음은 행동으로 보여 지고 입을 통해서 말로 표현이 되며 표정으로 얼굴에 드러나게 되어 볼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얼굴에 항상 미소가 있고 편안한 모습을 지닌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러면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요?

‘일기일회(一期一會)’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인연이란 의미로, 주어진 시간에 소홀히 하지 않고 마음을 써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매 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겨 충실하게 임하는 긍정적 태도로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서 매번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정성으로 인연 짓는 모습이라면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요?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일기일회의 마음과 정성으로 인연 짓는 모습,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통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좋은 인연은 그냥 다가서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무성해지는 잡초처럼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잘 지키고 보듬어 키우는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고서야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은 것이 좋은 인연을 짓고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좋은 인연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취하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차곡차곡 채워져 있어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새롭게 꺼내어 다시 살펴, 내 일상의 중심에 좋은 인연이 함께 하고 있었음을, 그 속에서 내가 행복한 자리였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인연 짓는 모습이, 깨어있는 마음으로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면 지금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눈만 뜨면 바라보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좋은 인연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심정도 전수/명선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