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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인연

편집부   
입력 : 2016-06-01  | 수정 :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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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봄 자락 끝에 심인당에서 야외법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매년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버스 안에서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행운권 추첨을 하는 순서가 되었고 행운권 번호를 부르자, 나이 드신 보살 한 분이 선물로 수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행운권 추첨에서 놀랍게도 수저 받은 보살님의 각자님이 선물로 양은 냄비를 받았습니다.

부부끼리 수저와 양은 냄비를 선물 받다니 이렇게 멋진 부부 인연이 또 어디 있겠나 싶어서 재빨리 그 부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인연 중에 부부 인연도 있는데 하물며 물건도 사람과의 인연이 있네요. 보살님은 수저로 각자님이 양은 냄비로 지으신 밥을 드실 인연인 것 같습니다.” 동승한 신교도들도 이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습니다.

심인당 자성일 날에 둘째 법문 시간 전에 정사님의 선곡으로 신교도들과 함께 ‘나유타’라는 서원가를 불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노래를 부를 때, 나유타의 의미도 모른 채로 노래 가사가 너무 애절하고 끊임없는 참회로 부처의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담긴 노래 정도라 생각하고 그저 노래만 불렀습니다.

‘나유타’의 의미가 궁금하여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고대인도에서 수의 단위로서, 산스크리트어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직접 작사 작곡한 최봉종 씨가 제3회 ‘창작 찬불가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가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중죄를 저질러 무기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날마다 환청이 들리고 가위에 눌리는 등 악몽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면회를 온 어머니가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마다 관세음보살과 신묘장구 대다라니를 열심히 독송하라”라고 말해 주었지만, 그는 4번째 자살 시도도 어머니 생각에 결국 포기하고 모든 잡념을 버리고 일념으로 관세음보살 기도를 하다 보니 4일째 되는 날부터는 환청과 악몽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최씨는 어머니의 염원대로 법회에 참석하여 불교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곡을 만들기까지 가시밭길 같은 어려움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씨는 좋은 찬불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교도소 생활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아픔과 간절한 참회가 담긴 ‘나유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노래 가사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부분입니다.   
“가시밭길 인생길이 지쳐서 쓰러지며/ 그 무엇을 찾으려고 험한 세상 따라왔던가/ 무명구름에 가리어서 내 자신을 보지 못하고/ 괴로움과 번민 속에 육도윤회 되풀이하네…”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아들이 낮에 혼자 집에 남아 있는 날들이 많고 해서 혹여나 외로울까 염려되어 가족회의에서 개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애견을 분양하는 여러 군데를 다녔지만, 그때마다 마음에 드는 개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동물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동물병원 구석진 곳에 어린 개들이 여러 마리 있었습니다. 동물병원 직원은 우리에게 위쪽 우리 안에 있는 수컷 시츄 종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애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우리 가족은 주인의 말에 따라 얼른 그 개를 보았습니다. 우리 안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마치 우리에게 데리고 가 달라는 그런 표정으로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막내아들은 아래쪽 우리 안에 힘없이 웅크리고 있는 어린 암컷 개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아빠, 엄마, 저기 있는 웅크리고 있는 저 개를 데리고 가고 싶어요.” 막내아들의 그 한마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내아들의 눈에는 그 개가 마치 현재 자기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남몰래 겪었을 외로움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마침내 우리 가족은 막내아들의 뜻을 존중하여 그 개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 개와 소중한 인연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괴테도 “나에게 혼자 파라다이스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나유타’처럼 우리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그 무엇이든 끝없는 인연의 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진리를 알아야 합니다.

김용태/심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