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5-09-17  | 수정 :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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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쁜 인연들을 어떻게 하면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요즘 ‘이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요. 이별한 사이인데도 어느 한쪽이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상상의 세계에서 그 관계를 지속시키면 배신감이 증폭되어 보복 범죄의 길로 들어설 확률이 높답니다. 사랑을 빙자한 여성폭력을 비롯해 한국에선 그런 ‘이별 범죄’가 접수된 경우만 매년 약 1만 건에 이른다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생사 여덟 가지 고통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 또는 좋아하던 것이 하나하나 줄어들거나 떠나가는 괴로움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합니다. 연인과의 헤어짐, 존경하는 스승과의 사별도 별리의 고에 속하며, 평생 몸 던져 노력하던 직장을 떠남도, 사랑하던 후배와의 헤어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요? 하지만 살면서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도 안 되는 게 현실인지라, 때로는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해 놓고는 나중에 후회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는 게 중생이지요. 그러니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 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다는 이해인 님의 글이 새삼 와 닿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가고 오는 모든 인연에 집착하는 일 없이 무심으로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우리 곁을 머물다 떠나는 인연에 대해 섭섭해 하지 않는 마음, 내려놓는 마음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잘 안돼요. 아들, 며느리 인연 맺어줄 때조차도 양가에서 물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작은 일로 틀어지기 일쑤잖아요.

결혼한 지 30년이 넘도록 원수처럼 서로 보기만 하면 다투고 미워하고 심지어는 마주치기가 무서울 정도로 사이가 나쁜 부부도 있어요. 부부는 오백 생의 인연으로 어렵게 만난다는데, 전생의 악연이 어찌나 질겼는지 모르겠으나 서로 마주 보기만 하면 트집 잡고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거예요. 도무지 왜 그러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으려 하거든요. 그러니 자꾸 틀어지고 싸우는 거예요. 보기 싫은 것을 바로 보아야 세상의 부조리를 바꿀 수 있고, 듣기 싫은 말을 제대로 들어야 자기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거잖아요. 스승과 친구, 부모, 형제가 내 허물을 얘기해주면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근기가 되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원숙해진다고 하지요.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기 때문일 거예요.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가봐야 하는 절[寺]이 바로 ‘우여곡절’이라던가요? 젊을 때는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지만, 지나 보면 그것도 참 좋은 일이었거든요. 또 실연당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들어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일로 인해 연애 심리도 이해하게 되고 사람 보는 안목도 생깁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 수 있고, 미워하는 사람도 자꾸 만나야 그 사람과 화해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보기 싫은 것도 보아야 하고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합니다. 늘 인생이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고, 거기에 행복과 불행을 연결 짓던 카르마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일어난 모든 일은 언제나 잘된 일임을 살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