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메르스를 넘어선 공포

편집부   
입력 : 2015-06-17  | 수정 : 2015-06-17
+ -

함께 일하는 서 여사는 얼마 전부터 고민이 생겼습니다.

곧 전역하는 아들의 진로 문제 때문입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수학과 재학 중에 군 복무 의무를 마쳤기 때문에 바로 복학하면  되지 않겠냐는 저의 말에 서 여사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말랍니다.
그대로 가면 청년실업 직행코스랍니다. 취직이 잘 되는 학과를 다시 지망해 새롭게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대학졸업장을 포기하고 평생 밥벌이가 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든지 양단간에 빨리 결단을 내려서 갈아타야 한다는 겁니다.

함께 일하는 27세 조리실장은 전문대학 조리과를 졸업하고 군복무도 마친 근면하고 성품이 좋은 청년인데 엊그제 호주에 있는 농장으로 갔습니다. 2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을 그만 두고서 말입니다. 호주에서 2년 정도 투잡 쓰리잡 포잡까지, 닥치는 대로 돈을 벌어오겠다고요. 여기서는 앞이 안 보인다고, 결혼 할 전세금도 모으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함께 일하는 이 여사는 나는 이제 아무런 욕심도 없다면서 오늘은 내내 허탈하게 웃더군요. 대학을 졸업한 딸이 취업을 준비하다가 지쳐 이런 저런 사회 경험이라도 한다면서 알바자리를 구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깔끔한 식당은 경쟁률이 워낙에 세서 번번히 떨어졌다더군요. 그러다가 어제서야 대형 고깃집 서빙 파트에서 딸을 쓰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글쎄 대학까지 나온 딸이 그 전화를 받고 팔짝 팔짝 뛰면서 만세를 부르더랍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홉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어 요즘 국민들이 많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저는 바로 제 곁에서 체감하는 청년실업문제가 더 무섭습니다.
한창 꿈과 희망에 부풀어 고급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젊고 뜨거운 피들이 시급 최저임금 5580원을 받으면서, 일례로 이런 저런 대중음식점에서 서빙 하는데 바쳐지다니요.

그들이 가진 그  황금보다 귀한 시간은 또한 얼마나 서러운 것입니까?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를 넘어 오포(인간관계, 집 포기)세대를 넘어 칠포(꿈, 희망포기)세대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돈다지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는데 삼포, 오포 칠포라니요? 메르스가 비상사태라면 현 청년실업문제는 패닉 상황입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청년(만15세~29세)실업률이 10.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지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간한 모 통계자료를 보자면 결과는 더 참혹합니다. 청년층의 ‘실질실업률’을 30.9%로 3명중 1명이 ‘사실상’ 실업상태라는 겁니다.

리더쉽의 부재니, 정부의 빠른 결단과 추진력의 부족이니, 지금은 이런 저런 거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대로 대책 없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도 청년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벼랑 끝에 세워지고 있단 말입니다.

다음 달 발표되는 <청년고용절벽종합대책>이 또 다른 붕어빵이 아닌, 총체적인 구조개혁을 통해서 팽팽하게 살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나오기를 우선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대한민국의 청춘에게 우리 모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고 다함께 조력할 수 있게 되기를 또한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