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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582호)

편집부   
입력 : 2012-06-18  | 수정 :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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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도를 넘었다


중국이 도를 넘었다.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대회가 열리고 있는 여수에서 중국불교대표단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였다. 6월 12일 오전에 열릴 공식 회의에 앞서 중앙티베트행정부 다람살라지부 관계자들을 회의장 밖으로 강제 퇴장시켰다. 오후에는 개막식 직전 오전과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람살라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있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을 들어 개막식장에 입장조차 않고 행사장을 아예 떠나버린 돌출행동을 했다. 세계불교도우의회라는 조직의 명성과 역할에 먹칠을 하고, 22년 만에 대회를 준비한 한국조직위원회의 온갖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은 무례가 아닐 수 없다.

티베트불교대표단은 WFB 세계본부와 한국대회 조직위원회의 공식초청을 받고 방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대표단은 티베트대표단이 참가하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을 트집잡아 생떼를 쓴 것이다. 한국대회 조직위원장 진옥 스님의 말에 따르면 사전동의 같은 것은 일체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세계본부 관계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과 대응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종교행사는 정치적 목적을 떠나야 한다. 세계불교도우의회는 그런 차원에서 전 세계의 불교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류평화와 국제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실천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격년으로 각 국을 돌며 행사를 열고 있다. 그래서 한국대회에는 북한대표단도 참여하고, 달라이라마 성하도 함께 하기를 많은 불자들이 염원해왔다. 그런 차원에서 달라이라마 성하의 최 측근으로 알려진 삼동(전 총리) 린포체와 페마 친조르 종교문화장관을 비롯한 티베트대표단이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경사스러워야할 행사분위기가 공식적인 대회 첫날부터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얼어붙은 것은 순전히 중국대표단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이 발표한 성명서는 그런 점을 적확하게 꼬집었다고 본다. 조계종은 중국대표단의 일방적 철수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건강하고 건전한 관계를 위해 앞으로 상호관계와 교류를 진지하게 재 설정할 것"이라고 명토박았다.

국력을 앞세운 강대국의 횡포로 인한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지는 우리가 잘 알기에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 티베트 국민들이 받아들일 분심과 허탈감은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도를 넘은 중국대표단의 무리한 처사를 지켜보면서 국가적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이념을 떠난 '세계일화'의 불교정신을 다시 염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