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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564호)

편집부   
입력 : 2011-08-16  | 수정 :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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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 주는 두 가지 의미-자력이 곧 자주의 지름길

이 달 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고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光復節)이다. 문자 그대로 국권을 되찾음으로써 '빛[光] 을 되찾은[復] 날'이다.

66번째 광복절을 맞는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자랑스럽다. 광복 후 동족이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아름다웠던 금수강산이 폐허로 변했던 이 땅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국제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다시는 강대국에게 유린당하지 않겠다는 자주사상과 우리 민족 특유의 근면성과 단결력, 그리고 우리의 풍토에 맞는 교육과 산업이 이룩한 결과이다.

일찍이 회당 대종사께서는 "자주국가를 확립하는 데는 먼저 국민의 자주성이 필요하며, 그 자주성을 함양하는 데는 과학보다도 정신적인 영역에서 자력교(自力敎)와 타력교(他力敎)를 잘 분별 선택하여 자력교를 신앙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자주성을 길러내는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불교를 대승적으로 본다면 내세보다도 현세적이요 자주성을 띤 자력교"라 하셨으며 "불교는 우리의 풍토성(風土性)과 혈지성(血智性)에 맞다"고 밝히신 바 있다.

역사를 되돌려 보면, 단군조선에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여러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국가가 성립되었지만,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 간의 자리바꿈이었을 뿐 단 한 번도 이민족에 의한 국권 상실은 없었다. 꼭 종교라서가 아니라, 조선조의 국가이념 자체가 자력이 아닌 타력(중국 등 강대국)에 너무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주성을 상실함으로써 타민족의 지배를 받게 되어 삶의 빛을 잃은 것이다. 회당 대종사께서 자력종교를 강조하신 저변에는 우리 민족이 겪은 국권상실의 시대, 해방 후 강대국에 의해 국가가 휘둘리는 시대를 몸소 체험하신 탓도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자성이 청정하여 일체 사리(事理)에 자심(自心)이 통달하게 되니 이것이 곧 자주력이 되는 것"이라는 대종사님의 깨우침만 잊지 않는다면, 66년 이전처럼 빛을 잃는 우(憂)는 다시 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다시 빛을 찾아야 할 때

최근 지구촌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승자(勝者) 독식(獨食)의 카지노 경제', '피도 눈물도 없는 샤일록 경제'로 일컬어지는 신자유주의 폐해가 온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번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우며, 한번 승리한 소수는 그 힘을 바탕으로 경제의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층은 점점 늘어나고 중산층은 자꾸만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세상살이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인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발생한 영국의 폭동 역시 이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2010년, 영국의 언론인이자 경제평론가인 아나톨리 칼레츠키가 '자본주의 4.0 : 위기 후 새로운 경제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자본주의 4.0'이라는 이론을 내놓아 큰 호평을 받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류 역사상 가장 합리적이라는 경제제도인 자본주의 또한 여러 시기에 걸친 수정과 보완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1시기 즉 '자본주의 1.0'은 나폴레옹에 대한 영국의 승리에서 시작해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에 이어 대공황으로 막을 내리는 '자유방임 자본주의'로 모든 경제는 시장에 맡겨두자는 이론이다.

대공황 이후 정부가 적극 개입함으로써 유럽에서는 복지국가정책이 빛을 발하고, 미국에서는 뉴딜정책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시기가 2기인 '자본주의 2.0'이다. 이 시기의 '사회 민주주의', '복지 자본주의'는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으로 3기 '3.0'시대로 전환된다. 이것이 바로 대처와 레이건의 시장 혁명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이다. 국경을 허물고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하여 승자만이 살아남는 비정한 정책으로 출발부터 공정하지 않았다. 이 이론을 주도한 선진국에게 유리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없는 후진국 고유의 산업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기 시작했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후폭풍에 엉뚱하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속절없이 함께 당해야만 했다. 그것도 호되게 당한 것은 위기를 초래한 자와 기업이 아닌 중산층과 서민들이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폐해를 남긴 '3.0'에 대해 전 세계인들은 수정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3.0'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세운 이론이 바로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이다.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되,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사회의 유기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른 바 '따뜻한 자본주의'가 그것이다. 키 높은 나무만 자라는 숲이 아닌 관목과 이끼가 공생하는 건강한 숲을 조성하듯 경제활동을 이루는 모든 경제생태계가 고루 혜택을 보자는 것으로, 기업의 사회적 연대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여러 선진국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도 3.0 자본주의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기업에게 수 차례 상생의 경제를 권고한 바 있다.

그 결과 한 국내 최대 기업에서는 중소업체에서나 해야할 MRO(소모성자재공급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으며, 다른 대기업들 역시 사회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행복(Happniss), 박애(Philanthropy) 등을 키워드로 하는 '자본주의 4.0'.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일찍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에 다름 아니다. 즉 회향(回向)과 보시(布施)의 빛[光]이 문제 해결의 키워드이다. 세상의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두 태양[大日]에서부터 나온다. 대일인 법신 비로자나부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 사는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지만, 물질의 눈으로만 보려하기 때문에 그 빛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물질에 눈이 멀어 대일의 회향의 빛과 보시의 빛을 보지 못하는 탓이다.

물질이 강조되는 이 시대, 부처님께서는 여러 법문으로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자성[佛性]을 회복하여, 회향과 보시의 빛[光]을 되찾을 기회인 것이다. 따뜻한 사회, 함께 하는 사회에 이르는 길은 하루 빨리 몸 안의 부처님[光]을 찾아 불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부처님의 빛을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더욱 따뜻해지고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