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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편집부   
입력 : 2011-06-03  | 수정 : 20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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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고뇌에 찬 불제자가 하얀 고깔을 쓰고 춤을 춘다. 맑은 눈이 일순간 밤하늘의 별빛을 담는다."

지훈 조동탁선생의 시 승무(僧舞)의 아름다움을 평문으로 부분 인용해 본다. 지난달은 지훈 선생의 몰 43주기였으며, 당신의 고향인 경북 영양 무실마을에 자리한 지훈문학관에서 그 분을 기리는 잔치가 있었다. 지훈문학상 수상식 10주년 자리이기도 했던 축하자리에서 고려대 김인환 선생은 특강을 통하여 당신 사상의 요체를 '통합사상의 대통령급 학자'로 요약했다.

지훈 선생은 1962년 민족문화연구소를 개소하여 후학에 이르기까지 지조, 지고, 지순한 국학자로서도 헌신적 노력을 다하셨다.

공부든 집짓기든 청년시절부터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은 중요하다. 필자는 부끄러우나 청년시절, 잔 스승은 만났으나 큰 스승은 만나지 못하였다. 물론, 큰 스승을 만나는 것은 스스로 준비된 재능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힘이 닿지 않는 운도 필요하며, 그것이 유독 청년시절에 있었다면 큰 복이라 믿는다.

아쉽게도 지금은 떠나고 없는 대통령급 큰 스승들을 외람되나마 곱아본다. 큰 스승은 예외 없이 법문(法文·진리의 학문)에 깊은 통찰력이 있었으며 민족사적, 이념적 푯대가 뚜렷했다.

작금, 자본에 도리질 당하는, 아니 나아가 탐욕적인 교육부조리가 우골탑에 자리하여, 더 나아가 주인 행세하는 도둑의 모습이 된지 오래다. 언필칭, '은행원급 학자'가 빼곡이 자리 잡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번뇌 속에 있어, 우리는 여전히 더 간절하게 만다라를 어우른다. 그리하여 먼 나라에 있는 박지성 선수가 바르셀로나팀의 골문에 공을 넣든 아니던, 고뇌는 진행 중이다. 다만, 일순 망각할 뿐. 아무리 공(空)으로 색(色)으로 이름짓기를 하여도 '번뇌는 별빛이라.' 즉, 대낮의 눈을 감게 하는 햇빛보다 깊은 밤의 한 점 별빛이 더 법문에 다가서게 한다.

우리는 뉴욕이나 여의도에서 돈을 세는 손가락 보다 히말라야 사원에서 만다라를 돌리는 손가락이 더 행복하다고 믿고 싶다.

정말 그런가.  우리는, 당신은, 나는.

강태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