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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운 나

편집부   
입력 : 2011-04-01  | 수정 :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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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眞我)'는 불교의 중요한 화두다. "나는 여여(如如)하며 목전에 진리 아닌 것이 없다. 이를 깨우치면 용심(用心·마음 씀)이 없어진다. 이것이 불성에 다름 아니며 수행, 그저 수행할 뿐이다." 지면을 통해 접하는 고승대덕의 말씀 요지는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참나가 무엇인지 묻는 물음엔 그저 웃음으로 답하신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깨닫고 느끼는 것이지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헤아릴 수밖에. 불교에서는 '참나'를 구하면 궁극에 '망아(忘我)'에 이른다 한다.

기독교는 그리스도에게 나 자신을 맡기지 않은 삶을 긍휼히 여긴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를지라." 복음서를 보면 하느님에게 귀속함으로써 안식과 평안을 얻는 것이지 유한자인 인간이 무엇을 꾀하는 것은 도로(徒勞)에 그칠 뿐이라고 경고한다. 처음부터 나를 버리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자기를 구하는 통로에 들어섬에 있어 불교와 기독교의 입장이 큰 차이가 있는 듯 보이나 순서와 방법론의 문제일 뿐 비슷하게도 여겨짐은 어인 일인가.

지혜를 담은 고전이나 생활지침서를 찾아보아도 '참다운 나'가 어떤 개념인지 손에 잡히는 가르침을 주지 않는 것은 각자 스스로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음을 깨우치려는 것인가. 나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하고 이를 위해선 의식의 각성이 필요함을 느낀다. 자기성찰 속에서 내가 주인인 삶을 찾아야 한다. 대상이나 타인의 삶에 나를 방기(放棄)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 의지로 결단하고 세계를 향해 내 자신을 투기(投企)하는 삶.

저잣거리 보통사람인 나는 어떻게 해야 '참다운 나'의 경지에 들어선단 말인가. 나의 본질은 무엇이며 나의 좌표와 위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나를 향한 순례 길 입구에서 여행 채비를 하다 말고 그런 질문을 언제 했느냐는 듯 다시금 천연스럽게 일상의 분주함에 복귀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언제쯤 정신적 유아기를 벗어나는 것일까. 바라건대 내 존재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김창식(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