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지상법문

낮아져서 오른다
긴 겨울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김없이 계절은 봄을 향하여 하루가 다르게 나아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작년 벽두 이래로 우리 모두를 강타한 바이러스 사태도 이젠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느낌마저 느끼면서, 올해는 백신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지혜로운 대안으로 지난 일 년간 경제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고통받아온 많은 이들이 하루빨리 그 같은 시련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대하며 또 그리되기를 손 모아 서원해 본다.불자들 모두에게 널리 알려진 금강경 첫 부분에서는 부처님께서 머무시던 기원정사에서 나오셔서 탁발하시고 돌아오셔서 공양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부처님께서는 거처로 돌아오신 후 공양하시고 발을 씻으신다는 내용이 나온다. 부처님께서는 맨발로 걸어서 마을에 탁발을 다니셨다고 한다. 그 당시에 부처님께서 신으실 만한 신발이 없으셨던 것일까? 아니면 부처님께서 신발 신기를 거부하신 것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던 ...
2021-03-08
당체법문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 퇴치를 염원하는 가운데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였다.“일 년 중에 행복함은 새해 불공함에 있고...” 라는 종조님 말씀처럼 진언행자들은 새해 새출발 하는 지혜로 새해대서원불공과 새해49일불공으로 서원 정진 원력을 세운다.새해불공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불공으로 어느 월초 불공보다 정성 담긴 희사와 염송으로 마음 모아 불공 정진을 한다. 또한 불공 기간 중 보고 들은 일과 경험을 법신불의 ‘당체설법’이라 보고 그 설법을 ‘당체법문’으로 깨치기 위하여 정진을 증장 시키기도 한다.‘내가 체험하고 있는 좋고 나쁜 모든 일은 법신불의 당체로써 활동하는 설법이라.’(실행론)“불공 중 아파트 수도관이 터졌어요... 불공 중 접촉사고를 보았어요... 불공 중 앰불런스를 여러 번 보았어요....”등등 불공을 마치면 여러 가지 질문을 받는다.당체법문을 깨치기 위해 스스로 식재 증익법을 세우기도 하고, 때론 스승님께 질문을 하여 자신의 허물과 결점을 참회하는 법을 깨치...
2021-02-16
새해맞이 서원
새해를 맞이하고 곧 설날이 다가옵니다. 올해 양력 2월 12일이 음력으로는 1월 1일 설날입니다. 절기로 보았을 때, 음력설 아침에야 진짜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12간지 동물 모두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소는 개와 더불어 우리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데다가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입니다.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원하는 바를, 그리고 남들보다 더 풍족해지고, 남보다 앞서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서원합니다. 그 원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고 해마다 첫날이 되면 이런 의식을 치루기도 합니다. 일출뿐만 아니라 나무나 돌, 산과 강을 두고도 서원을 합니다. 이런 의식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고, 삶이란 게 본디 제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그런데 과연 떠오르는 해가 우리의 원을 들어주기나 할까요? 해는 분별하여 빛을 내리지 않습니다. 해는 누구...
2021-01-25
참 보살이 되자
올해 코로나로 지친 전 국민의 트롯트 열풍을 이끈 모 TV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선을 차지한 가수의 노래 ‘찐이야’의 ‘찐찐찐찐 찐이야 완전 찐이야 진짜가 나타났다. 지금’이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문득 우리는 이름만 ○○○, □▢▢보살로 불리우지만 과연 진짜 제대로 된 ‘참 보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사님의 공무로 인한 출장으로 혼자 수요일 불사를 집전하게 되었고, 보살님들에게 “우리는 이름만 보살이고 말이 앞서는 가짜 보살 보다는 실천하고 수행하는 찐 보살이 되어야 합니다. 보살님들 저랑 약속합시다.”라고 법문을 하니 보살님들이 웃으면서 “예.”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가 심인당에서 흔히 말하는 보살의 진짜 의미는 원래 ‘보리살타(菩提薩陀)의 줄임말로서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하며,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뜻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보살의 확연한 의지...
2020-12-29
마가 공덕 된다
눈을 뜨니 해가 떠서 환한 아침을 맞이함이 감사하다. 저녁에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밤이 있어 고맙다. 아주 당연한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한해가 거의 저물어 가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세계는 포스트(post 이후) 코로나 시대를 말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는 시작일 뿐인지 모른다고 말하며 기후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은 계속해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새로운 형식의 사회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 특징을 보면 일명 뉴노멀(New norma,새로운 가치)시대라고도 명칭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이 대 변화를 맞은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물리적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언택트(Untact)문화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또한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네이션 퍼스트(nation first),즉 자국 우선주의를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을 관측하고 있다. 그리고 아울러 친환경이 강조된다고 본다. 코로나19는 무차별적 개...
2020-12-17
사람이 희망이다.
미장원에서 머리에 파마 롤을 말던 미용사가 “내 팔자가 개 팔자보다 못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왠 팔자타령을 그것도 개 팔자랑 비교하세요?”그러자 미용사는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남편이 집에서 기르는 시바 견(犬)의 다리를 주무르며 자신을 쳐다보고 “이제 와? 빨리 저녁 줘.”라고 말한 뒤 계속 개다리를 주무르기에 왜 그러고 있냐고 묻자 오늘 개가 산책을 너무 많이 해서 다리가 아프니까 만져 주는 거라고 얘기 했단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온 부인의 다리는 무쇠다리인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밥부터 달라고 하는데 문득 ‘저 개보다 내가 못 하구나’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불만 가득한 미용사에게 “그럼 다음 생에 사람에게 이쁨 받는 개로 태어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바로 대답했다.최근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 숫자가 천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예전에 비해 개인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타인과의 소통 및 관계가 원만하지...
2020-11-30
소리로 소리를 듣는다
어느새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성했던 나뭇잎들은 마지막 한 방울 물기마저 다 짜낸 채 바스락거리며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을은 인과의 법과 더불어 윤회의 법을 실감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계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매를 맺은 다음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 그자체로 하나의 윤회인 것입니다. 몇 억 겁 년에 걸쳐 나고 죽는 것이 윤회라면, 극락과 지옥이 현생에 있듯이 윤회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매순간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라는 질병도 인과의 법과 윤회의 법에 따라 일어난 것이니 언젠가는 소멸할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전염병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경제적 폐해도 심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로 집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가족 간의 갈등도 점점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한 보살님이 이런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
2020-11-12
바른 믿음
작년에 심인당을 신축하느라 임시로 심인당과 사택을 세를 얻어 세입자로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새벽부터 심인당에 계명정진을 하러 정사님과 같이 나왔다가 월초불공에는 내가 할 염송이 더 많아서 정사님이 먼저 사택에 가고 혼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기다리던 버스는 바로 오지 않았다. 보살님들 역시도 임대 심인당은 ‘남의 집’이라며 정이 안 가는 듯 “전수님 언제 우리 심인당 완공이 되나요?”하고 궁금해하였다. 그러나 심인당에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심인당 불사 시간에 맞춰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는 보살님들의 수고로움도 알 수 있었고, 임대 심인당에서 보면 건너편에 새로 쑥쑥 지어져 올라가는 심인당의 모습이 보여서 보살님들과 그 모습을 보며 원활하고 안전한 심인당 신축공사가 되기를 서원을 하고 그동안 보살님들보다 참 편안하게 ‘우리 집’이라는 ‘심인당 울타리’ 안에서 불공 해왔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도 들게 되었...
2020-10-27
지은 대로 받는 인과법칙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이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다. 비가 원 없이 내리던 여름이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계절도 어김없이 여름은 가고 가을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는 코로나19도 당연히 그 인연이 다하면 우리 곁에서 사라질 것이다. 언제 그런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또는 ‘그때가 그래도 양반이었지’라는 말을 되뇌이는 더 힘든 시절이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절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나가야 할까? 요즘 코로나19 시대에 맞이하여 대구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면 다음 4가지를 묻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햇빛,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걸었던 것이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크게 웃었던 것이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친밀한 벗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벗고 책을 읽었던 것이 언제인가. 이 4가지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오래전 일이라면 몸과 마음이 병이 든 것은 지극히 당연...
2020-10-12
나는 조상이며 자손이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코로나19는 ‘민족 대이동’인 추석 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고향 큰집에 가지 않고 노트북 등 화면으로 참여하는 ‘비대면 차례’를 지내자고 한다. 또 묘소에 직접 가지 않고 컴퓨터 화면을 보고 성묘하는 상황도 생겨났다.‘비대면 차례’와 ‘비대면 성묘’ 등의 대안책을 보면서 ‘먼저 온 미래의 명절문화’를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조상강도” 법문을 하신 회당대종사의 혜안이 더 크게 다가왔다.“조상과 부모의 제사를 지키지 못하는 형제나 자손들은 제사 대신 강도를 해야 한다. 자식들이 각각 흩어져 있더라도 이 법이면 다 강도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웃에 살아서 제사지내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넓게 흩어져 살아야 크게 살게 되니 각자가 사는 곳에서 강도하는 것이 크다.”(실행론 3-7-6)보일 시(示)와 또 차(且)의 두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가 조상 조(祖)이다. 흔히 조상은 뿌리에 비유하며 자손은 가지와 열매에 비유한다....
2020-09-22
자녀들에게 물질보다는 진리의 유산을
어느 화창한 날 보살님들을 모시고 신교도님 가정 방문 길에 차창 너머로 재개발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어느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였을 낡은 건물들이 헐려 나가고 오래지 않아 그 빈 땅에는 멋진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땅’ 하면, 왠지 조상님들이 떠오릅니다. 땅을 다져 집을 짓고 땅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던 우리의 조상님들. 그분들이 다지고 개간한 집과 논밭은 곧 우리를 보호하고 먹여 살리는 고마운 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 누리의 들짐승과 날짐승들도 땅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 조상님들은 땅을 곧 생명의 원천으로 받아들이면서 소중하게 여겨왔습니다. 땅은 언제나 받드는 대상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땅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땅 투기의 역사는 1966년 강남개발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강남은 개발 전에는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농토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곳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
2020-08-28
기쁘게 버릴 수 있는 마음
“제5절 십일희사공덕 (가)십일희사 하는 마음은 금송아지와 같고 우리 마음은 도깨비와 같다. 우리 집에 금송아지가 있는 줄 모르고 액수가 많아지면 인색한 마음이 일어나서 십일희사를 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면 그날부터 복의 문이 닫힌다. 십일희사는 균평(均平)하고 차별희사는 굴곡이 심하다. 십일희사를 규정적(規定的)으로 실천하는 법을 세워야 한다. 매일 빠짐없이 정시 하는 법을 세워가는 데 희사법이 서게 된다.”<실행론 4-6-4>먼저 교화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업을 오랫동안 하는 각자님을 내조하면서 신행생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보살님이 있었다. 각자님이 젊을 때부터 사업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때에는 진각종에 인연되기 전이어서 허투루 나가는 돈이 많았고 보살님이 생계를 꾸려야 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웠다고 한다. 보살님이 진각종에 인연되면서 스승님의 법문을 듣고 ‘백일희사법’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법을 꾸준하게 실천하던 중 한 차례의 고비가 있었다면서 참회를 한...
2020-08-10
세세생생 남는 것은 오직 마음공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생각지고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와 발맞추어 새로운 코로나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악수를 권하는 것도 실례가 되고 여럿이 어울려 모임을 가지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증폭되면서 운동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운동하면 멋진 몸을 만들려는 다이어트와 연관 짓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뇌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운동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울퍼트(Daniel Wolpert)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 뇌의 목적은 오로지 움직임을 유발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물들만 뇌와 신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운동이 단순히 토파민 분비로 인하여 기분 상승과 몸의 기능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생존하기 위하여 뇌를 강화하여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이토록 커다란 뇌를 갖게 된 이유는 인간이 생...
2020-07-28
팔풍(八風)과 마음공부
우리들의 마음은 변화무쌍하여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깥 대상 경계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 마치 파도에 흔들리는 나룻배처럼 어지러이 움직이는 마음을 붙들기 위해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외우며 마음 훈련을 하고 있다.우리 인생은 팔풍(八風)에 흔들리며 살아간다.팔풍(八風)이라 함은 여덟 가지 좋고 나쁜 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므로 바람에 비유하여 이름 붙인 것이다.당송시대 유명한 문장가 소동파의 일화이다.어느 날 불경에도 조예가 깊은 소동파는 여산의 불인(佛印) 선사에게 게송을 하나 써 보내 은근히 유식을 자랑했다.“부처님께 머리 조아리니 백호광명이 온 세상을 비춥니다. 여덟 가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단정히 앉은 부처님이라 하겠습니다.(稽首天中天 毫光照大千 八風吹不動 端坐紫金蓮)”이를 본 선사는 간단하게 “헛소리”라고 해 버렸다. 소동파는 섭섭해서 금산사로 찾아가 “이 게송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요?”라며 따졌다.불인선사는 “팔풍취부동이라 하더니 헛소리 한마디에 강을 ...
2020-07-13
미운 사람은 나의 부처님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걸 보면, 어느새 온 세상이 무더위의 한 가운데로 돌입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몰고 오는 파장은 아직 끝나지 않고 신도님들과의 대면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여서 봄은 언제 지나갔는지 느낌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한쪽으로만 기울어지지 않아 올여름이 시작되는 날, 희망을 주면서도 참 재미있는 지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6백 마지기라는 대규모 호밀 농사를 짓는 어떤 분이 자기 농장에 ‘잡초 공적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농사짓는 이가 잡초를 기려 공적비까지 세웠다니, 자그마한 텃밭 농사라도 지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일입니다. 잡초는 뽑고 또 뽑아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애써 가꾼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참으로 필요 없고 미운 존재이며 게다가 장마철이 되어 잠시 손을 놓으면 잡초가 마치 제 땅인 양 무성하게 자라납니다. 그런데 공적비라니 얼른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농부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
202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