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다그치지 마세요
몇 개월 전 친구네 집에서 풍로초 꽃을 처음 봤다. 손톱만 한 크기다. 앙증맞은 모습이 옹알이하는 아기 같다.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베란다에선 봄인 양 꽃 잔치가 한창이다. 탐이 나서 당장 나누어 달라고 졸랐더니 한 줄기를 잘라 준다. 물만 제때 주면 일 년 내내 꽃을 피운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생명력이 끈질겨 새로운 곳에서도 적응을 잘 한단다. 번식력도 대단해서 금방 새끼를 친다니 마음은 벌써 꽃길을 걷는다. 작은 화분에 심어 애지중지 모셔 왔다. 물을 흠뻑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식구가 많이도 늘었다. 자리가 비좁았다.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분홍 꽃이 조롱조롱 매달렸다. 분갈이할 화분이 마땅찮아 대추나무를 심었던 큰 화분으로 옮겼다. 적당한 화분이 없다는 핑계로 넓은 곳에 심어 당장 더 많은 꽃을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길게 늘어진 줄기는 중간중간 잘라내 빈자리에 듬성듬성 꽂았다. 화분 지름이 60센티미터가 넘는지라 심은 둥 만 ...
2018-03-13 09:27:45
작심삼일(作心三日)
작심삼일(作心三日),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지나지 못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사자성어다. 결심이 굳지 못한 마음가짐이나 행동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닌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연초(年初)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할 때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해보지만, 그 실천이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럼 또다시 음력 새해에 의미를 부여하며 계획하고 실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역시.... 따뜻한 봄을 넘기지 못한다. 돌이켜 보니 매년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 왔다.목표를 세우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 결과 역시 고스란히 내 몫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을 다그쳤는지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작심(作心)하여 시작하고 정성을 다한 처음 며칠의 중요성이다. 그동안에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에서 일 년까지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하고자 했을 때, 그...
2018-02-26 09:25:46
아주 특별한 수업,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차가운데 연구실에서 강의 준비를 하다 보니 새삼 예전에 맡았던 교양 강좌가 떠올라서 미소를 짓게 된다. 교양강좌는 정말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도 성실하게 해서 개설하겠다고 신청하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거 같다. 위덕대학교에 몸을 담고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교양과목으로 개설했던 과목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보람된 강좌는 모두 인문학과 관련된 과목이다. 문학 전집을 읽었던 학창시절을 보내서인지 학생들에게 유난히 독서를 권하는 버릇이 있다. 신입생을 지도 학생으로 배정받으면 독서 노트까지 건네면서 졸업할 때까지 노트를 모두 독후감으로 채우면 근사한 선물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은 선물을 받은 학생이 없다. 다만 ‘무슨 선물 주실건데요?’ 하고 물었던 학생은 있다. 지금 군 복무 중인데 복학하면 아마 독서미션을 해내지 않을까 하면서 기대하고 있다. 교양 과목 중 본인의 전공과는 다른 인문학 관련 강좌로 매 학기 수업계획서를 준비할 때마다 고민과 즐거움이...
2018-02-09 09:33:58
올바른 운동방법과 건강인식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이다. 의식주가 해결되니 자연스레 여가 생활에 관심이 커졌다. 캠핑, 골프, 등산과 같은 관련 스포츠 용품의 사업규모가 그 열기를 가늠케 한다. 또한 어둠이 깔린 저녁 도심을 가로지르는 러닝크루(running crew)와 한강변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는 사람들, 주말마다 전국의 산과 바다를 무대로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경쟁하는 철인들 등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운동이 삶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직업으로 운동을 가르치고 있는 내가 머쓱해 질 정도로 그들은 이미 운동에 대한 상당한 지식도 갖추었다. 가히 건강과 운동의 르네상스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렇게 스포츠가 생활화되어 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건강의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롯된 왜곡된 신체 이미지 형성과 지나치게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운동 방법의 유행 ...
2017-12-28 09:13:52
어린이와 손씻기 위생교육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도 식중독 사고가 간간이 보도되고 있으며 특히 취학 전 영유아(만1세~만6세)를 위탁하여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서는 계절과 관계없이 위생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1세에서 만6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완전하게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면역기관이나 소화기능이 완전하지 못하므로 적절한 식사내용이나 비위생적인 환경은 식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은 무엇인가를 만지거나 집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유해한 세균들에게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노출되는 신체부위이므로 ‘세균의 온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감이나 식중독, 유행성 결막염 등 각종 질환의 70%이상이 손을 통해 전염되며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보다는 오히려 병균이 묻은 손을 입에 대거나 손으로 만진 물건에 신체의 일부분이 접촉을 함으로써 감염된다. 조리사의 손이 식중독균(노로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경우 익히지 않은 음식을 조리하거나 배식할 때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식중독...
2017-12-14 09:28:07
사랑일까
“어머니 얘 두 시간만 봐주세요. 급한 볼일이 있어서요. 얌전히 있으라고 단단히 일러 놓았으니 말썽부리지 않을 겁니다. 목욕시키고 화장실도 다녀왔어요. 간식만 주시면 돼요.” 혼자 자취를 하는 아이 친구가 녀석을 맡기고 선걸음에 돌아선다. 싫다 좋다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동생처럼 끼고 다니며 좀처럼 남에게 맡기지 않는지라 조심스럽다. 가끔씩 집에 데려 오면 무릎에 앉혀놓고 만져주고 눈 맞추며 동생이 아니라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것 같았다.떨떠름한 표정으로 녀석과 마주 앉는다. “형한테 주의 사항 잘 들었지. 미안하지만 난 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형의 부탁이라 할 수 없이 들어 주는 거야.” 녀석은 눈도 맞추지 않고 구석에 앉아 제 옷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단둘의 만남은 처음인데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저러는 걸 보면 어디 불편한가.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대 놓고 속내를 보인 게 걸려 옷을 벗겨놓고 몸을 살핀다.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니 옷이 문제였던 모양이...
2017-11-27 09:20:42
학교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체육(體育)’ 글자 뜻 그대로 ‘신체를 기르는 것’이다. 여기에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덧붙이니‘체육교육(體育敎育)’이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체 활동을 통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현장의 체육 교사들 대부분이 이러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으로서 최대한 교육적인 해답을 찾아보고자 노력해보았지만, 대답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는 것 같다. 참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도교수로부터 얻는 교육적 영감과 함께 학문적, 인간적 교류를 나누는 벗, 그리고 열정적인 동료 교사들이 주변에 있어 그들로부터 방향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그리고 매우 뜨겁다. 교육의 중심은 당연히 공교육이어야 하나 언젠가부터 사교육의 덩치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이러한 비대칭에 대해 모두가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항생...
2017-11-10 09:04:49
외식산업학부의 특별한 동아리 ‘포항로타랙트클럽’과 행복한 동행
위덕대 외식산업학부는 재학생이 개인의 실기 실력도 기르고 또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면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전공 교수의 특성에 따라 꽤 많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는 한식, 양식, 일식의 조리, 제과, 쵸컬릿 등 학과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바리스타, 푸드카빙까지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동아리는 모두 재학생이 중심이 되어서 지도교수님의 조언과 전문가 지도를 자양분으로 하여 대학생활을 보다 충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당당히 하고 있다. 반면 순수하게 외식산업 전공학생들만 가입하여 2006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포항로타랙트클럽’은 학생들의 전공 실력을 십분 활용하는 봉사동아리이다. 한재숙총장님께서 회원으로 활동하셨던 ‘포항로타리클럽’이 후원자로 봉사활동 동아리로 10여명의 재학생들이 학부 식음료실습실에서 출범하였다. 사회복지학과 장덕희교수의 소개로 ‘포항 선린애육원’ 원장님과 면담 후 봉사활동 내용을 정하고 매달 두 번째 토요일 방문하였다. 봉사활동은...
2017-10-26 09:08:31
산의 외침
‘제집도 아니면서 제멋대로다. 나는 나대로의 특성이 있건만 말이 없으니 무시하는 것일까. 힘이 없다고 얕보는 것일까. 징징 대며 우는 아이보다 속으로 삼키며 참는 아이가 큰일 낸다는 걸 모르는 것인가. 대항하지 않는다고 멋대로 했다가 나중에 그 대가를 무슨 수로 받을 작정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눈감아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내가 참아 준다손 치더라도 하늘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구잡이로 깎아내고 쇠막대기를 박고 콘크리트를 입히니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곳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장식품을 달듯 곳곳에 손을 댄다. 운동 기구도 그렇다. 한두 군데 설치하는 건 어떠랴.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까지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이용 할 수도 있고 자투리 시간에 잠시 요긴하게 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중턱, 꼭대기 등 군데군데 버티고 있다. 산인지 헬스장인지 혼란스럽다. 나의 본 모습을 즐기고 느낄 수는 없을까.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이 불감당이다.설치...
2017-09-29 09:33:30
작은 아이로부터의 큰 가르침-견해, 서로 다르기에 더욱 소중한 것
매주 토요일이면 세 살 배기 딸과 함께 문화센터로 향한다. 아이의 발레수업에 함께 가기 위해서이다. 배운지 5개월 정도 지나니 제법 손동작과 발동작이 그럴듯하다. 고슴도치 사랑이지만 이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예쁘고 소중하다. 그렇게 한 주의 피곤이 딸의 웃음소리와 함께 녹아내린다. 문화센터에는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강좌뿐만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곳에 가면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인 것이다. 가끔 일요일에는 특강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율동 공연과, 마술쇼, 옛날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요일을 앞두고 조금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딸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 즐거움이 가득해진다. 그렇게 문화센터 수업과 특강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있었던 비눗방울 거품놀이 특강에서 일이 나고 말았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작 전 10분부터 줄을 선다. 출입문이 하나이고 신...
2017-09-15 09:42:49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어린이급식 위생관리
취학 전 영유아(만1세~만6세)를 위탁하여 보육하는 어린이집은 오전 7시 반에서 오후 7시 반까지 어린이를 돌보고 있으며 보통 점심과 간식 2회(오전, 오후)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급식에 대하여 직접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고 주방용구(칼, 도마, 식기, 행주 등)를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칼과 도마는 구별해서 사용(어류, 육류, 채소류 )하라고 영유아보육법 제34조에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상한 원료나 완제품을 조리할 목적으로 보관하거나 조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한번 급식에 제공된 음식을 재사용하는 것도 방지하고 있으며 부패나 변질의 위험이 큰 식품은 냉동·냉장 보관하도록 하였다. 조리 종사자는 조리 복장(조리모, 앞치마, 위생복)을 반드시 갖추고 개인위생관리를 하도록 하였고 먹는 물(음용수)은 끓여서 사용하고 정수기 필터의 정기적 교환 및 식재료 보관실, 조리실의 정기적인 소독도 강조하였다. 만일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할 경우 수질검사(먹는 물 수질기준 및 검사...
2017-08-31 09:47:36
지하철 풍경
지하철역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리라 덮어 두기엔 당황스러운 때도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눌 때도 있다. 정이 오갈 땐 처음 보는 사람도 친근감이 느껴진다.#1 나화장실 세면대에서 할머니가 수돗물을 튼다. 거울을 보며 구석구석 얼굴을 살피더니 무얼 찾는지 가방을 한참 뒤적인다. 물은 저 혼자 흐르고 할머니는 계속 딴전을 피운다. 옆 사람이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없이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수도꼭지를 잠근다. “별 여편네 다 보겠네. 손 씻으려는데 물은 왜 잠그느냐고. 저나 잘할 것이지 웬 참견이야. 남이야 뭐를 하든 내 맘이지. 그까짓 물 좀 틀어 놓으면 어때서. 물 값이 몇 푼이나 한다고 난리야. 재수 없게.” “할머니,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일이죠. 이게 할머니 소유물은 아니잖아요. 소유물이라도 그렇지. 온 나라가 가뭄으로 난린데 이러시면 곤란하죠.” 할머니의 큰 소리에 아주머니도 물러서지 않고 되받는다. 콸콸 흐르는 물...
2017-08-14 09:37:11
수행, 그 들어섬과 나섬의 무게
어느덧 진각종과 인연을 맺은 지 수년이 흘렀다. 지나간 시간만큼 종립학교 교사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교육관을 실천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분노로 평정심을 잃었을 때 여전히 자신을 다스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염송을 통해 어질러진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작은 변화가 실감이 나기도 한다. 처음 심인당에 들어섰을 때 차분하고 고요한 공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리고 불사 중 경험하게 된 염송은 신기하기도 하고, 취해야 하는 자세가 어색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염송의 의미를 이해한 후에는 제법 자연스러움이 몸에 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바로 앉은 자세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염송 중에 상체를 자연스레 좌우로 흔들며 리듬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는 한 자세로 고정된 나의 골반과 무릎, 발목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염송 시간이 지나고 정사님의 말씀을 들을 때 즈음 다리가 점점 저...
2017-07-31 09:18:19
웨일 라이더
지난주 기말고사를 마친 중학생 딸이 읽을 만한 책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해서 책장을 둘러보다가 눈에 꽂힌 책이 있었다. 작가 위티 이히마에라(1944~ )의 장편소설 ‘웨일 라이더(Whale Rider·고래를 타는 사람)’다. 오랜만에 다시 읽고 나니 감회가 새로울 뿐이었다. 10여년 전에 울산 고래축제를 보면서 고래와 관련 된 이야기를 찾다가 발견한 소설이었다. 작가 위티 이히마에라는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출신으로 영어로 소설을 쓴 선구자라고 한다. 소설 ‘웨일 라이더’는 2002년에 발표하여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것은 2004년이다. 2004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내용은 마오리족의 신화에 근거한다. 마오리족의 시조인 파이키아는 고래를 타고 왔다고 전해진다. 파이키아는 고래와 소통이 가능했으며, 마오리족에 있어서 고래는 자신들의 조상을 데려온 수호신인 것이다. 고래는 파이키아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바다로 돌아갔고, 세월이 흘러 인간들은 점차 고래와 교감하는...
2017-07-17 09:20:45
가족
우리 꽃비가 하도 기운을 차리지 못해 데리고 나왔다오. 집안에만 있으면 더 늘어질 것 같아 바람이라도 쐐야 하겠다 싶어서. 돌이켜보면 꽃비를 처음 만났을 땐 젊었지. 저나 나나 이제 나이가 있으니 움직이는 게 귀찮아. 그래도 어째. 나야 그렇지만 얘가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얘 없으면 나는 못 살아. 자식이야 있지만 날마다 찾아올 여유가 있나.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세상인데 내가 이해하고 살아야지.꽃비가 내 생명의 은인이라오. 오육 년 전인가. 얘 아니면 죽을 뻔했지 뭐야. 며칠간이나 몸에 열이 나고 목이 칼칼해서 감기인가 했지. 그만 일에 병원 가기도 번거로워 꿀물이랑 생강을 다려 마시곤 했는데 차도가 없어. 이삼일 그러다 말겠지 싶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지. 꽃비랑 항상 같이 자거든. 내 침대 옆에 누워 있다가 작은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현관 입구를 살피고 오는 거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겠어. 그날은 꿈인지 생시인지 가위가 눌리고 가슴...
2017-07-03 09:4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