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산의 외침
‘제집도 아니면서 제멋대로다. 나는 나대로의 특성이 있건만 말이 없으니 무시하는 것일까. 힘이 없다고 얕보는 것일까. 징징 대며 우는 아이보다 속으로 삼키며 참는 아이가 큰일 낸다는 걸 모르는 것인가. 대항하지 않는다고 멋대로 했다가 나중에 그 대가를 무슨 수로 받을 작정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눈감아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내가 참아 준다손 치더라도 하늘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구잡이로 깎아내고 쇠막대기를 박고 콘크리트를 입히니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곳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장식품을 달듯 곳곳에 손을 댄다. 운동 기구도 그렇다. 한두 군데 설치하는 건 어떠랴.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까지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이용 할 수도 있고 자투리 시간에 잠시 요긴하게 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중턱, 꼭대기 등 군데군데 버티고 있다. 산인지 헬스장인지 혼란스럽다. 나의 본 모습을 즐기고 느낄 수는 없을까.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이 불감당이다.설치...
2017-09-29 09:33:30
작은 아이로부터의 큰 가르침-견해, 서로 다르기에 더욱 소중한 것
매주 토요일이면 세 살 배기 딸과 함께 문화센터로 향한다. 아이의 발레수업에 함께 가기 위해서이다. 배운지 5개월 정도 지나니 제법 손동작과 발동작이 그럴듯하다. 고슴도치 사랑이지만 이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예쁘고 소중하다. 그렇게 한 주의 피곤이 딸의 웃음소리와 함께 녹아내린다. 문화센터에는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강좌뿐만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곳에 가면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인 것이다. 가끔 일요일에는 특강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율동 공연과, 마술쇼, 옛날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요일을 앞두고 조금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딸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 즐거움이 가득해진다. 그렇게 문화센터 수업과 특강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있었던 비눗방울 거품놀이 특강에서 일이 나고 말았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작 전 10분부터 줄을 선다. 출입문이 하나이고 신...
2017-09-15 09:42:49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어린이급식 위생관리
취학 전 영유아(만1세~만6세)를 위탁하여 보육하는 어린이집은 오전 7시 반에서 오후 7시 반까지 어린이를 돌보고 있으며 보통 점심과 간식 2회(오전, 오후)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급식에 대하여 직접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고 주방용구(칼, 도마, 식기, 행주 등)를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칼과 도마는 구별해서 사용(어류, 육류, 채소류 )하라고 영유아보육법 제34조에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상한 원료나 완제품을 조리할 목적으로 보관하거나 조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한번 급식에 제공된 음식을 재사용하는 것도 방지하고 있으며 부패나 변질의 위험이 큰 식품은 냉동·냉장 보관하도록 하였다. 조리 종사자는 조리 복장(조리모, 앞치마, 위생복)을 반드시 갖추고 개인위생관리를 하도록 하였고 먹는 물(음용수)은 끓여서 사용하고 정수기 필터의 정기적 교환 및 식재료 보관실, 조리실의 정기적인 소독도 강조하였다. 만일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할 경우 수질검사(먹는 물 수질기준 및 검사...
2017-08-31 09:47:36
지하철 풍경
지하철역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리라 덮어 두기엔 당황스러운 때도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눌 때도 있다. 정이 오갈 땐 처음 보는 사람도 친근감이 느껴진다.#1 나화장실 세면대에서 할머니가 수돗물을 튼다. 거울을 보며 구석구석 얼굴을 살피더니 무얼 찾는지 가방을 한참 뒤적인다. 물은 저 혼자 흐르고 할머니는 계속 딴전을 피운다. 옆 사람이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없이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수도꼭지를 잠근다. “별 여편네 다 보겠네. 손 씻으려는데 물은 왜 잠그느냐고. 저나 잘할 것이지 웬 참견이야. 남이야 뭐를 하든 내 맘이지. 그까짓 물 좀 틀어 놓으면 어때서. 물 값이 몇 푼이나 한다고 난리야. 재수 없게.” “할머니,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일이죠. 이게 할머니 소유물은 아니잖아요. 소유물이라도 그렇지. 온 나라가 가뭄으로 난린데 이러시면 곤란하죠.” 할머니의 큰 소리에 아주머니도 물러서지 않고 되받는다. 콸콸 흐르는 물...
2017-08-14 09:37:11
수행, 그 들어섬과 나섬의 무게
어느덧 진각종과 인연을 맺은 지 수년이 흘렀다. 지나간 시간만큼 종립학교 교사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교육관을 실천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분노로 평정심을 잃었을 때 여전히 자신을 다스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염송을 통해 어질러진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작은 변화가 실감이 나기도 한다. 처음 심인당에 들어섰을 때 차분하고 고요한 공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리고 불사 중 경험하게 된 염송은 신기하기도 하고, 취해야 하는 자세가 어색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염송의 의미를 이해한 후에는 제법 자연스러움이 몸에 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바로 앉은 자세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염송 중에 상체를 자연스레 좌우로 흔들며 리듬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는 한 자세로 고정된 나의 골반과 무릎, 발목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염송 시간이 지나고 정사님의 말씀을 들을 때 즈음 다리가 점점 저...
2017-07-31 09:18:19
웨일 라이더
지난주 기말고사를 마친 중학생 딸이 읽을 만한 책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해서 책장을 둘러보다가 눈에 꽂힌 책이 있었다. 작가 위티 이히마에라(1944~ )의 장편소설 ‘웨일 라이더(Whale Rider·고래를 타는 사람)’다. 오랜만에 다시 읽고 나니 감회가 새로울 뿐이었다. 10여년 전에 울산 고래축제를 보면서 고래와 관련 된 이야기를 찾다가 발견한 소설이었다. 작가 위티 이히마에라는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출신으로 영어로 소설을 쓴 선구자라고 한다. 소설 ‘웨일 라이더’는 2002년에 발표하여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것은 2004년이다. 2004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내용은 마오리족의 신화에 근거한다. 마오리족의 시조인 파이키아는 고래를 타고 왔다고 전해진다. 파이키아는 고래와 소통이 가능했으며, 마오리족에 있어서 고래는 자신들의 조상을 데려온 수호신인 것이다. 고래는 파이키아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바다로 돌아갔고, 세월이 흘러 인간들은 점차 고래와 교감하는...
2017-07-17 09:20:45
가족
우리 꽃비가 하도 기운을 차리지 못해 데리고 나왔다오. 집안에만 있으면 더 늘어질 것 같아 바람이라도 쐐야 하겠다 싶어서. 돌이켜보면 꽃비를 처음 만났을 땐 젊었지. 저나 나나 이제 나이가 있으니 움직이는 게 귀찮아. 그래도 어째. 나야 그렇지만 얘가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얘 없으면 나는 못 살아. 자식이야 있지만 날마다 찾아올 여유가 있나.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세상인데 내가 이해하고 살아야지.꽃비가 내 생명의 은인이라오. 오육 년 전인가. 얘 아니면 죽을 뻔했지 뭐야. 며칠간이나 몸에 열이 나고 목이 칼칼해서 감기인가 했지. 그만 일에 병원 가기도 번거로워 꿀물이랑 생강을 다려 마시곤 했는데 차도가 없어. 이삼일 그러다 말겠지 싶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지. 꽃비랑 항상 같이 자거든. 내 침대 옆에 누워 있다가 작은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현관 입구를 살피고 오는 거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겠어. 그날은 꿈인지 생시인지 가위가 눌리고 가슴...
2017-07-03 09:45:22
초발심, 수련이 수행으로…
처음 교편을 잡은 해, 동시에 죽도를 잡았다. 교직 생활을 시작하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운동을 시작해 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 바로 검도였다. 그 흔치 않은 검도장이 신기하게 학교와 집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인연이구나! 나는 주저 없이 입관 신청서를 작성하였고, 그 인연은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모든 운동이 그렇듯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자세란 곧 효율적인 동작을 의미하며, 효율적인 동작은 훌륭한 수행 결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폼이 좋으면 숙련된 동작이 가능하고 이는 오랜 시간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숙련자와 비숙련자의 동작에는 여러 차이가 있지만, 운동을 경험하면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결국, 숙련은 ‘힘을 뺀’ 자연스러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골프든 배드민턴이든 테니스든 간에 숙련자들, 아니 고수들은 힘을 빼는 방법을 안다. 이렇게 힘을 뺀 숙련자들의 동작을 보고 있으면, ‘별거 아니네...
2017-06-20 09:57:33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학동기 이전의 아이들은 주변 환경에 의해 식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또래친구나 가족구성원의 음식(또는 식품)에 대한 선호도, TV 선전 등은 주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다트모스대학의 연구에서 패스트푸드 관련 광고를 많이 본 어린이의 경우 관련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의 방문이 증가하였으며 어린이들의 TV 시청시간은 패스트푸드(햄버거 등) 식당의 방문과 비례하므로 사업가는 TV 선전을 통해 어린이 시청자를 심하게 공략하고 있다고 걱정하였다. 지나친 패스트푸드의 섭취는 고열량, 지방 및 당(설탕)의 섭취로 이어지며 이는 비만이나 건강관련 문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학동기 이전의 어린이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급식과 간식은 이 시기에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를 충족하고 건강을 고려하여 조리해야 한다. 또래 친구와 보육교사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은 좋은 식습관과 편식을 예방할 수 있는 식생활교육의...
2017-05-31 09:31:18
첫 외출
잠꾸러기 딸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움직입니다.차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도로연수를 끝내고 첫 외출하는 날이거든요. 어젠 가슴 졸이더니 아침엔 얼굴이 밝습니다. 잠자는 사이 새가슴이 커진 것인가요. 병아리를 붙일까 말까 망설입니다.“네 수준을솔직하게 알려야 사람들이 배려해 주지 않겠니.” 아이의 마음을 뒤로하고 병아리를 유리창에 꼭꼭 붙입니다. 급한 볼일만 보고 들어와라. 늦으면 꼭 연락하라는 잔소리도 함께 말입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의 푸대접에 잔소리가 허공으로 달아납니다. 엄마의 등쌀에 무임승차한 병아리도 마뜩잖아 보입니다.아이의 표정이 떨떠름합니다. 초보 티내면 봐주는 게 아니라 무시한다며 걱정이 늘어집니다. 그럴 리 없다고 염려를 쫓아냅니다.자신의 첫외출을 생각하며이해해 줄 거라고 다독입니다. 병아리를 한참 쳐다보더니시동을 겁니다.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병아리에게 안전을 당부합니다.오늘은 시계가 느림보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
2017-05-16 10:08:58
생활지도를 통한 마음수행, 마음수행을 통한 생활지도
세상이 변했다. 학교현장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커졌다. 키도 커지고 아는 것도 많아졌다. 그리고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러한 학교의 변화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담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를 하며 그 이면을 생생히 보고 경험하고 있다.짧은 교직 경력이지만 강렬하게 얻은 깨달음이 있다. 바로 학생의 모습을 통해 학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상담을 위해 교사를 찾아온 학부모의 모습을 통해 학생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선명한 거울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반사되어 투영된 잔상이 강하게 남는다. 순전히 개인적 경험에 의한 결과지만 신기하게 이 인연의 적중률은 매우 높다.학생들의 크고 작은 문제와 어려움을 듣고 해결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기분 좋게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은 불만이 가득하고 억울하다. 그리고 부모들은 화가 잔뜩 난 채로 학교를 찾는...
2017-05-01 18:11:57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자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살아가면서 은혜를 입지 않고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하루를 돌아본다. 눈을 뜨면 가족을 본다, 눈으로.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코로. 아침 먹으러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귀로. 한 끼 식사를 한다, 입으로. 밥이며 반찬이며 어디에서 온 것들인가?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온 것들이다. 그저 온 것들이 아니다. 쌀 한 톨, 나물 한 줄기, 생선 한 조각, 고기 한 점도 다른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중생의 은혜다 은혜 중의 은혜는 부모의 은혜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은혜이다. 부모은중경에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는 3말 8되의 응혈(凝血)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血乳)를 먹인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은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업고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須彌山)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설하였다. 부모의 은혜를 구체적...
2017-04-14 09:10:53
미움을 팝니다
요즘 들어 부쩍 ‘미움’이라는 단어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그동안 잔잔했던 연못에 던져진 돌로 인해 마음에 미미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미운 마음 탓인지 하는 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글도 쓰기 싫고 주변 사람들만 보면 그냥 말도 하기 싫다. 한마디로 삶의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최근에 별과 달만을 친구로 삼고 여생을 시골에서 홀로 세월을 보내던 어머니가 두 번의 담석 제거 시술로 인해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독감에 걸려 결국 폐렴이라는 원치 않는 불청객을 맞이하는 바람에 부득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자식 된 도리로 당연히 어머니 건강이 무척 염려되어 일상의 틈새를 헤집고 시간을 내어 먼 길을 거쳐 병원에 도착하여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에 들어섰다.음식을 제대로 드시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쇠약해진 심신 탓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며칠 동안 매우 수척해진 어머니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울컥하여 약간의 짜증스러운 말을 내뱉고 말았다.“저번에 ...
2017-03-31 11:05:59
책상머리
십 년 넘게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양방향 원격시동 경보기. 차 문의 잠금상태를 멀리서도 확인 가능하고, 겨울철 엔진예열도 시간 맞춰 할 수 있으니 감사함이란 더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그 외 잡다한 기능들이 늘 부담이 되고 드물지만 버튼 조작 실수라도 하면 사정없이 울려대는 경보음에 허둥지둥 거리게 된다. 이 정도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또 한 가지 불편사항은 따져 볼만한 사안이 아닐까 한다. 원격시동 상태에서 차문을 일단 열면 정해진 시간(20초) 내에 차 키를 꽂고 on상태로 하지 않으면 시동이 꺼져버린다는 점이다. 짐을 양손에 가득 든 날이 주로 문제인데, 짐에 바닥 먼지를 묻히지 않고는 맞추기 어려운 시간이 20초이다. 밤에는 키 꽂는 곳을 찾아 허둥대다 보면 이 편리한 기기에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시동을 꺼뜨리면 괜스레 실패감도 들기 마련이다. 제작사에 문의하니 도난방지를 위해 세팅된 시간이고 개별 조절은 안된다고 하니 업보라고 해야 하나....
2017-03-16 14:53:49
자기를 바로 봅시다
정호승 시인의 ‘새’라는 시를 읽으면서 이 글을 열고자 한다.새가 죽었다/ 참나무 장작으로/ 다비를 하고 나자/ 새의 몸에서도 사리가 나왔다/ 겨울 가야산에/ 누덕누덕 눈은 내리는데/ 사리를 친견하려는 사람들이/ 새떼처럼 밀려왔다//이 시는 시인이 1993년 11월 모 잡지사의 의뢰를 받고 취재를 위하여 다비식장에 참가했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시이다. 장소는 가야산이고 시간은 겨울이다. ‘누덕누덕’ 눈이 내리는 가야산이 그 배경이다.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 장삼 하나로 살아온 큰 스님의 다비식 풍경이다. 누더기 한 벌로 7년간의 장좌불와를 하고, 백련암에서 ‘천배를 하라’고 호통쳤던 성철 스님의 이야기다. ‘누덕누덕’ 내리는 눈(雪)에서 누더기를 입고 파계사에서 철조망을 치고 묵언정진 했던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눈(雪)은 보는 사람의 눈(眼)에 따라 꽃으로 보이기도 누더기로 보이기도 한다.세상은 있는 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있다. 눈의 본질은 물이다. 물이 끓으면 수증기...
2017-03-03 1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