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편지
며칠 전 한 통의 두툼한 편지를 받았다. 오랜 전 이웃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그 후 지방으로 이사를 가고, 이래저래 소식 끊어진 지 꽤 오랜만에 받아보는 편지였다. 간혹 그림 전시전 소식을 보내오긴 했어도 정작 한번도 가 보지는 못했다. 깨알 만한 글씨로 빼곡이 쓴, 그것도 연필로 꾹꾹 눌려가며 쓴 편지였다. 그 작은 글씨로 A4지 일곱 장을 썼으니 오죽 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었겠는가.
그 전부터도 얼핏 내비치는 이야기 속에는 삶이 그리 평탄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긴 했었다. 요즘에야 흔한 일이지만 20여 년 전, 여섯 살 연하인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남편의 외도로 집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오직 그림에만 매달리며, 더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점점 더 원숙미를 더해 가는 그림에 비례해 몸무게 또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을 그런 악순환의 되풀이 속에 몸과 마음은...
2003-03-18 09:3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