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어떤 편지
며칠 전 한 통의 두툼한 편지를 받았다. 오랜 전 이웃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그 후 지방으로 이사를 가고, 이래저래 소식 끊어진 지 꽤 오랜만에 받아보는 편지였다. 간혹 그림 전시전 소식을 보내오긴 했어도 정작 한번도 가 보지는 못했다. 깨알 만한 글씨로 빼곡이 쓴, 그것도 연필로 꾹꾹 눌려가며 쓴 편지였다. 그 작은 글씨로 A4지 일곱 장을 썼으니 오죽 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었겠는가. 그 전부터도 얼핏 내비치는 이야기 속에는 삶이 그리 평탄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긴 했었다. 요즘에야 흔한 일이지만 20여 년 전, 여섯 살 연하인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남편의 외도로 집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오직 그림에만 매달리며, 더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점점 더 원숙미를 더해 가는 그림에 비례해 몸무게 또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을 그런 악순환의 되풀이 속에 몸과 마음은...
2003-03-18 09:36:08
인간성에 물주는 사람
우리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그 고비를 호되게 극복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우선의 삶을 영위하다 보니 정신이나 마음엔 틈새가 비좁아져 사람다움의 윤기를 잃어가게 되었다. 결국 세상이 삭막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살맛이 안 나고 상대가 왠지 의심스럽고 신뢰감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불신의 풍조가 도처에 산재하게 되어 매사에 신중을 기하지만 결과에 늘 찜찜해 하는 것 같다. 이 모두가 인간성의 상실에서 오는 일이다. 그러나 가만히 삶을 다시 되짚어 보면 인간성의 박토에 거름을 주고 물을 주는 이가 많다고 본다. 이런 것 때문에 세상은 살맛이 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작은 선(善)을 행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이것도 의식적이기 보다 자연발생적이다. 버스나 전철에서 노인이나 장애자, 아기 업은 부녀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가 그들이다. 보기 흉한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는 어린이와 젊은이도 만난다. 또 학생이나 젊은이에게 길을 물었을 때, 손으로 가리키다 말고...
2003-03-18 09:3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