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지난 일요일은 남양주에 있는 어느 절을 다녀왔다. 비 온 뒤라 그런지 말갛게 씻긴 산과 들이 풀어놓은 색감들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절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절 주변에는 온갖 유실수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뜨거운 여름햇살을 견디고 있었다. 빨갛게 익은 보리수 열매며, 살구, 복숭아, 포도, 매실… 적어도 나에게는 어느 것 한 가지도 신기(?)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삭막한 도심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상황과 맞닥트린 탓인지 같이 간 친구도 마냥 감탄사를 연발해대는 것이었다.
농익어 그대로 떨어져 내리는 보리수 열매로 나무 주변은 불긋불긋한 수를 놓고 있었다. 한 움큼을 따서 입안에 넣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한껏 고여 든 입 속에는 내내 미묘한 향이 감돌았다. 한 동안을 그 열매에 취해 있다 이번에는 텃밭으로 나갔다. 여기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감동의 물결을 만났다. 풀 한 포기 없이 말갛게 정돈된 밭에서는 갖은 채소들(고추, 아욱, 상추, 열무, 쑥갓…...
2003-03-18 09:3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