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능성적은 아주 작은 하나의 잣대일 뿐
고등학교 3학년 말, 당시 예비고사를 치른 뒤 점수가 발표된 날의 기억은 정말 아직도 생생하다. 나에게 주어졌던 그 성적은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냉혹했고 어떤 말로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여태껏 그렇게 정확한 나에 대한 평가는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았고, 더 이상 몸부림을 치더라도 그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당시 340점 만점이었던 예비고사에서 내가 받았던 그 알량한 점수는, 생각해보면 학교를 파한 뒤 시화전에 들린다거나 시내 한 모퉁이에서 벌어진 각종 행사장을 누비면서 깎여나갔던 점수에, 정규수업 이외의 학교에서 열린 각종 이벤트에 열정을 쏟으면서 깎였던 점수,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무수한 핑계들을 갖다 붙이면서 합리화했던 수많은 날들로 이래저래 깎여나간 점수들이 누적되면서 나는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내가 하고 ...
2003-03-18 09:4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