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뫼비우스의 띠
독일의 뫼비우스가 기다란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인 도형을 창안했다. 안팎의 구분이 없는 이 띠처럼, 일상에서 우리 삶의 밖이라고 생각하던 일이 어느 새 삶의 안에 깊숙이 와 있곤 한다. 현안이 된 북핵문제와 한반도 위기가 그럴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보통사람들의 생업에서 벗어난 일이라 보는 무관심형을 비롯해, 북한에 대해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양극형, 양자를 아울러 보려는 중도형 등, 그 밑바닥에는 북한에 대한 이해 정도나 신뢰 문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이다. 북한을 보는 시각에 치우쳐 그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는 입장에 따라 내부에서 '남남갈등'이라는 모순을 낳고,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국력을 소모하는 꼴이 된다. 특히 정치권의 분열된 모습을 반성한다면, 북한을 더욱 궁지에 몰지 않고, 또 한반도 전체 이익이 무엇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 대북송금, ...
2003-06-16 12:49:39
생명
두 그루의 자목련나무가 창틀을 배경으로 봄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봉긋하던 꽃송이가 이틀 새 만개되더니 산뜻하게 낙화하지 못하고서 지금은 추하게 나뭇가지에 말라붙어 있는 것이 꼭 주검의 잔해처럼 보입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봄꽃의 무상함과 생명의 덧없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불과 일주일의 머뭄, 그렇게 빨리 지나갑니다. 봄이 지나가고, 젊음의 시간이 지나가고, 인생이 황급한 길로 줄달음을 내칩니다. 나이 듦에 대하여, 노후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계단을 오르는 걸음이 전만 못하고 순발력과 지구력이 떨어지긴 해도 사물에 대한 감회와 감동은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파괴와 살상과 인간애에 대한 보도에는 더 큰 자극을 받게 됩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오늘 아침 TV로 바그다드의 폭격현장을 지켜보며 화염에 휩싸인 정부청사, 자국민의 어떠한 희생보다도 자신의 자존심만이 우선 순위인...
2003-04-15 18:25:51
이미지(Image)
백목련 꽃망울이 따스한 봄 하늘에 볼 부비는 이때 지구 저쪽에서는 전쟁이 터졌다. 미·영 연합군이 3월 21일 밤 이라크를 향해 '충격과 공포' 작전을 개시했다. 공습으로 인한 화염과 버섯구름, 대공포화의 섬광으로 바그다드의 밤하늘은 멍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카메라 앵글이 그 모습을 담아 밤새 안방으로 생중계 되고 있음은 이미 우리가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개전초기 미 지상군은 병사들에게 특별행동수칙을 하달했다. 이라크 진격시 군용장비나 차량에 성조기나 부대기를 달지 말 것,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초콜릿, 사탕들을 나누어주지 말 것 등이다. 이는 미군부대 행렬이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갈 때 현지 주민에게 점령군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분명 침략꾼일텐데 다른 한쪽에서는 해방군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미지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카메라를 향해 혓바닥이나 내미는 하얀 머리의 장난꾼 같은 아인슈타인도 사실은 &...
2003-04-15 18:24:55
가까이 있는 것에 정을 주면서
3월이다. 파릇파릇한 새싹들과 예쁜 봄꽃들, 그 중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어날 개나리꽃이 더욱 기다려진다. 올해도 우리 학교 캠퍼스에는 새내기들의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리저리 헤매는 듯하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뭔가를 찾아 부지런히 몰려다니는 힘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표정이 밝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낯선 캠퍼스와 친구들이지만 정을 붙이려고 무진 애쓰는 앳된 얼굴들도 있다. 매년 봄 이런 새내기들을 만날 때면 내 마음도 새로움으로 넘쳐나고, 그들이 원하는 뭔가를 줄 수 있도록 하리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게 된다. 이런 감격은 첫 수업이 시작되고 넓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바삐 교실로 찾아 온 학생들의 희망찬 눈망울에서 더욱 고조된다. 그러나 간간이 그들 가운데 우두커니 창 밖 저편을 향해있는 슬픈 표정의 학생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마음이 바빠지고 안타까운 생각에 곧장 그 의문의 슬픈 표정이 무엇인지를 캐어묻는다....
2003-03-18 09:55:45
재후두(在後頭)
세상 인심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라 무상하게 변전(變轉)하고, 세계 정세는 자국의 이해타산을 쫓아 시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제 전운(戰雲)이 감도는 중동지역의 불안감으로 지구촌 인심은 분분하기 그지없는데 그래도 절기만은 정직하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늘의 운행은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주역'의 말씀 '천행건(天行健)'을 깊이 새겨본다. 입춘을 지낸 나무의 몸피는 어느새 빛깔이 다르다. 죽은 듯 하던 나뭇가지에는 작은 망울이 부풀고 창 밖 목련나무에는 연두가 묻어있다. 누가 그렇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봄이 되면 으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심상하게 보아 넘기던 때와는 달리 요즘 나는 나무의 색채와 변화하는 모습에서 많은 말씀을 전해 듣곤 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죽은 듯 텅 비어있는 나뭇가지가 공(空)인가 하면 그 속에서 연두의 어린 새잎과 붉은 꽃잎이 피어난다. 화려한 녹음이 당당한 한때를 자랑하지만 어느새 나목의 공(空...
2003-03-18 09:55:12
시(詩)를 찾아서
시 짓기에 한창 몰두 할 때가 있었다.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에도(動靜一如) 시적 상황을 만들어 나아갔고 잠들기 전에도 머리맡에 메모지와 필기구를 놓고 잠들었으며 꿈속에서도 그 살아서 푸들거리는 언어를 낚아채느라 여념이 없었다(夢中一如).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한 방법이었고 행(行)주(住)좌(坐)와(臥)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결과물인 시작품들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니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의 구성원인 언어들을 너무 학대하였거나 지극히 인위적이었으며 잘못 언어의 숲으로만 들어가니 인간성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자주 목격되었다. 그 후로 한동안 나는 시를 멀리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현실 속의 내 초라한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니 이 세상에 시 아닌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캄캄한 밤하늘에 미지의 꿈을 부화시키려는 알처럼 떠있는 별들, 한낮에 우리의 머리 위에서 밝은 빛을 뿌리며 떠 있는 태양, ...
2003-03-18 09:54:49
마음먹기에 달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제가 어느 책에서 잠시 스치면서 봤던 글귀를 자주 인용해서 쓰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인생고해(人生苦海)'라는 표현인데,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현실생활을 성실히 해 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말에 대해 즐겨 붙였던 해석이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일들을 참고 견디면서 힘들게 살아가도록 결정지어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365일 24시간 어느 하루, 어느 한 시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고, 또 아무리 쉽고 편하게 살려고 노력을 한다해도 절대적으로 편안해 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요컨대 일이 좀 한가해져 며칠을 쉰다던가, 억지로 편안해지고 싶어서 하루 종일을 누워서 지내봐도 어디 그렇게 편하기만 하던가? 마음은 마음대로 불안하고 일은 일대로 진척이 없고, 몸도 생각만큼 그렇게 편하지도 않고…. 만약 열심히 일을 해도 힘들고, 편안히 누워 놀아도 피곤한 인생이라면 차라리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지 않은가? 그...
2003-03-18 09:54:25
일월영측
'날일(日), 달월(月), 찰영(盈), 기울측(仄)'은 '천자문' 셋째 구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천자문'을 지은 중국의 주흥사(周興嗣)는 천지, 우주를 말한 다음 세 번째로 해와 달을 언급하였다. '일월영측.(日月盈仄)' '천자문' 4언 250구 가운데서 나는 이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평범한 한마디에 비범한 역(易)의 진리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번 찼다가 한번 이지러지는 달을 나는 한번도 애상(哀傷)없이 바라본 적이 없다. 특히 귓불이 쨍한 겨울 날, 하현달을 바라볼 때는 그 감회가 더 했다. 해도 달처럼 일출과 일몰을 거듭하지만 유난히 나는 달에게서 차고 이지러짐의 영허소장(盈虛消長)의 비애를 느끼게 되곤 하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바뀔 '역(易)' 자를 해와 달의 일월(日月) 합성자로 풀이하여 해(日)는 양(陽)이며 달(月)은 음(陰)이라고 정의한다. 낮은 양이며, 밤...
2003-03-18 09:43:18
함박눈 내리는 날
서울에 첫눈이 내린다. 탐스런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려 쌓인다. 범망경(梵網經)에 하나의 꽃송이가 1백 억의 나라라고 했는데 대선을 이십여 일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떨어지는 눈꽃송이 하나 하나가 무수한 대선 공약처럼 어수선하다. 한 때 영웅시되던 민주화운동이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된 채 새로운 민주국가건설을 위한 토대가 붕괴되어 버린 공사장의 그것처럼 을씨년스런 몰골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다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대다수의 민심은 눈 내린 빙판길을 가듯이 불안할 뿐이다. 선거 때만 되면 대선주자들의 대중을 속이는 이미지에 속고 현란한 슬로건에 속으며 패싸움하듯 흥분된 마음으로 대통령을 뽑아 놔 봐야 다 그렇고 그렇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찍긴 찍어야 할텐데 머릿살만 아플 뿐이니 삼천대천세계에 미진(微塵)으로 떠도는 저 눈꽃송이들이나 우리 유권자들이나 불쌍하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저 눈송이의 말마따나 모든게 헛것이라고 해공제일(解空第一)을 자처하며 현실을 도외시 할 ...
2003-03-18 09:42:44
오늘의 수능성적은 아주 작은 하나의 잣대일 뿐
고등학교 3학년 말, 당시 예비고사를 치른 뒤 점수가 발표된 날의 기억은 정말 아직도 생생하다. 나에게 주어졌던 그 성적은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냉혹했고 어떤 말로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여태껏 그렇게 정확한 나에 대한 평가는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았고, 더 이상 몸부림을 치더라도 그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당시 340점 만점이었던 예비고사에서 내가 받았던 그 알량한 점수는, 생각해보면 학교를 파한 뒤 시화전에 들린다거나 시내 한 모퉁이에서 벌어진 각종 행사장을 누비면서 깎여나갔던 점수에, 정규수업 이외의 학교에서 열린 각종 이벤트에 열정을 쏟으면서 깎였던 점수,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무수한 핑계들을 갖다 붙이면서 합리화했던 수많은 날들로 이래저래 깎여나간 점수들이 누적되면서 나는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내가 하고 ...
2003-03-18 09:42:23
책을 읽자
어느새 드높아진 가을 하늘. 눈 시린 그 푸르름에 눈을 주노라면 어느 결엔가 우리의 정신도 따라서 더 높은 곳을 지향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갈대, 그러나 우리는 휴먼입니다. 문화와 역사를 창조하고 더 높은 예술의 정신과 만나고 싶어하는 인간입니다. 그리하여 맑은 하늘을 대하면 우리의 심혼도 명징해 지고, 투명한 햇살을 대하면 어디론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게 됩니다. 홀로인 사람은 그 혼자인 것을 싫어하지 않고 등불 앞에 의자를 당겨 앉아 책을 읽으며 긴 사색에 잠기게 되고 마는 가을. 나는 가을 한 마당에 앉아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며 독서의 달이기도 합니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며 10월 11일은 '책의 날'이기도 합니다.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은 4월 23일입니다. 이 날은 우연히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입니다. 영국과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문호를 기리며 유네스코는 '...
2003-03-18 09:41:57
보석보다 아름다운
전국을 물난리 속에 몰아 넣었던 태풍 루사(Rusa)는 중심기압 950 헥토파스칼의 위력을 지닌 머언 남태평양으로부터의 심술궂은 장풍(掌風)이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하여 형성된 태풍은 그 스스로의 에너지를 어딘가에 분출시켜 지구상의 평형기후를 다 잡아 주고 한편으로는 바닷속을 갈아엎어 오염된 바다환경과 고갈된 어족자원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 가고 많은 재산피해를 입힌 녀석의 정체는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유사이래 온갖 천재지변을 극복해온 우리로서는 이대로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고 항의하는 피해 수재민들의 원성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도록 정부당국은 좀더 합리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겠고 더구나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삶의 중요한 실천덕목으로 삼아온 불자들에게 있어 이번 일은 오히려 보시행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
2003-03-18 09:41:38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나는 가끔씩 어릴 적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을 떠올리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어른들의 말씀 중에는 퍽이나 재미있는 표현도 많고, 혹 어떤 말씀은 삶에서 묻어 나오는 지혜로움이 있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의 감동을 느끼게도 한다. 며칠 전 오랜만에 대구에 들렀다가 마침 기계 부품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북성로 앞길을 지나치면서 기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나는 문득 '저 많은 똑같아 보이는 기계 부품들을 어떻게 알아서 챙겨가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고, 또 그 부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저런 부품들만 팔아서도 가족들과 잘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그리고 한 사람이 생각해 내기엔 너무 많은 각양각색의 직업이 있고, 살아가는 방법이 혹은 살아온 방법이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2학기가 시작되었고 입시경쟁도 시작되었다. 전국의 대입 수험생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
2003-03-18 09:41:12
'여인천하'와 백비(白碑)
SBS의 사극 '여인천하'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종결편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역시 인생무상(人生無常)이었다. 사극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한결같은 권력에 대한 욕망과 불타오르는 복수심. 그리고 예외 없이 하향곡선을 그으며 파멸과 죽음으로 떨어지는 그들의 말로를 보면서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신분 상승의 목적을 이룬 정난정의 탐욕스런 손에 과연 무엇이 남았던가? 복성군을 위해 대권에 도전한 경빈 박씨의 처절한 모성, 그 경빈의 전철을 되밟은 희빈 홍씨, 문정왕후와 세자(인종)와의 대립, 반목, 질시, 암투… 끝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저편의 씁쓸한 음영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형태를 달리하나 지금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목격하게 된다.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비열한 인신공격, 그렇게 해서 얻어진 소득이란 과연 어떠한 과보와 연결되는 것일까? 사후(死後)의 몸을 한번 생각해...
2003-03-18 09:40:33
축구와 공(空)놀이
인간의 지조가 물레방아 돌듯하고 사회 정치적인 신조가 버드나무 늘어지듯 하는 이 시절, 이 땅에 찾아온 네덜란드인 축구 감독 거스 히딩크.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지금 새삼스레 돌아보니 형은 참 축구공 하나로 너무나 멋진 세상을 보여 주었소. 솔직히 일년반 전에 우리 눈에 비친 형의 모습은 반신반의 그것이었소. 짙은 눈썹사이로 현침살이 세로로 패인 것은 그 집념을 읽을 수 있었고 갸름한 관골 위에 깊숙이 들어앉아 형형이 빛나는 두 눈은 정직함과 비전을 말해 주고 있었으나 양쪽 눈 끝 어미에서 간문쪽으로 가로로 웃고 있는 잔주름들이나 엘리자베스라고 하는 흑인 여성을 앞세우고 온 모습은 간단치 않은 색난을 보여주는 듯 했소. 그러나 어쩌겠소. 1653년 효종 4년 일행 36명과 함께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제주도에 표착했다가 서울로 압송된 뒤 훈련도감에 편입돼 잡역에 종사하다가 1666년 일행 7명과 같이 탈출해 하멜 표류기를 쓴 형의 선조 하멜과는 달리, 월드컵에 네 번...
2003-03-18 09:3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