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미인에 대한 생각
갱년기 여성이 먹거나 바르면 몰라보게 젊어지고 아름다워진다는 신문 광고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는다. 그런 글귀에 마음이 휘둘리는 여성은 이미 그와 같은 것에 대한 지식과 상식, 정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광고는 글자보다 사진이 먼저 사람의 눈길을 빨아 당긴다. 노란 색의 풍성하고 길게 출렁거려 보이는 머리에 푸른색의 눈을 가진 여성. 영화배우 같은 분위기다. 독자는 그 서양여성의 얼굴을 통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인상을 마음에 익히게 된다. 물론 그 신문의 독자는 거의가 한국 사람이다. 어린이날 행사를 알리는 유명 백화점의 전단지가 신문에 끼어왔다. 흰색원피스를 입은 행복한 표정의 어린이는 서양인형으로 익히 보아온 모습이었다. 몸의 살을 몰라보게 뺀 탤런트가 다이어트 회사의 광고에 나왔다. 전에 어느 연속극에서 그 탤런트를 볼 때 통통하고 귀엽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몸은 물론 얼굴도 반쪽이 되었다. 무언가 기운이 다 빠져버린 그런 느낌...
2004-05-12 13:56:46
오늘날 노인들의 초상화
어떤 정치인이 노인들보고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를 했다가 혼쭐이 난 모양이다. 60∼70대 노인들이 결속해서 야당을 찍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 나라에 살고있는 노인들은 정말로 고생한 분들이다. 왜정시대 태어나 식민지체제에서 혹독한 고생을 하고, 전쟁이 터졌을 때 총을 들고 싸운 세대요, 이 나라의 건국과 경제발전에 초석을 놓은 장본인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5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절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노인들은 자식들 교육시키고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늙어버린 세대이다. 노후준비가 되어있습니까 라고 물어보니까 대개 75%정도가 노후준비가 안되어 있단다. 초등학교 학생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엇 하는 사람이냐고 질문하니까 '집 지키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왔단다. 또 우리의 노인들은 62%정도가 한 달에 10만원 미만의 용돈을 쓰고 있을 정도로 가난하다. 어떤 노인은 "나는 우리 집에서 5등 인생이야. 1등은 며느리, 2등...
2004-04-28 12:04:38
집에 있는 부처를 잘 모셔야지
점심 공양이 끝나고, 법우들과 모여 앉아 차를 마셨다. 한 법우는 남편이 회사에서 퇴출당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법우들도 이구동성으로 앞날을 걱정했다. 시작하기 쉬운 포장마차라도 할까, 어렵더라도 가게를 얻어 식당을 하는 것이 나을지 우리들은 농담과 걱정을 뒤섞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리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연세 지긋한 법우님이 입을 열었다. 젊은 시절에 너무도 가난하여 안 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작은 가게를 하나 얻어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어 그것도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점쟁이가 지나가면서 관상을 봐 주었다. "당신은 식당을 하면 금방 부자가 되겠어. 그런데 애인이 생기겠네." 이 말을 들은 한 젊은 법우가 "와! 일석이조네. 돈도 벌고 애인도 생기고…"라고 하자 노법우님은 뜻밖의 말을 하였다. "그것이 무슨 일석이조야. 망할 징조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정이 파...
2004-04-12 10:19:34
자연에서 멀어진 인생
내가 사는 삼양동은 강북구이다. 길지 않은 굴 하나를 지나면 성북구가 된다. 그 굴을 털털 걸어가고 있는데 옆으로 새카만 세단 한 대가 지나갔다.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승용차 중에서 가장 비싼 차일 것 같았다. 빠르게 멀어져 가는 그 차를 바라보면서 나는 갑자기 그 안에 타고 있을 사람의 인생을 생각했다. 저 사람은 자연과 멀어지는 인생을 사는구나. 이런 생각을 한 것이었다. 물론 승용차의 주인도 골프장이나 스키장 수영장 등에서 자연과 만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는 자연은 자연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이 무엇을 이용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이고 일방적인 관계다. 필요할 때 쓰고 버리면 된다. 그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그저 '물건'이다. 물건은 쓰임을 당할 때만 가치를 지닌다. 버려지면 즉각적으로 쓰레기가 되고 만다. 그런데 내가 왜 그 승용차를 타고 있을 사람이 자연과 멀어지는 인생을 살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질...
2004-03-29 12:54:51
획기적인 가족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민족은 전통적으로 가족을 삶의 중심개념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한국인에게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소박한 응답이 제일 많이 나온다. 명절 때 2천만 명 이상의 국민이 가족이나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제 1차 집단이 기초집단이며 공동사회인 가족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식구조를 가져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가족해체현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고전적인 가족의 기능이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본다면, 한해 32만 쌍이 결혼하고 14만 쌍이 이혼한다. 이혼율 세계최고 수준이다. 자살인구가 1만3천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1만2천명 보다 많다. 하루 평균 36명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이 400만 명이고 이중 치매노인이 31만 명이나 된다. 그런데 치매노인을 위한 시설은 불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부부...
2004-03-10 09:15:31
진정한 웰빙은
모임이 끝나고도 다들 헤어지기가 싫은 눈치였다. 그때 한 친구가 자기 집에 가서 차를 한 잔 더 마시자면서 잡아끌었다. 집에 도착한 친구는 우선 수도꼭지를 틀어 주전자에 물을 받았다. 이를 지켜 본 누군가가 "아니 수돗물을 바로 먹으면 어떻게? 정수기 물이 아니면 불안해서 마실 수가 없어"하면서 한마디한다. 그러자 대화는 금세 요즈음 유행인 웰빙(well being)으로 옮겨졌다.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잘 먹고 잘 사는데도 사람들에게 있어 '잘 먹고 건강하게 살아야한다'는 것은 어느덧 화두가 되어 버렸다. 웰빙은 곧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자는 것이다. 그래서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빵 한 개를 먹더라도 몸에 좋은 호밀빵을 먹고 유기농 야채를 먹는다고 한다. 또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위해 요가나 명상을 하며 단순한 목욕이 아닌 온천욕을 즐긴다고 한다. 질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여 몸이 건강해지고, 요가나 명상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마음...
2004-02-25 16:24:25
그리운 허물
내게 없던 버릇 하나가 새로 생겼다. 외출했다 돌아오거나 집을 나가려고 할 때 늘 사진 몇 장을 들여다본다. 그 사진은 거의 27년 이상 된 사진들이다. 값이 싼 사진기로 전문가 같은 감각이 전혀 없는 누군가가 찍었다. 사진 두 장은 각각 아이들이 아직 걷지도 못할 때 내가 누운 채 두 팔로 한껏 들어올렸거나 발등에 올려놓고 둥기둥기 하는 장면들이다. 두 사진의 공통점은 세상에 나온 지 일년도 안 된 딸들과 내가 '눈을 맞췄다'는 것이다. 눈을 맞추고 너무도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엄마가 눈을 맞췄다는 것은 전 생명이 합일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 장은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둘째가 아기일 때, 내가 앞마당에 만든 소박한 꽃밭의 장미 더미 사이에서 두 아이와 함께 웃으며 찍었다. 내가 이런 사진을 사진첩에서 골라낸 것은 왜일까. 왜 그런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위안을 받을까.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마치 재만 남은 화로...
2004-02-23 11:54:32
욕심 많은 농사꾼
지난 주말 시골에 다녀왔다. 지난 봄 여름은 유난히도 비도 많이 내리고 태풍 피해도 심했지만 그래도 계절 순환은 어김없어 수확의 가을이 찾아왔다. 시외버스 차창 밖으로 오곡이 무르익은 들판 풍경도 좋았고, 아스팔트 국도 언저리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길도 정감이 갔다. 이런 길을 지날 때는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시골집 담 안의 감나무에 달린 빨간 감, 산길 들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사뿐하게 웃고 있는 들국화를 바라볼 때에는 세파와 공해에 찌든 몸과 마음을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황금빛 들판을 가로지르자 대부분의 논에는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일부 논에는 벼가 드러누워 있듯이 쓰러져 있었다. 트랙터로 벼를 베는 농사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논의 벼는 괜찮은데 왜 옆 논의 벼는 쓰러졌습니까?” “지난 장마 때 쓰러졌지요. 그 논 주인이 일으켜 세웠으나 지난 태풍에 또 쓰러졌어요. 애초에는 그 논의 벼가 제일 잘 자랐지요.” 나는 농사꾼의 얘기를...
2003-10-15 17:20:06
나는 어떤 손님일까
중국 당나라 때 시선 이백(李白)의 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천지라는 것은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다(天地者萬物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 여기서 ‘천지’란 이 세상으로, 이 글은 ‘사람을 비롯한 이 세상의 삼라만상 모든 만물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다. 그리고 세월이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뜻일 게다. 그럼, 천지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 답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게다. 불자들은 ‘부처님’, 기독신자는 ‘하나님’, 회교도들은 ‘알라신’, 그도 저도 아닌 사람은 ‘조물주’라고 말할 게다. 아무튼 천지의 주인은 하나다. 자기가 믿는 종교나 철학에 따라 그 호칭이 다르다. 어떤 호칭으로 불려지든 천지의 주인이 좋아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호텔이나 여관의 주인이 좋아하는 손님은 어떤 사람일까? 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숙박료를 제때에 내는 손님, 자주 찾아 주는 손님, 팁이 후한 손님, 부대시설을 많이 이용해서 더 많은 수입을 올려주는 손...
2003-06-30 08:53:50
뫼비우스의 띠
독일의 뫼비우스가 기다란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인 도형을 창안했다. 안팎의 구분이 없는 이 띠처럼, 일상에서 우리 삶의 밖이라고 생각하던 일이 어느 새 삶의 안에 깊숙이 와 있곤 한다. 현안이 된 북핵문제와 한반도 위기가 그럴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보통사람들의 생업에서 벗어난 일이라 보는 무관심형을 비롯해, 북한에 대해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양극형, 양자를 아울러 보려는 중도형 등, 그 밑바닥에는 북한에 대한 이해 정도나 신뢰 문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이다. 북한을 보는 시각에 치우쳐 그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는 입장에 따라 내부에서 '남남갈등'이라는 모순을 낳고,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국력을 소모하는 꼴이 된다. 특히 정치권의 분열된 모습을 반성한다면, 북한을 더욱 궁지에 몰지 않고, 또 한반도 전체 이익이 무엇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 대북송금, ...
2003-06-16 12:49:39
생명
두 그루의 자목련나무가 창틀을 배경으로 봄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봉긋하던 꽃송이가 이틀 새 만개되더니 산뜻하게 낙화하지 못하고서 지금은 추하게 나뭇가지에 말라붙어 있는 것이 꼭 주검의 잔해처럼 보입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봄꽃의 무상함과 생명의 덧없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불과 일주일의 머뭄, 그렇게 빨리 지나갑니다. 봄이 지나가고, 젊음의 시간이 지나가고, 인생이 황급한 길로 줄달음을 내칩니다. 나이 듦에 대하여, 노후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계단을 오르는 걸음이 전만 못하고 순발력과 지구력이 떨어지긴 해도 사물에 대한 감회와 감동은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파괴와 살상과 인간애에 대한 보도에는 더 큰 자극을 받게 됩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오늘 아침 TV로 바그다드의 폭격현장을 지켜보며 화염에 휩싸인 정부청사, 자국민의 어떠한 희생보다도 자신의 자존심만이 우선 순위인...
2003-04-15 18:25:51
이미지(Image)
백목련 꽃망울이 따스한 봄 하늘에 볼 부비는 이때 지구 저쪽에서는 전쟁이 터졌다. 미·영 연합군이 3월 21일 밤 이라크를 향해 '충격과 공포' 작전을 개시했다. 공습으로 인한 화염과 버섯구름, 대공포화의 섬광으로 바그다드의 밤하늘은 멍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카메라 앵글이 그 모습을 담아 밤새 안방으로 생중계 되고 있음은 이미 우리가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개전초기 미 지상군은 병사들에게 특별행동수칙을 하달했다. 이라크 진격시 군용장비나 차량에 성조기나 부대기를 달지 말 것,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초콜릿, 사탕들을 나누어주지 말 것 등이다. 이는 미군부대 행렬이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갈 때 현지 주민에게 점령군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분명 침략꾼일텐데 다른 한쪽에서는 해방군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미지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카메라를 향해 혓바닥이나 내미는 하얀 머리의 장난꾼 같은 아인슈타인도 사실은 &...
2003-04-15 18:24:55
가까이 있는 것에 정을 주면서
3월이다. 파릇파릇한 새싹들과 예쁜 봄꽃들, 그 중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어날 개나리꽃이 더욱 기다려진다. 올해도 우리 학교 캠퍼스에는 새내기들의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리저리 헤매는 듯하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뭔가를 찾아 부지런히 몰려다니는 힘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표정이 밝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낯선 캠퍼스와 친구들이지만 정을 붙이려고 무진 애쓰는 앳된 얼굴들도 있다. 매년 봄 이런 새내기들을 만날 때면 내 마음도 새로움으로 넘쳐나고, 그들이 원하는 뭔가를 줄 수 있도록 하리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게 된다. 이런 감격은 첫 수업이 시작되고 넓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바삐 교실로 찾아 온 학생들의 희망찬 눈망울에서 더욱 고조된다. 그러나 간간이 그들 가운데 우두커니 창 밖 저편을 향해있는 슬픈 표정의 학생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마음이 바빠지고 안타까운 생각에 곧장 그 의문의 슬픈 표정이 무엇인지를 캐어묻는다....
2003-03-18 09:55:45
재후두(在後頭)
세상 인심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라 무상하게 변전(變轉)하고, 세계 정세는 자국의 이해타산을 쫓아 시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제 전운(戰雲)이 감도는 중동지역의 불안감으로 지구촌 인심은 분분하기 그지없는데 그래도 절기만은 정직하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늘의 운행은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주역'의 말씀 '천행건(天行健)'을 깊이 새겨본다. 입춘을 지낸 나무의 몸피는 어느새 빛깔이 다르다. 죽은 듯 하던 나뭇가지에는 작은 망울이 부풀고 창 밖 목련나무에는 연두가 묻어있다. 누가 그렇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봄이 되면 으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심상하게 보아 넘기던 때와는 달리 요즘 나는 나무의 색채와 변화하는 모습에서 많은 말씀을 전해 듣곤 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죽은 듯 텅 비어있는 나뭇가지가 공(空)인가 하면 그 속에서 연두의 어린 새잎과 붉은 꽃잎이 피어난다. 화려한 녹음이 당당한 한때를 자랑하지만 어느새 나목의 공(空...
2003-03-18 09:55:12
시(詩)를 찾아서
시 짓기에 한창 몰두 할 때가 있었다.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에도(動靜一如) 시적 상황을 만들어 나아갔고 잠들기 전에도 머리맡에 메모지와 필기구를 놓고 잠들었으며 꿈속에서도 그 살아서 푸들거리는 언어를 낚아채느라 여념이 없었다(夢中一如).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한 방법이었고 행(行)주(住)좌(坐)와(臥)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결과물인 시작품들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니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의 구성원인 언어들을 너무 학대하였거나 지극히 인위적이었으며 잘못 언어의 숲으로만 들어가니 인간성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자주 목격되었다. 그 후로 한동안 나는 시를 멀리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현실 속의 내 초라한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니 이 세상에 시 아닌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캄캄한 밤하늘에 미지의 꿈을 부화시키려는 알처럼 떠있는 별들, 한낮에 우리의 머리 위에서 밝은 빛을 뿌리며 떠 있는 태양, ...
2003-03-18 09:5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