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음 그리고 비움
연구실에 도둑이 들었다. 도대체 무얼 가지러 왔을까? 도둑이 가져가 값을 칠 만한 것이나 어디 있기나 할까? 컴퓨터가 없어졌단다. 아하, 그래 그것이 그 중 값나가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요즘같이 컴퓨터가 흔한 세상, 그것이 얼마나 값쳐지는 것일까? 몇 년 사이에 눈이 많이 나빠졌다. 그걸 눈치 챈 한 갸륵한 제자가 지난 스승의 날 즈음해서 화면 큰 액정 모니터를 들고 왔다. 두어 달 가량 고맙게 잘 쓰고 있었던 것을… 아까워라. 제대로 잘 쓰는 것이 최선의 보답일텐데, 잃어버렸으니 선물 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또 하나, 본체에 든 모든 자료들이 없어졌단다. 가만 있자… 잠시 멍해졌다. 도둑 든 사실을 알자 잠깐 사이에 뇌리를 스친 물음과 생각들이다.
찾을 수는 있을까? 일단 신고는 하고 보자면서 수선을 떤다. 현장검증도 하고, 조서 쓰느라 파출소도 간다. 컴퓨터 없는 불편을 핑계삼아 며칠 게으름도 피워본다. 시간 지날수록 찾을 길은 점점 멀어진 듯하니, 도둑맞은 자료들...
2005-08-15 10: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