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봄'이란 예쁜 글자
유난히 춥고, 폭설로 얼룩진 지난 겨울이었다. 모처럼만에 서울 근교의 꽃 시장을 찾았다. 겨울이 다 갔다고는 하나 아직도 살갗에 닿는 바람결은 차다. 너무 성급한 건 아닐까 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집집의 비닐하우스 안은 눈부시게 환하다. 모진 추위를 견디고 나온 꽃들이 서로 '나 좀 보아 달라'는 듯이 서로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겨우내 웅크리고만 있던 내 마음이 환하게 밝아온다. 역시 꽃과 나무들, 자연에게서 얻는 감동이 가장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꽃대를 밀어 올리는 수많은 난들이며 철쭉이 아름드리로 피어있다. 봄이라는 빛깔은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곳곳에서는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때에 따라 눈이 나고, 싹이 트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의 법칙, 그 순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 거스르는 법이 없기 ...
2006-02-27 11:18:40
더불어 적선(積善)
더불어 기쁘고 아프고 슬픈 것. 세상은 그런 연(緣)의 얽힘으로 이루어진다. 둘러보면 어떤 작은 일도 우리 주변의 존재들과 얽히지 않는 게 없다. 우리가 숨쉬는 것 하나만 봐도 나무들과의 연이 헤아려진다. 나무의 호흡일 뿐인 광합성이 얼마나 큰 덕을 낳는지 새삼 귀하게 와 닿는 것이다. 무릇 존재는 이렇게 주변의 자연이나 사람에 기댄 채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거대한 생명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삶은 그렇게 일상의 크고 작은 연에서 우주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서로 무관할 수가 없다. 삶의 다양한 고리들이 서로를 받쳐주는 다양한 힘이 되는 것이다. 그 관계가 어찌 서로에게 비춰지지 않겠는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자신부터 가다듬게 된다. 더불어 행복한 길에 대한 궁리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로 인해 주변에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 그러자면 언행 하나에도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날마다 먹고사는 것들에도 다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
2006-02-14 14:20:26
나잇값과 지갑
나이가 들수록 지갑을 열라고 한다. 지갑을 잘 여는 사람이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좋아하는 게 세상 인심이다. 밥이나 술 잘 사는 사람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지갑이 두둑한 사람 옆에는 사람이 끓게 마련이다. 또 그런 사람이 종종 정치를 이용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고집은 닫으라고 한다. 나이가 완고라는 껍질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나이가 들수록 봐주기 어려운 게 많아진다고 한다. 하긴 혀를 차고 눈을 감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장유유서 같은 긴 전통도 사라져가니 못마땅한 게 지천일 것이다. 문자가 등장하는 초기의 동굴 벽에도 신세대에 대한 불만이 적혀 있다니, 세대 차에 따른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가 보다. 지갑과 고집 운운은 나잇값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나이에는 그에 상응하는 역할이 전제되고, 그것으로 값이 매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잇값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말이나 행동, 옷치장도 나이를 앞세운 수군거림의 대상이 ...
2005-12-26 15:52:05
'아름다움', 그 잔잔한 감동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간다.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가 세밑의 몸과 마음을 더 움츠려 들게 한다. 얼마 전에 제법 많은 첫눈이 내렸다. 눈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내렸다. 그런데도 어떤 길은 빙판 길이 되었고, 어떤 곳은 잔설로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지난 가을 이후, 다시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 선생의 고택을 찾았다. 안마당과 뒤뜰의 산수유, 감나무, 대나무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며칠 전 내린 눈의 흔적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추위 탓인지 인적도 끊어지고 고즈넉한 분위기만이 감돈다. 성북동의 호젓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이 집은 한때 재개발업자에 의해 헐릴 뻔한 위기에 몰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하여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그야말로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문화재인 것이다. 그 때의 작은 손길들이 힘을 모으지 않았다면 아마 이 집은 지금쯤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
2005-12-12 15:04:20
도시와 시골풍경
얼마 전 독일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유럽 여행은 처음이었다. 첫 여행이라면 으레 가게 되는 정해진 코스의 여행사 상품으로 간 여행이 아니라서 독일의 유명관광지는 물론, 도시와 시골을 골고루 다녀볼 수 있었다. 가기 전 들은 사전지식, 독일 도시는 2차 세계대전으로 대부분 파괴되었으며 현재의 독일 모습은 거의 모두 복원된 것이라는 것. 내게 있어서 복원의 개념은 ‘문화재 등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회복하는 것’이기에 ‘아하! 그 많다던 중세의 성곽과 성당 등을 다시 재건축하였겠지. 그것도 오랜 시간 공들여 복원한다니 정교하고도 치밀하게는 하였겠구나. 대신 깡그리 파괴되었다던 살림집과 도시를 어찌 옛 모습 그대로 복구할 수 있어? 당연히 현대적인 시멘트 구조물, 나의 눈에 익숙한 미국적 혹은 서울식 메트로폴리탄, 게다가 독일인은 워낙 매사에 튼튼한 걸 좋아한다니 견고한 콘크리트의 멋없는 건축물들이 즐비하겠지.’ 난 나의 상식과 상상을 단단히 믿었다. 독일에 첫 발을 디딘 ...
2005-12-01 14:31:43
걷는 즐거움
걷기에 좋은 철이다. 거리마다 단풍이 난만하고 은행나무가 광배를 두른 양 눈부시다. 돌아보면 나무만한 부처가 어디 있으랴. 잎이며 열매, 몸까지 남김없이 베풀고 가는 나무야말로 성자 이상이다. 그래서 큰 나무 앞에서는 마음이 먼저 숙여진다. 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자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없다. 문 앞에서 내려 건물로 곧장 들어가기 때문이다. 걷는 것 자체를 꺼리는 만큼 걷는 거리도 최소화한다. 걷는 시간을 답답해하는 이런 차 중독현상은 젊은 층일수록 심하다. 하긴 승용차 세대인 데다 속도가 승패를 가리는 시대이니 걷는 것을 싫어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걷는 게 즐거워진다. 걸으면서 얻는 게 많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같은 거시적 문제 말고도 걸으면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학교까지 10분 정도의 짧은 길도 내게는 소소한 즐거움의 연속이다. 날마다 다른 자연의 변화가 새록새록 소중하다. 만물은 말 그대로 무상(無常)하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변...
2005-11-11 18:02:06
먹는다는 것
요즘처럼 먹거리에 대한 불안을 느낀 적은 일찍이 없었다. 자고 나면 연일 터져 나오는 섬뜩한 단어들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포르말린 도라지·고사리', '말라카이트 그린의 송어·향어', '납 성분, 기생충 알의 김치'… 듣기만 해도 경악할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들에 그런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니 도대체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 목숨을 부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화두가 될 처지다. 그간 우리들의 먹거리 문화는 너무 변화했다. 언제부터인가 김치는 당연히 사다 먹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손수 담는다는 정성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지도 오래다. 그 잠깐의 편리함으로 우리는 지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렇다. 산업사회는 우리들에게 편리함과 간편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대신 이제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로 둔갑해버렸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에 대해 지금 우리가 놀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인과의...
2005-10-27 13:32:41
'사천왕사왔소'축제, 우리의 사천왕사는?
일본 오사카를 무대로 한 고대 동아시아의 국제교류를 재현하는 축제 '사천왕사(四天王寺) 왔소'가 11월 6일 오사카시 나니와노미야 유적공원에서 열린다는 뉴스를 읽었다. 1990년부터 시작되어 15년이나 된 이 축제는 왕인 박사를 비롯해 일본에 문물을 전한 이른바 '도래인'들의 행차를 재현한 가장행렬이다. 1600년 전 한자와 도자기, 기와, 직조술 등 당대 최고의 선진문물을 일본에 전한 것을 기념한 축제다. 축제명인 '사천왕사 왔소'의 '왔소'는 우리말 '왔소'에서 따왔다 한다. 몇 년 전에는 이 축제의 행렬이 우리나라에까지 온 적도 있음을 기억한다. 이 뉴스를 보면서 경주 낭산 기슭에 무성히 자란 들풀로 뒤덮인 황량한 사천왕사지가 오버랩 되면서 느끼는 이 착잡함을 어찌 하랴? 우리의 사천왕사는 그 사찰 유래만으로도 가히 마술 같은 기적을 이룬 절이다. 삼국유사 기이편 '문호왕법민'조에 사...
2005-10-13 14:42:05
둥근 것의 힘과 여유
백로 지나자 거리의 빛깔이 달라졌다. 가을빛이 한층 선연해진 것이다. 가만 보면 과일만 아니라 풀잎이나 나뭇잎도 날마다 다르게 가을이 짙어가고 있다. 가을물을 앉히면서 과일은 이제 저의 시간을 둥글게 마무리한다. 둥글다는 것은 부드럽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사과나 배, 감, 밤, 대추 같은 가을 과일은 우리 마음에 둥근 것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잎 지는 가을이면 능선과 초가지붕 그리고 무덤의 선들이 둥근 것의 아름다움을 훤하게 드러내곤 했다. 원만함의 힘이 저런 것이려니 싶었다. 그와 달리 각이 진 것들은 거개가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둥근 것에 비해 성마르고 차가운 느낌이 앞서는 것이다. 우리가 요즘 만나는 건물이나 길은 대부분 이런 각을 만드는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눈에 띄는 곡선은 오래된 절집이나 공원의 산책로 정도니 삶이 더 각박해지는 것 같다. 이런 직선의 남발은 도시에 삭막함만 더할 뿐이다. 직선은 각이 되고, 각은 때로 무기가 된다...
2005-09-12 11:04:38
높고 푸른 저 하늘처럼…
어떤 전화를 받았다. 좀 만나자는 것이었다. 칠십이 넘은 이 분과의 인연은 20년도 더 되었다. 몇 년 새 자주 이런 저런 집안 이야기를 소상히 들어 왔던 터라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알게 되었다. 초췌한 모습의 그는 미리 쓴 유언장이라며 꺼내 놓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후에 모든 재산을 불우한 이웃이나 종교단체에 기부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히려 잘한 결정이라고 말해 주었다. 처녀시절부터 40년도 넘게 미장원을 하며 많은 재산을 모았다. 그야말로 근검절약의 정신은 곁에서 지켜보기가 딱할 정도다. 지금도 비교적 깨끗이 사용했던 휴지는 버리지 않고 다시 한 번 사용한다. 도심 한 가운데 살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연탄을 땠다. 파마 약에 지문이 닳아진 손, 거기다 이런저런 병으로 현재의 건강상태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종합병동이다. 그러나 2년 전 남편이 갑자기 돌아간 후부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누구보...
2005-08-29 11:01:43
도둑맞음 그리고 비움
연구실에 도둑이 들었다. 도대체 무얼 가지러 왔을까? 도둑이 가져가 값을 칠 만한 것이나 어디 있기나 할까? 컴퓨터가 없어졌단다. 아하, 그래 그것이 그 중 값나가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요즘같이 컴퓨터가 흔한 세상, 그것이 얼마나 값쳐지는 것일까? 몇 년 사이에 눈이 많이 나빠졌다. 그걸 눈치 챈 한 갸륵한 제자가 지난 스승의 날 즈음해서 화면 큰 액정 모니터를 들고 왔다. 두어 달 가량 고맙게 잘 쓰고 있었던 것을… 아까워라. 제대로 잘 쓰는 것이 최선의 보답일텐데, 잃어버렸으니 선물 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또 하나, 본체에 든 모든 자료들이 없어졌단다. 가만 있자… 잠시 멍해졌다. 도둑 든 사실을 알자 잠깐 사이에 뇌리를 스친 물음과 생각들이다. 찾을 수는 있을까? 일단 신고는 하고 보자면서 수선을 떤다. 현장검증도 하고, 조서 쓰느라 파출소도 간다. 컴퓨터 없는 불편을 핑계삼아 며칠 게으름도 피워본다. 시간 지날수록 찾을 길은 점점 멀어진 듯하니, 도둑맞은 자료들...
2005-08-15 10:22:33
욕 권하는 사회
욕설이 범람하고 있다. 화제작 '내 이름은 김삼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욕이 자주 튀어나왔다. 물론 욕이 극중 상황이나 인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애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이 난무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욕사전이 나올 만큼 욕이 발달한(?) 나라이고, 욕이 지닌 어휘적 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이것이 또 다른 폭력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병사의 총기난사 비극은 언어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욕의 카타르시스 기능을 즐기기 전에, 그 욕을 들어야 하는 입장도 고려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런데 욕이 일상화된 것 같아 더 큰 문제다. 버스 안에서 곱상한 여학생들의 대화에 욕이 매번 끼어드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하긴 말이 곧 인격임을 아는 어른들(특히 남자) 입에서도 욕이 붙어 다니기도 한다. 영화뿐 아니라 시에까지 비속어가 잦아진 것은 ...
2005-07-26 14:38:31
아름다운 열매
얼마 전에 읽은 기사의 한 내용이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지낸 그는 지금 필리핀의 오지인 어느 섬에서 원주민들에게 농사짓는 기술을 전파하고 영농법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30만의 이곳 원주민들은 바나나와 소금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이런 원시적인 생활로 평균수명은 마흔을 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축산, 묘목생산, 종묘사업을 통해 영농기술을 가르치고 더 나아가서는 학교, 의료기관 등을 설립하는 '10년 봉사계획'을 세워 활동 중이라고 한다. 물론 그가 농사에 대해 알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책을 열심히 봐가며 영농법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정체성, 삶의 가치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일반 사람들보다 그야말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퇴직 후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권세가 사라진 뒤 ...
2005-07-13 17:27:14
여름의 정원으로 오라
여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숲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서기 일천이백년대에 아랍에서 살다간 잘랄루딘 루미라는 시인의 시입니다. 원래는 '봄의 정원으로 오라'는 제목인데 제가 계절만 하나 더 보탰습니다. 풍요로운 녹음 속에서 우리 사람들도 덩달아 메마른 가슴에 물이 오르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아름다운 자연도 함께 나눌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며, 또한 아무리 삭막한 환경일지라도 함께 견딜 당신만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뜻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데이트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인가 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장소는 한적한 강가나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이름난 유원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데이트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따로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곁에 사랑...
2005-06-17 14:19:34
죽음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아직도 결식아동이 있다고는 하나 굶주림에서 벗어난 지 꽤나 되었다. 사십대라면 모를까 삼십대만 해도 보릿고개를 겪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사월 긴긴 해에 점심을 굶겠느냐, 목매기를 지붕위로 올리겠느냐, 홀로 된 시아버지를 모시겠느냐'라는 옛말이 있었다 한다. 점점 어려운 일이니 결국은 점심을 굶는 것이 그나마 쉬운 일이라는 것이고, 어차피 끼닛거리가 없는 보릿고개에 그나마 자위라도 하려고 나온 말일 것이다. 올 봄 마흔 겨우 넘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친족의 장례식에 문상을 간 적이 있었다. 슬프고 안타까웠다. 인간에게 가치기준의 정점에 있는 것이 생명이다. 영어 life라는 단어가 생명과 또한 삶이라는 뜻이 있는 것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는 것은 죽음을 초월하는 정신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간과하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지나온 삶과 죽음에 대한 생...
2005-06-10 17: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