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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살림이 그립다
각 지자체에서는 생명·생태와 관련된 축제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 다투어 열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 치러지는 반딧불이 축제도 이에 속할 것이다. 혹 반딧불이를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장터처럼 마시고 즐김으로써 오히려 반딧불이를 죽이는, 그런 축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반딧불이는 생태적으로 밝은 불빛과 소리를 싫어한다. 이외에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생태 관련 축제가 전국에서 강, 바다, 산, 꽃을 주제로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생명·생태 관련 축제는 도시산업화의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 환경이 파괴 된데서 비롯된 대안의 문화축제이다. 자본의 문화는 자본의 논리,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남이야 어찌 됐든 자기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농경문화에 기초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모조리 박물관으로 몰아넣고 있다. 생명·생태와 관련된 축제가 자본의 논리를 내세워 돈벌이에 눈을 돌리고 ...
2006-06-27 14:29:37
대중목욕탕
필자는 아직도 겨울이 되면 대중목욕탕엘 간다. 수증기가 자욱한 대중목욕탕에서 땀을 흘리며 목욕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이다. 우리 동네에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대중목욕탕이 있다. 하나는 오래된 삼층 건물의 이층에 있고, 하나는 새로 올린 십오 층 빌딩의 지하에 있다. 당연히 새로 올린 빌딩의 지하 목욕탕의 시설이 훨씬 좋다. 크기도 세 배는 될 것이다. 필자는 물론 새로 지은 건물의 목욕탕엘 간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항상 조용해서 좋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표도 받고 음료수도 팔고 청소도 하는 아주머니가 갈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욕을 하며 청소를 했다. 그렇게 늘 화를 내고 욕을 하며 일을 하니 얼굴이 마귀할멈처럼 변해 있었다. 왜 사람들이 시설이 이렇게 좋은 사우나탕을 두고 오래된 이층 목욕탕을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손해인 것이다. 우선 자신의 얼굴이 미워지고,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주인에게 손해를 ...
2006-06-14 16:37:50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을 때, 말아톤이라는 영화와 장애가족의 힘든 사연이 전해지는 뉴스에서 네 손가락 희야의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그나마 접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겠는가. 비장애아들과는 확연히 다른 발달과정, 변화의 정도와 도달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 우리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없고 교육과정이나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집 옆의 학교를 두고 먼 곳의 (특수)학교로 가야하고, 자폐아는 폐가 막힌 것으로 알고 있는 이웃을 만나고, 장애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장애가족의 일상은 어쩌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걸어가야 하는 낙타의 일생과 같을지도 모른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경우들을 견디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와 국가가 그들이 느끼는 짐의 무게가 더 이상 힘겨운 짐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그래서 깃털처럼 가벼워 질 ...
2006-05-26 13:58:39
개망초 꽃이 피었습니다
개망초(亡草)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꽃으로 알려져 있다. 망초꽃이 무성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설은,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 개망초가 전 국토로 급속하게 퍼졌다는데서 설득력을 얻는다. 두보의 시에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國破山河在), 성안의 봄에는 풀과 나무만 무성하구나(城春草木深)'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 '농촌이 망해도 전답은 그대로요(農破田畓在), 농촌의 여름은 망초만이 무성하구나(農夏亡草深)'로 바꿔놓고 보니, 이 속에 농촌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하다. 산하(山河)와 전답은 민중들의 삶의 터전일진데, 그 논과 밭에 개망초만이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논밭이 개망초로 덮이는 것은 곧 농사에 애착을 갖지 못하는 농민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곡물대신 빽빽하게 개망초가 들어서는 들판의 모습에서 개망초가 슬픔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농민이 떠난 자리를 개망초가 차지함으로서 또 다른 아픔으로 비춰지...
2006-05-12 17:15:42
행복한 사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오십이 가까운 나이가 되자 남자 동창들에게서도 동성에게서 느낄 수 있는 우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공자는 쉰의 나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혹은 인생의 의미를 아는 나이라는 뜻이다. 모두들 한 삶을 살아내느라 눈가에 주름이 지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져 있었다. 하늘은 절대 호락호락하니, 하늘의 뜻을 알게 하지 않는다. 나는 뒤늦게 그들을 만났지만 남학생들은 벌써 몇 해 전부터 가끔 만나고 있었단다. 더 젊었을 때인 삼십대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동창을 만날 엄두도 내기 어려웠기도 하거니와, 소위 세속적으로 잘 나가는 놈 몇몇만 만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쉰의 나이가 코앞이 되자 세속적인 출세와는 관계없이 동심으로 돌아가서 소주를 한 잔 하고,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치과의사로 성공한 K가 언제부턴가 그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내가 ...
2006-04-27 16:00:09
명랑해지기 위한 연습
봄으로 가득한 교정을 지나던 한 학생이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라고 우렁찬 인사를 건넨다. 잠시 내 얼굴을 마주하더니 묻는다. '교수님 많이 피곤하십니까?' 아닌데, 여유롭게 잘 쉬었는데, 순간 내 표정이 너무 어둡게 비쳐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무슨 일이든 너무 심각하게 대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것 같다. 사람들은 인생의 어떤 부분이 자신의 기대와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삶의 모든 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세상이 결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살아가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싸우고 괴롭히고 화를 내고 고통을 받는다. 삶에 대해 좀 더 태연해지고 그러기 위해 지금의 긴장상태가 주로 자기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셀 수 없는 많은 기대를 떨쳐버리고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좀더 자유로워 질 수...
2006-04-13 14:54:18
봄은 왔는데
도시산업화는 곧 공업화를 이루는 것으로 부의 상징처럼 여긴다. 그동안 농촌은 도시산업화 이행과정에서 전초적 기지로서 보조적 기능만을 억압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후 산업화의 모든 자리를 도회지에 내어준 채 농촌사회는 무참히 붕괴된다. 결국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은 일차적 생산의 주체이면서도 밥그릇을 도시에 빼앗기고 만다. 이런 결과는 농촌을 희생양으로 삼아 부의 축적만 이루려는 경제적 상황논리에서 기인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의 농촌은 수입 쌀 문제로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밥 짓는 쌀로 사용될 미국산 1등급 칼로스 쌀 1천372톤이 3월 23일 부산항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반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쌀은 식물검역과 규격심사 등 통관절차를 거쳐 경기도 이천 유통공사의 창고에 보관된 뒤 4월 초순 경 공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농민단체들은 "2006년은 그야말로 한국농업이 살아남느냐, 완전 몰락하느냐의 결정적 기로"라며 "350만 농민은 국민...
2006-03-29 15:03:25
신라 유일의 부부합장릉 '흥덕왕릉'
신라 42대 흥덕왕은 김경휘이다. 원성왕의 손자이며, 헌덕왕의 동생이었다. 819년, 헌덕왕 11년에 이찬으로 상대등이 되었으며, 826년에 왕으로 즉위하였다. 왕은 장보고를 청해진대사로 삼아 해적의 침입을 막게 하였고, 왕의 재위시절에 당나라로부터 차의 종자를 가져와서 재배, 이때부터 차의 재배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하였다. 834년 복색제도를 고치고 백성들에게 사치를 금하는 등의 여러 치적이 있다. 그러나 흥덕왕은 정치적 능력이나 역사적 치적보다 왕후에 대한 일편단심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왕비는 소성왕의 딸이었고, 장화부인(章和夫人) 김씨(金氏)였는데, 왕이 즉위하시자 정목왕후(定穆王后)로 책봉되셨다. 그러나 정목왕후는 흥덕왕이 보위에 오른 첫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러자 왕께서는 보위에 있는 돌아가신 왕비만 생각하면서 결혼하여야 한다는 주위의 간곡한 청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으셨다. 11년 동안을 홀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또한 돌아...
2006-03-14 14:06:51
'봄'이란 예쁜 글자
유난히 춥고, 폭설로 얼룩진 지난 겨울이었다. 모처럼만에 서울 근교의 꽃 시장을 찾았다. 겨울이 다 갔다고는 하나 아직도 살갗에 닿는 바람결은 차다. 너무 성급한 건 아닐까 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집집의 비닐하우스 안은 눈부시게 환하다. 모진 추위를 견디고 나온 꽃들이 서로 '나 좀 보아 달라'는 듯이 서로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겨우내 웅크리고만 있던 내 마음이 환하게 밝아온다. 역시 꽃과 나무들, 자연에게서 얻는 감동이 가장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꽃대를 밀어 올리는 수많은 난들이며 철쭉이 아름드리로 피어있다. 봄이라는 빛깔은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곳곳에서는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때에 따라 눈이 나고, 싹이 트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의 법칙, 그 순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 거스르는 법이 없기 ...
2006-02-27 11:18:40
더불어 적선(積善)
더불어 기쁘고 아프고 슬픈 것. 세상은 그런 연(緣)의 얽힘으로 이루어진다. 둘러보면 어떤 작은 일도 우리 주변의 존재들과 얽히지 않는 게 없다. 우리가 숨쉬는 것 하나만 봐도 나무들과의 연이 헤아려진다. 나무의 호흡일 뿐인 광합성이 얼마나 큰 덕을 낳는지 새삼 귀하게 와 닿는 것이다. 무릇 존재는 이렇게 주변의 자연이나 사람에 기댄 채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거대한 생명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삶은 그렇게 일상의 크고 작은 연에서 우주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서로 무관할 수가 없다. 삶의 다양한 고리들이 서로를 받쳐주는 다양한 힘이 되는 것이다. 그 관계가 어찌 서로에게 비춰지지 않겠는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자신부터 가다듬게 된다. 더불어 행복한 길에 대한 궁리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로 인해 주변에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 그러자면 언행 하나에도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날마다 먹고사는 것들에도 다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
2006-02-14 14:20:26
나잇값과 지갑
나이가 들수록 지갑을 열라고 한다. 지갑을 잘 여는 사람이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좋아하는 게 세상 인심이다. 밥이나 술 잘 사는 사람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지갑이 두둑한 사람 옆에는 사람이 끓게 마련이다. 또 그런 사람이 종종 정치를 이용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고집은 닫으라고 한다. 나이가 완고라는 껍질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나이가 들수록 봐주기 어려운 게 많아진다고 한다. 하긴 혀를 차고 눈을 감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장유유서 같은 긴 전통도 사라져가니 못마땅한 게 지천일 것이다. 문자가 등장하는 초기의 동굴 벽에도 신세대에 대한 불만이 적혀 있다니, 세대 차에 따른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가 보다. 지갑과 고집 운운은 나잇값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나이에는 그에 상응하는 역할이 전제되고, 그것으로 값이 매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잇값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말이나 행동, 옷치장도 나이를 앞세운 수군거림의 대상이 ...
2005-12-26 15:52:05
'아름다움', 그 잔잔한 감동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간다.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가 세밑의 몸과 마음을 더 움츠려 들게 한다. 얼마 전에 제법 많은 첫눈이 내렸다. 눈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내렸다. 그런데도 어떤 길은 빙판 길이 되었고, 어떤 곳은 잔설로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지난 가을 이후, 다시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 선생의 고택을 찾았다. 안마당과 뒤뜰의 산수유, 감나무, 대나무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며칠 전 내린 눈의 흔적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추위 탓인지 인적도 끊어지고 고즈넉한 분위기만이 감돈다. 성북동의 호젓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이 집은 한때 재개발업자에 의해 헐릴 뻔한 위기에 몰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하여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그야말로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문화재인 것이다. 그 때의 작은 손길들이 힘을 모으지 않았다면 아마 이 집은 지금쯤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
2005-12-12 15:04:20
도시와 시골풍경
얼마 전 독일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유럽 여행은 처음이었다. 첫 여행이라면 으레 가게 되는 정해진 코스의 여행사 상품으로 간 여행이 아니라서 독일의 유명관광지는 물론, 도시와 시골을 골고루 다녀볼 수 있었다. 가기 전 들은 사전지식, 독일 도시는 2차 세계대전으로 대부분 파괴되었으며 현재의 독일 모습은 거의 모두 복원된 것이라는 것. 내게 있어서 복원의 개념은 ‘문화재 등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회복하는 것’이기에 ‘아하! 그 많다던 중세의 성곽과 성당 등을 다시 재건축하였겠지. 그것도 오랜 시간 공들여 복원한다니 정교하고도 치밀하게는 하였겠구나. 대신 깡그리 파괴되었다던 살림집과 도시를 어찌 옛 모습 그대로 복구할 수 있어? 당연히 현대적인 시멘트 구조물, 나의 눈에 익숙한 미국적 혹은 서울식 메트로폴리탄, 게다가 독일인은 워낙 매사에 튼튼한 걸 좋아한다니 견고한 콘크리트의 멋없는 건축물들이 즐비하겠지.’ 난 나의 상식과 상상을 단단히 믿었다. 독일에 첫 발을 디딘 ...
2005-12-01 14:31:43
걷는 즐거움
걷기에 좋은 철이다. 거리마다 단풍이 난만하고 은행나무가 광배를 두른 양 눈부시다. 돌아보면 나무만한 부처가 어디 있으랴. 잎이며 열매, 몸까지 남김없이 베풀고 가는 나무야말로 성자 이상이다. 그래서 큰 나무 앞에서는 마음이 먼저 숙여진다. 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자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없다. 문 앞에서 내려 건물로 곧장 들어가기 때문이다. 걷는 것 자체를 꺼리는 만큼 걷는 거리도 최소화한다. 걷는 시간을 답답해하는 이런 차 중독현상은 젊은 층일수록 심하다. 하긴 승용차 세대인 데다 속도가 승패를 가리는 시대이니 걷는 것을 싫어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걷는 게 즐거워진다. 걸으면서 얻는 게 많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같은 거시적 문제 말고도 걸으면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학교까지 10분 정도의 짧은 길도 내게는 소소한 즐거움의 연속이다. 날마다 다른 자연의 변화가 새록새록 소중하다. 만물은 말 그대로 무상(無常)하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변...
2005-11-11 18:02:06
먹는다는 것
요즘처럼 먹거리에 대한 불안을 느낀 적은 일찍이 없었다. 자고 나면 연일 터져 나오는 섬뜩한 단어들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포르말린 도라지·고사리', '말라카이트 그린의 송어·향어', '납 성분, 기생충 알의 김치'… 듣기만 해도 경악할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들에 그런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니 도대체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 목숨을 부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화두가 될 처지다. 그간 우리들의 먹거리 문화는 너무 변화했다. 언제부터인가 김치는 당연히 사다 먹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손수 담는다는 정성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지도 오래다. 그 잠깐의 편리함으로 우리는 지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렇다. 산업사회는 우리들에게 편리함과 간편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대신 이제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로 둔갑해버렸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에 대해 지금 우리가 놀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인과의...
2005-10-27 13: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