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법고창신
정권이 바뀌자 지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정책실패, 경제실패, 모든 것이 실패했다는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나라까지 말아먹었다는 듯이 핏대를 올렸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만큼 실패했는지 묻고 싶었다.그리고 새정부의 정책이 속속 발표되었다. 작은정부, 영어교육, 건강보험, 운하건설 등등. 영어문제는 나라를 온통 들끓게 했다. 그때까지도 새 대통령은 여유작작했다. 자신은 경제대통령이고 그것만 살리면 부수적인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하지만 세상의 기류가 대통령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원화폭락, 물가상승, 원자제값 상승, 곤두박질치는 미국 경제 등 호재로 이용할 뉴스가 거의 없었다. 얼마 전 뉴스에 작년 우리의 GNP가 2만불이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임기 내 지켜진 셈이다. 한데 왜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나? 며칠 전 어떤 모임에 갔다. 사람들은 모두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가 돈이 그렇게 많았다는...
2008-03-28 10:59:10
일상에서의 안단테 칸타빌레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 제1번 D장조 2악장은 ‘안단테 칸타빌레’라 불리며 독립적으로 연주되어 수많은 사랑을 받아온 명곡이다. 슬라브민족의 러시아적 우수와 서정이 가득한 이 작품은 톨스토이가 공연장에서 연주를 듣자마자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로 더욱 유명해 졌다. 안단테 칸타빌레는 ‘느리게… 천천히 노래하듯이’ 연주하라는 뜻을 지닌 음악용어로 연주자와 청자 간의 긴장을 이완시키면서 음악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화 한 편을 전송하는데 불과 2, 3초 밖에 걸리지 않는 초스피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노래하듯’ 살라고, 조금 느리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힐난 섞인 반응을 보이거나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도 시원치 않은데 인생에서 ‘안단테 칸타빌레’는 사치라고 할 사람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느림이 주는 소중함을 간과한 억지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피에르 쌍소(Pierre Sans...
2008-03-12 17:22:35
개성(個性) 찾기
요즘 안경점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이 눈 크기보다 조금 넓은 정도로 작은 것 일색이다. 그 작은 안경들이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다 어울릴지는 못내 의문이다.10여 년 전에는 남자 양복 윗도리의 단추가 모두 3개짜리만 팔고 있어 황당하고 답답했었다. 단추 2개짜리 양복이 없느냐고 물으면 양복점에 가서 맞추어 입으라는 퉁명스런 답변이 돌아올 뿐. 게다가 바지도 허리부분에 양쪽으로 3군데씩 주름을 잡아 엉덩이부분이 엄청 넓은 것만 있어, 1자 모양 바지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피곤한 시절이었다. 내가 보기로는 키 작은 사람이 양복 윗도리 단추가 3개짜리를 입었을 때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세월이 흘러 5년 전에는 여자 바지가 무릎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이른바 ‘7부바지’가 크게 유행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것 역시 키가 작고 다리가 짧은 여성의 경우 치마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무렵의 유행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이나 획일적인 것에...
2008-02-28 18:42:41
새해에 주는 편지
어머니들에게 가장 바쁜 때는 설날 전후가 될 것이다. 차례상 준비는 물론 인사를 해야할 친척들, 명절이 끝나고 자식들이 떠날 때 이것저것 챙겨 주는 것도 어머니들의 일이다.나에게 가장 큰일은 아이에게 주는 새해 편지다. 당부하고 싶은 말을 미리 써두었다가 아이가 일터로 돌아갈 때 가방에 넣어주는 것인데 올해도 그 내용은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 항상 내강외유를 명심해라….’아이가 어학원 팀장이 된 뒤부터 해오던 당부였다. 한데 문득 아이의 고백이 떠올랐다. 지난 번 수능 때 자기 팀의 한 선생이 부친의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간다는 것을 ‘당신이 간다고 해서 아버지가 금방 일어나시느냐, 지금 당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이다, 시험 끝나면 가도록 하라….’ 그 뒤로 내 아이는 그 선생을 볼 때마다 괴로워진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나에게 외유내강은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내 지난날을 돌아보자 그 과거의 길목에는 수많은 과오들이 바위처럼 길을 막고...
2008-02-18 14:47:49
꿈의 대화를 나누는 세상을 위해
올해로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우물쭈물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던 딸아이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풀이 죽어 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꿈에 대하여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반은 성공한거야. 늘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언젠가 그 답을 스스로 깨닫게 될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아빠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대화의 연장을 피하는 것인지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반응이 없었다.이러한 대화의 필요성은 비단 부모와 자식간에 한정되어 있지 않는 듯 하다. 나이를, 세상의 견고한 벽을, 실현 가능성의 한계를 핑계로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자문할 수 있는 여유조차 잃어버린 많은 어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기업이나 고소득,...
2008-02-01 15:44:19
최선을 다 한다는 것
몇 해 전에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하려고 항공권을 제시했다가 무척 당황했던 일이 떠오른다. 내용인즉 항공권과 여권에 기재된 영문이름의 철자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공권을 구입한 여행사에 급히 전화를 하고, 또 그쪽에서 항공사 카운터로 확인절차를 거치고….겨우 출국수속을 마치고나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왜 일을 그 모양으로 하느냐?”고 항의를 하니 그는 건성으로 사과를 하더니 그래도 자신은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이었다. 뭐! ‘최선’을 다했다고? 항공권을 발행할 때는 승객의 성명, 항공기 편명, 행선지, 탑승날짜와 시간, 좌석의 등급 등을 모두 기재하고 다시 한 번 한 글자씩 짚으며 소리 내어 읽어보면 거의 실수하지 않게 되는데…. 그 무심한 여행사 직원의 변명에 한층 더 화가 치밀어 오르던 순간 나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항의를 대충 마무리했다. 왜냐하면 일의 시작은 분명히 항공권을 잘못 발권한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항공권을 받을 때 내 쪽에서라도 꼼꼼하게 확...
2007-12-27 19:00:50
연말에 펼쳐보는 희망 통장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또 빼앗아 간다. 시간은 또한 그 색채가 다양해서 어떤 사람에게는 행복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평한 것이 있다면 새해 아침에 받는 ‘희망’이라는 마음의 통장일 것이다. 그 통장에는 이런 말도 쓰여져 있다.“이 통장의 매수는 365일이다. 이 날짜들을 밑천삼아 좋은 일들을 많이 벌이고 또 가득가득 채워라.”지난 정초 나 역시 이 통장을 받았고 그때 나는 이런 작심을 했다. ‘그래, 날마다 좋은 일을 채워서 연말에는 웃는 부자가 되자.’ 지금 그 연말이 되었다. 통장을 점검해보니 채워진 것이 없다. 넉넉하게 찾겠다던 웃음은 공수표로 남아 있다. 달과 날짜, 주일의 행간까지 샅샅이 돌아보아도 거저 텅 비어 있을 뿐이다. 마음이 헛헛해서 거리로 나갔다. 작은 웃음거리라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으나 눈에 띄는 것은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뿐이다. 쓰레기 더미 옆에서 젖은 신문을 고르거나 빈병을 찾는 저 할머니, 할머니...
2007-12-17 18:04:13
진정한 아름다움은…
조니 뎁과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영화 '돈 주앙'은 다소 황당한 스토리를 지녔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낭만적인 대사들로 넘쳐난다. 자신이 돈 주앙이라며 자살을 시도하려다 정신감정을 받게된 청년과 정년퇴임 직전의 정신과 의사의 대화를 통해 영화는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허물며 실마리를 풀어간다. 주어진 열흘 안에 정신과 의사는 이 청년이 정상인지 아니면 정신병자인지를 판별하여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 천 명이 넘는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자칭 ‘돈 주앙’의 바람둥이 오딧세이를 듣고 있노라면 분명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겠지만 의사는 점점 이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가 진짜 돈 주앙이라 믿게 된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어떻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을 과감히 해체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현실로 끌어들인데 있다. 상식적으로 청년은 과대망상증 환자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상식의 틀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순수하기 그지없는 희대...
2007-11-16 17:43:26
‘너무’가 ‘너무’ 많이 쓰이는 세상
정확한 통계결과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단어 중 하나는 ‘너무’가 아닐까 싶다. 특히 TV뉴스 중에 여름철 해수욕객이나 가을철 단풍행락객들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물이 너무 맑고 날씨도 너무 좋고요, 온 가족이 다 와서 피서하니까 너무 너무 좋아요”하는 식으로 ‘너무’ 투성이라서 듣는 사람이 ‘너무’ 어지러울 정도다.(‘너무’를 대신할 수 있는 단어로는 몹시, 썩, 매우, 참으로, 대단히, 굉장히 등을 들 수 있다.)‘너무’란 말의 뜻은 ‘한계가 정도에 지나게’ 또는 ‘분에 넘게’이다.(이희승 감수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그렇다면 굳이 과유불급(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이란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매사가 ‘너무한’ 상태는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너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너무’가 ‘너무’ 많이 쓰이는 우리 사회현상에 대해서 나는 ‘너무’ 걱정하고 있다. 물론 여러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
2007-11-05 11:18:58
지난날 우리들의 얼굴
며칠 전에 포장 이사를 했다. 센터 직원 둘과 몽골인 두 명이 한 팀이었다. 몽골 여성은 부엌 살림살이를 챙겼고 청년은 무거운 짐을 운반했다. 한국말도 곧잘 했고 일하는 폼도 시원시원했다. 여성은 손끝이 어떻게나 야무진지 버려도 좋을 것까지 다 챙겼다. 그날 오후였다. 새집으로 이삿짐을 들일 때 센터 직원이 몽골청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밀차를 가져오라 했는데 다른 걸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도 욕설이 너무 심했다. 청년도 화가 났던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화를 가라앉히려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붙여 물었다. 연기를 내뿜는 청년의 모습에서 나는 과거 우리들의 자화상을 떠올렸다. 6, 70년대는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나갔다. 모두가 풍요라는 꿈을 안고 독일, 미국, 일본으로 나갔으나 주어진 일은 힘든 노동뿐이었다. 대학졸업자 또한 미국에서는 허드레일을 했고 자식을 따라간 할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아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오사카 인간시장으로 간 사람은 지리를 몰라...
2007-10-16 11:10:41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
한국전쟁의 폭풍우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50년대 중반, 아내와 어린 남매를 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쳤고 틈틈이 작곡을 했으며 개인적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가장이자 음악가였던 그는 자신의 창작곡으로 서울시에서 수상하는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음악의 선진국인 유럽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그에게는 가정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둘 다 버리지 않는 방법을찾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아무리 힘들어도 최대한 빨리 공부를 끝내고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고 파리로 떠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과 가녀린 아내의 슬픔을 감춘 당당한 웃음을 뒤로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외로움과 그리움, 너무나 다른 문화적 감성을 이고지면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할 목적인 음악에 집중하였다. 그의 놀라운 재능과 창조적인 음악어법은 어...
2007-09-17 15:53:47
자리(직위)와 계급
요즘 군에 입대하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온갖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젊은이가 적지 않은 듯 하다. 그렇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그 긴 시간동안 아무런 배움이 없겠는가? 나는 군에서 이 글의 제목인 ‘자리와 계급’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기에(필시 남보다는 늦었을 것이다) 온통 허송세월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어느 날 내가 믿고 의지하던 상관(하사관)에게 ‘존경심이 담기지 않는 경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명쾌하였다.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상관의 인격을 향해서가 아니라 바로 모자와 어깨에 달린 계급장에 무조건 경례하는 거야.”사람만큼 높은 자리(권력)와 명예, 돈에 쉽게 취해버리는 동물이 또 있을까? 우리는 비교적 참신하던 사람도 어떤 자리에 앉으면 눈 깜박할 사이에 오만불손하게 되는 것을 자주 본다. 그 주변사람들은 그 사람의 의자(직위)를 보고 굽신거리는 것인데…. 그런 사람 옆에 “저는 부장님(예를 들자면)을 상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2007-08-29 16:18:35
중독
k는 시도 때도 없이 초콜릿을 먹어댄다. 아마 잠자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초콜릿을 우물거리고 있을 것이다. 초콜릿이라면 종류나 맛을 가리지 않는다니 진정한 초콜릿 매니아(?) 라고 해야 되나. 당을 과다섭취 했을 때 오는 몸의 부작용을 생각하며 주변인들이 우려의 말을 던지기도 하지만 k는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는다. 도리어 말 던진 사람이 머쓱해져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게 된다. 이쯤 되면 중독인가? 주변에서 무엇인가에 중독된 사람들을 흔히 본다. 중독되기 쉬운 대상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TV중독, 쇼핑중독, 게임중독,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통신중독, 음란물중독, 심지어는 도벽중독이나 운동중독, 일중독까지…. 그 중에는 삶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중독들이 많다. 베타 엔돌핀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운동중독을 예를 들자면, 운동 시 가장 힘든 순간인 데드포인트를 지나 계속하게 되면 베타 엘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는 것...
2007-08-14 17:23:38
이 여름 감정계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스티븐 코비는 '감정계좌'라는 은유를 사용했다. 사람들 사이의 감정은 마치 은행계좌와 같아서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평소에 좋은 감정을 넉넉히 저축해놓은 사이라면 어쩌다 언짢은 일이 발생해도 평소의 감정잔고를 써서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반면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사이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감정의 파산이 일어나고 만다.요즘 들어 코비의 '감정계좌'를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별것 아닌 계기로 애써 쌓아놓은 잔고를 홀랑 까먹은 계좌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꽤 노력했는데도 잔고가 쌓이지 않아 억울한 계좌도 있다. 물론 써도 써도 고갈되지 않는 화수분 같은 사랑의 계좌, 자비의 계좌 덕분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지만, 본의든 아니든 '깡통'으로 변한 계좌들을 떠올리는 일은 씁쓸하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하지 않아서 ...
2007-07-30 18:38:55
변화와 평상심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같은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지루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돌아보면 지금은 지루한 일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긴장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하여 온 것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너무 익숙해짐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처음의 그런 긴장은 내겐 없었던 일처럼 잊고 지내며 지루함만 탓하는 때가 많다.얼마 전 기차를 탈 일이 있어 그 시간에 맞는 분량의 책을 한권 들고 나섰다. 내용 가운데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난 다음의 유형을 네 가지 형태로 나누어 설명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형태는 목적을 성취한 뒤에도 동물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새로운 다른 목적을 찾아가는 타입이고, 세 번째 형태는 안도감에 빠져 조여맨 운동화 끈을 풀고 슬리퍼로 갈아 신다가 슬리퍼조차도 벗어 던지는 느긋한 마음으로 자기가 이룬 성취 결과까지 줄이는 타입이다. 네 번째 형태는 세 번째와 같은 스타일로 느긋하다가 위기감을 느껴 다시 새로운 것...
2007-07-12 17:5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