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뜨거운 여름 그리고 열정!
일 년 중 낮이 제일 긴 하지가 지나자마자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지금 지구촌은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처음 개최된 '월드컵' 열기로 한층 더 달구어진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이며 신명을 풀고 있는 우리나라도 역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루어 온 국민은 환호와 기쁨 속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흥분과 감격의 박수갈채를 아낌없이 선수들에게 보냈다. 정정당당히 싸워 이긴 승리는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이루어낸 감동의 드라마가 되어 젊음의 여름을 더 뜨겁게 한다.뜨겁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뜨거움은 정열이요, 감격이요, 환희이며 도취이고 일심전념이다. 해가 뜨겁기 때문에 만물을 생성하고 곡식이 무르익고 과일이 성숙해 진다. 사랑의 자비행은 뜨겁기 때문에 우리를 감동케 한다. 피가 뜨겁기 때문에 벅찬 충만감을 맛볼 수 있다. 빗속에서 밤을 지새우며 한마음이 된 그 열정! 축구를 통해 사람들은 종교나 이데...
2010-06-29 15:47:12
월드컵 신드롬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시작되었고 지난 토요일은 한국의 첫 경기가 있었다.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상대로 호쾌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실력과 성적을 보여줬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시작된 붉은 악마들의 단체응원전이 이제는 스포츠분야에 있어서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좀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기 힘든 요즘의 사회 분위기로 보아, 월드컵 응원을 통한 단결된 모습은 스포츠가 얼마나 인간 본성을 들끓게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붉은 악마의 유니폼으로 인해 서울시청광장에 붉은 물결이 휩쓸고 간 한일월드컵 후로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레드콤플렉스가 사라졌다. 정열적인 응원을 펼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전개될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발전되고 합리적이며 민주주의가 견고히 다져진 사회가 되리란 확신도 가져본다. 울긋불긋 원색으로 치장한 응원도구며 분장을 보면서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 슬며시 미소도 지어본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
2010-06-14 16:39:08
국민을 행복하게 하라, 사랑 받으려면
정치란 무엇인가. 네이버 백과사전은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협력 저항 등의 사회적 활동의 총칭'으로 간단히 규정하고 있다. 다스림과 다스림을 받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와 움직임이 곧 정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정치, 바람직한 정치'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쉽게 말하자면 '다수인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통치기술 혹은 철학' 정도가 될 것이다.지금 국민 앞에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대부분 출신 학교와 사회 경력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전문가들이지만 공약(公約)이 지나쳐서 공약(空約)이 될 소지가 커 보인다. 어떤 이는 경쟁자의 약점을 물고늘어짐으로써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 자질(?)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주장과 주장이 침을 튀기고 공세와 공세가 피를 튀긴다. 모두 '일단 붙고 보자'는 생각인 듯하다.그렇기에 더욱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피오렐로 라과디아....
2010-06-01 14:19:34
천지사방 모두 꽃
천지사방 꽃불 번지는 봄, 옥연사를 찾았다. 옥연사는 조선전기 시인 정치가 사상가로 영의정을 지낸 소재 노수신 선생의 사묘재실이다. 이곳 유장각에 보관되던 유품들은 종가의 기탁으로 거처를 상주박물관으로 옮겼다. 궤에 갇혀 숨 막혔을 고서들을 비롯해 목판 등 많은 유품이 비로소 바람을 쐬고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소재선생은 20여 년 동안 유배생활의 고통과 비애를 학문으로 승화시켜 '숙흥야매잠해', '인심도심변', '집중설' 등을 남겼다. 당시 성리학자 일반은 인욕(人欲)을 불선(不善)으로 보고 금욕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는 인욕을 긍정하였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것을 자신의 심학(心學)으로 이루어냈으니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명학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선 500년 동안 정주학을 으뜸으로 하는 학문분위기 속에서도, 이단으로 배척되던 육왕학, 도교 불교의 사상까지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호방한 학문태도를 보였다.그의 시 '별사내옹(別四耐...
2010-04-29 11:18:05
분홍의 말씀
고의의, 혹은 미필적 고의의, 혹은 우발적인 사건 사고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우울한 요즘 뉴스를 피해 동네 뒷산을 올랐다. 불과 며칠 사이에 산은 마법에 빠져 있었다. 사랑에 빠져 있었다. 사월 초순의 산은 온통 연두로 분홍으로 노랑으로 물들어 있었다. 진달래는 제 마음인 듯 신의 섭리인 듯 산을 온통 분홍으로 감싸안고 있었다. 세상의 악의와 미필적 고의와 상관없이 분명히 절대적 아름다움은 가까이 저만치 피어 있었다. 다문다문 서 있는 연노랑의 산수유나무며 진개나리 등 윤곽이 뚜렷한 아름다운 얼굴들이 세상을 향해 서 있었다.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어두운 순간 새나 고양이나 나무나 꽃이나 살아 있는 다른 존재들이 얼마나 내게 빛이 되어 주었던가. 무엇보다도 사람에게서 얼마나 위로를 받았던가. 새삼스럽게 삼라만상이 귀하게 느껴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얼음이 살 속에 박혀 차갑게 서걱거리던 땅에 꽃 천지라니! 조그맣게 실눈을...
2010-04-15 17:16:49
즐거운 불편
“언니, 그게 참말이가?”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정색을 했다. 나에게 자가용이 없다는 게 통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차가 있어야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수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차를 마련하란다. 사실 나는 운전면허시험을 본 적도 없다. 후배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운전을 할 줄 안다고 여긴다. 그래서 운전면허증조차 없다는 사실을 전혀 믿지 않는다. 나는 신용카드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나서 다음에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속이 쓰리다. 또 당장 현금도 없으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통장관리를 해야 하는 등등의 뒷감당에 자신도 없다. 현대의 대량소비사회에 살면서 “안 쓰면 되지”하는 생각은 힘이 없다. 온갖 매체를 통해 부디 소비해주기를 간절히 요청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주체적이지 못한 충동과 무절제한 소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없애버린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손 전화를 없앤 적이 있다. 한시도 숨 돌릴 ...
2010-03-30 15:51:17
나눔, 세상을 살리는 납설수(臘雪水)
“엄매와 나는 앙궁 우에 떡돌 우에 곱새담 우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냅일눈 약눈을 받는다”(백석 '古夜' 부분) 예전에는 동지로부터 셋째 미일(未日)인 납일(臘日)에 내리는 눈을 특별하게 여겼다. 그 눈을 정성껏 받아 녹인 납설수(臘雪水)로 환약을 빚었다. 의서(醫書)에 “납설수는 염병과 모든 병을 다스린다”고 한 데서 생긴 풍속이다. 지난겨울에는 눈이 엄청 내렸다. 폭설과 한파로 인한 사건사고와 피해도 잇따랐다. 자연기후변화는 또 하나의 전쟁이다. 황사, 가뭄, 태풍, 장마, 지진, 폭설과 강추위 등은 분명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다. 지난 1월 12일 일어난 아이티 지진만 해도 그렇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강진으로 아이티는 폐허더미에서 신음하고 있다. 내전과 쿠데타, 자연재해로 점철된 역사를 가진 가난한 나라 아이티의 이번 지진은 더욱 견디기 힘든 상처이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장은 참혹하기만 하다. ...
2010-02-11 17:10:23
당신의 생의 조도(照度)는?
생이 가장 환하게 빛났을 때가 언제였는가를 돌이켜보면 나의 경우는 이십대 무렵이다. 전망이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희망이 시퍼렇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의 조도가 최대치에 이르러야할 시기가 대부분의 경우 이십대일 거라는 데에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것은 열정을 쏟을 일에 앞뒤 재지 않는 몰입, 새로운 자유, 새로운 영향력에 대한 고민 등이 이십 대를 추동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성의 가치관에 주저 없이 편승해 물질적 풍요를 최고 가치로 여기고 명품을 무슨 슬로건처럼 내걸고, 영혼의 혁신보다는 성형을 통한 안면의 혁신에 주력하고 그런 세태라면, 그런 세대라면 빛나는 시절이라고 불릴 수 없는 일이다. 새벽에 음악프로를 보고 있었다. 김장훈씨의 노래 ‘사노라면'을 가수와 함께 부르는 객석의 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떤 간절함이 느껴졌다.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그들의 고뇌가 영상을 타고 전달되었다. 생의 조도가 높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
2010-01-29 11:04:45
천태산 은행나무
늦가을이다. 노오란 이파리를 다 떨어뜨리며 묵상의 시간으로 건너가는 은행나무는 처연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로 용문사 은행나무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 영동 천태산 은행나무도 천 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천태산 은행나무는 천 년의 세월동안 생명을 품고 있는 자연 그대로 천태산의 부처로 불린다. 천태산 은행나무가 슬피 울면 그것은 곧 국란이나 국상 등 환란과 재난을 예고한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양문규 시인은 "그 울음은 희망을 노래하는 전령, 미혹의 세계에서 각성의 세계로 오는 생명의 소리(키가 큰 만큼 생이 깊은 저 은행나무)"라고 한다.최근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모임'이 결성되어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詩祭)가 열렸다. 누대에 걸쳐 좌절과 절망을 제 울음으로 감싸고 있는 천태산 은행나무의 큰 품에 안긴 것이다. 이날 "혼탁한 시대에 천태산 은행나무의 올곧은 마음과 따뜻한 그늘의 정신을 배우고,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가고...
2009-11-16 11:15:54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해 그림자의 허리가 짧아지고 있다. 어느새 나무들이 여름날의 수다한 수사(修辭)같은 잎사귀들을 하나 둘 덜어내고 있다.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을 가볍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맘때면 꼭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삶의 실체가 안개 속에 숨어있는 문학소녀였을 때는 이 구절이 조금은 달콤한, 막연한 쓰라림으로 다가왔지만 새삼 가슴이 서늘해지는 문장이다. 노숙자거나 이민자거나 전세, 월세를 내기 어려운 사람 등 존재기반이 허약한 사람이라면,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서늘하다 못해 먹먹해지는 문장일 것이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존재의 집을 짓고 허무는데 열정을 쏟을 것이고 문학의 말미에서 말미잘처럼 수사에 기대어 살 것이고 수사를 밀고 가느라 애쓸 것이다. 문제는 실체다. 수목(樹木)의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 그 누구도 피할 길 없는 인간의 조건이 우리 앞에 장애물처럼 놓여 있다. ...
2009-10-28 11:11:21
연밥, 오랜 수행의 결실
아침저녁으로 바람결이 서늘하다. 여름 내내 환했던 백련과 홍련도 이제는 점점 사그라지는 서로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이즈음이면 경상북도 상주 공갈못의 ‘연밥 따는 노래’가 더욱 처연하게 들려온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연밥 따는 저 처녀야/연밥 줄밥 내 따줄게/이 내 품에 잠자주소/잠자기는 어렵잖소/연밥 따기 늦어가오.” 연밥은 연꽃망울이 맺힘과 동시에 그 속에 자리를 잡는다. 연밥을 감싸 안으며 꽃이 피고 꽃잎이 다 떨어지면 그 중심에 잘 익은 열매가 오롯이 남는다. 이러한 속성은 종종 부처의 일대시교(一代時敎)에 비유한다. 처음에 방편(方便)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수준을 끌어올리면 마침내 방편은 떨어지고 실상만 남는, 온 세상 천지만물이 불국이라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깔때기 모양의 연밥은 평평한 윗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데 바로 그 안에 도토리만 한 연자가 앙증맞게 들어앉아 있다. 연밥과 연자는 한약, 음식, 꽃꽂이 재료로도 널리 이용되는데, 한때 자고나면 개운하다는 이...
2009-09-14 17:49:54
심장 스카라베
무화과나무 아래 길게 늘어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이발을 했던 수천 년 전의 이집트 사람들. 벽화 속의 그들도 생전의 행적이 어떠한 평가를 받을까 걱정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남겨진 심장’이 죽음 이후에도 생을 생생하게 증언한다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런 믿음으로 미라를 만들 때 다른 장기는 빼내서 단지에 보관하지만 심장은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남겨진 심장이 그동안 목도해온 제 몸의 행실을 심판하다니! 생각만 해도 두렵다. 안과 밖을 갖고 있고 빛과 어둠을 지니고 있는 삶 자체가 모순이고 위악이고 남루이고 비굴이거늘 두렵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 우선은 위로가 된다. 현대인과 비교해서 절대 우위로 선하고 순진하고 자연에 가까웠을 고대인들의 두려움이 나와 같았다니. 그래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망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주문이 적힌 녹색 돌을 망자의 심장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심장 스카라베,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된 고대인들의 녹색 돌 부적을 들여다보며 문득, ...
2009-08-28 11:45:30
화를 다스리는 한 가지 방법
A와 B, 두 사람은 오후 7시에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다. A가 탑승할 항공기는 미국행이고, B가 탑승할 항공기는 영국행이다. 두 사람은 리무진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미처 퇴근시간의 교통체증을 예상하지 못해 7시 30분에야 탑승구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항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서로 달랐다. A는 "미국행 항공기는 7시 정각에 이륙했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반면, B는 "영국행 항공기는 잠시 문제가 생겨 7시 25분에 이륙했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A와 B 중 누가 더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까?심리학자들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6%는 B가 더 화가 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5분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B가 더 화가 나야 하는가? B는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택시를 탔더라면, 공항버스정류장에서 열심히 뛰었더라면, 10분만 일...
2009-05-15 13:31:03
노화(老化)를 보는 우리의 관점
노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요즘은 잘 늙는 것, 다시 말해 노화(老化, aging)가 큰 화두인 것 같다. 우리는 과연 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다. 심지어 슬픈 일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예전에는 노인을 “When an old man dies, a library burns" (Georges, 1989)이라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여겼다. 그러나 ”산업화“라는 역사의 결과로 에너지가 충만하고, 활동적이며, 힘센 노동자가 많이 요구되고 적자생존을 강조한 다윈의 진화이론의 영향까지 가세하며 젊음을 과도하게 높이 평가하는 사회에서 결국 자연스럽게 노인의 가치는 절하되어 버렸다. 특히, 한국은 대부분 다른 사회보다 훨씬 노화를 두려워하는 것을 느낀다. 젊음에 대한 강조는 흰머리와 주름살, 머리가 벗겨지는 것을 끔찍하게 여기게 한다. 그러면 노인이 되는 건 정말 단순히 끔찍한 사건일까? 여기서 우리는 노...
2009-05-04 12:41:55
벚꽃과 삶은 계란
부모님도 뵙고 만개한 벚꽃도 볼 겸해서 주말에 경주를 갔다 왔다. 절정이라 기대하고 왔건만 벚꽃은 벌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반월성과 안압지를 산책했다. 몇 달 사이 어머니의 허리는 더 굽어졌고, 이젠 다리가 아파 많이 걸을 수 없다면서 조금 걷고는 쉬기를 반복했다. 마음 속의 어머니는 늙지도 않고 항상 젊고 고운 옛모습 그대로인데 언제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버렸는지 참으로 세월이 야속했다. 건강을 염려하는 나에게 어머니는 "야야, 칠십이 넘으면 산에 누웠으나 집에 누웠으나 같단다. 그만큼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말이제" 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이 너무 슬프게 들려 얼른 "요즈음 팔십, 구십은 보통인데, 백수 하셔야지요" 했더니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신다."난 알맞게 살다가 갈란다. 김수환 추기경처럼 나도 미리 유언을 해놓는다. 산소호흡기니 그런 거 꼽지마라. 빨리 몸 바꾸어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좋지."우리는 커다란 벚나무 아래 앉아서 음료수를 마셨다. 그때 어디선가...
2009-04-17 10:5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