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대 스승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난처하고 난감한 일 중의 하나가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급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약간의 돈을 걷어서 스승의 날 당일, 칠판에는 풍선이나 색종이테이프 등으로 장식하고, 교탁 위에는 조그만 케이크나 초코파이 등을 쌓아서 촛불을 밝히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면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준다. 노래를 들으며 잠깐 동안이지만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교사인가? 스승이긴 하나?” 하고 생각하면서 민망함에 만감이 교차한다.
간혹 모임에 참석해서 인문계 여고 교사라고 하면,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받는 대부분 질문은 이렇다. 학교혁신, 대입제도의 변화, 선행학습, 사교육비 걱정, 공교육의 붕괴, 촌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 그런데 내가 학교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일이고, 이는 매일 반복된다.
“넌 왜, 아침 등교시간이 늦니?” “명찰은 왜 안 달았니?” “치마길이가 왜 이렇게 짧아?” “머리 파마는 왜 안 풀었니...
2012-09-24 19:5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