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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마산 댁
나의 어머니 택호는 마산 댁이다. 마산 바닷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 내륙지방 시골에 시집와서 5남매를 낳아 기르며 억척스런 삶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교화의 임지에서 돌아본 어머니의 모습은 모든 법계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해주신 산 교육장과 같은 분이었던 것 같다.모든 사람들은 따뜻한 봄이 오면 활짝 핀 꽃과 같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꽃이 되어 즐거워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매년 삼악도의 괴로움을 겪는 것처럼 봄을 맞이하였다. 밥은 목에 넘어가지 않고, 입맛은 모래알 씹는 것과 같고, 소태같이 쓰고 거칠어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봄을 많이 타셨다. 그렇지만 돈이 아까워 영양제는 엄두도 못내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봄, 여름을 보내다 보니 몸은 야위어서 깡마르게 되고, 피부는 새까맣고, 눈은 움푹 패인 듯 들어가고, 신경은 고도로 날카로워 시한폭탄 같은 늘 불안한 분위기였다. 지옥고와 아귀고와 축생고의 삼악도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이 ...
2013-07-04 14:38:28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겨루지 않고 뭇 사람이 꺼려하는 것에 처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물은 그러하지요. 용솟음치고 휘돌아나갈 때, 스스로 낮추고 느려질 때를 분명히 알고 조절합니다. 그래서 노자는 물의 덕을 도에 가깝다고 역설했나봅니다. 그러므로 물처럼 살기를 지향하면서 살아간다면 삶의 수고로움을 조금은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떠올렸던 것은 설악의 계곡들을 보고 난 후였습니다. 처음 출발 의도는 봉정암 진신사리탑 참배였습니다. 봉정암은 널리 알려진대로 5대 적멸보궁 중의 한 곳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입니다. 창건된 연대가 신라 선덕여왕 시대라 하니 그 고색창연한 세월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백담사에서 출발해서 설악의 수렴동계곡을 거쳐 오르는 길이 일반적인 듯합니다. 내설악은 그곳이 왜 내설악인지를 증명하듯이 산길은 오밀조밀했고 ...
2013-06-14 15:49:55
기다림
올 봄, 연구실에 있던 군자란이 6년 만에 꽃을 피웠다.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을 것 같았던 군자란에 꽃대가 오르고 짙은 다홍색 꽃이 화려하게 활짝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 달 정도 내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6년 전에는 5년 만에 핀 군자란을 보면서 그 때도 참으로 행복해 했었다. 처음 군자란을 받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생일선물로 받았던 것 같다. 그 군자란이 연구실에서 5년 만에 개화를 했고, 그로부터 6년 만에 개화를 했으니, 적어도 11년 이상은 나와 동고동락한 셈이다. 5년 전, 그 당시에는 5년 정도 끌고 있었던 일본 소설 번역을 탈고한 상태여서 더더욱 뜻 깊게 생각했었다. 그때 군자란을 보며 "내가 5년 동안 번역에 매달리는 동안, 너는 꽃 피울 생각을 했었구나"하며 내 작업의 결실과 개화를 동일시하며 다각적으로 의미를 부여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6년 만에 핀 군자란을 보며 처음으로 "어떻게 꽃을 피울 수가 있었을까" 하는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2013-06-03 09:46:40
그 때는 몰랐어요
바다에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큰 물고기에게 묻기를 "사람들이 바다 얘기를 자주 하던데 바다란 게 뭐예요?" 연륜이 있는 큰 물고기가 대답했다. "네 주위에 있는 게 바다야." "그런데 왜 안보이죠?" "바다는 네 안에도 있고, 네 밖에도 있어. 너는 바다에서 태어나서 바다로 돌아가지. 바다는 마치 네 몸처럼 널 감싸고 있는 거야." "어… 어…!"장자 말씀에 "물고기는 물의 존재를 잊고, 사람은 도(道)의 존재를 잊고 산다. 사람은 선(禪)의 바다 속에 살면서도 선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한 구절이 있다.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서 크고 작은 어려움과 고행은 미래의 눈으로 보면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이란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 같다. 층층시하의 맏며느리가 있었다. 위로는 시할머니와 시부모님, 아래로 연년생의 천방지축 아들 둘, 남편 일터의 종업원들 해서 많은 식구들이 북적이며 살았다. 한 달 밥쌀이 한 가마니가 부족했으니까 신혼의 단꿈은 잠시 뿐이요, 하루세끼 식순...
2013-05-15 13:49:59
마상청앵을 생각하며
어느새 봄빛이 난만하다. 눈 닿는 곳마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고 가로수들도 이제 제법 튼실한 연초록 잎을 매달고 있다. 기실 봄이 우리 곁에 온 것은 한참 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봄이 왔음을 감각할 수 없었다. 우리의 대지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머물고 있었고 태양의 온기는 여전히 미온이었다. 몸도 마음도 봄을 맞이하기엔 너무 지쳐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맞닥뜨린 꽃소식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선다. 슬렁슬렁 걷다가 꽃이 흐드러진 벚나무 곁을 지나칠 때였다. 어디선가 청아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나무 우듬지 쪽에 박새 한 마리가 앉아서 새초롬히 나를 쳐다본다. 박새란 놈은 내 시선을 느꼈을 법한데 다른 데로 날아가지 않고 계속 지저귄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면서 그림 한 점이 떠오른다.보슬비가 보얗게 번지는 봄날 오후, 말을 타고 가던 선비가 문득 들려온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 버드나무 위를 쳐다보는 그림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선 단원 김홍도의...
2013-04-30 15:27:00
박사논문의 기준
대학에서 졸업논문이 없어지기 시작한지 오래다. 많은 대학에서 졸업논문 대신에 외국어 성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졸업인증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도 필자는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논문을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해마다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졸업논문작성법'을 강의시간에 특강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대부분의 많은 대학교 강의는 담당 교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강의 위주 과목이든, 발표 위주의 과목이든 담당 교수의 수업계획 하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졸업논문은 테마 설정에서부터 자료수집과 정리, 논증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논문지도교수가 배정되어 있지만, 학생들 각자가 주역인 셈이다. 따라서 졸업논문 작성은 대학교육에서 얻은 지적능력을 총결산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학교육이 취업위주의 교육에 더 비중을 두다 보니 졸업논문의 중요성을 잘 인식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을 통해 통합적 사고 및 논리적 표현능력을 졸업논문을 통...
2013-04-15 10:16:23
할아버지의 짝사랑
할아버지의 못 말리는 손주 사랑 얘기다. 날마다 손녀얼굴을 바라보는 행복감에 젖어 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이토록 예쁠 수 가 있을까! 귀여워도 너∼무 귀여워. 자다가도 일어나서 손녀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자나깨나, 가나오나 손녀의 사랑스러움이 이루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손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해줘도 아깝지 않다. 주고 주고 또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손녀는 할아버지의 큰사랑을 알 턱이 없다. 손주를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 사랑이야∼♪. 할아버지 혼자만의 짝사랑인 것이다. 후손을 사랑하는 조상 부모의 마음이 이토록 애절하고 지극하지 않을까. 손주를 향한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그 위의 부모 조상의 무량한 은혜가 느껴진다. 부모 조상의 은혜를 깨닫고 보답하는 마음이야말로 무한한 공덕의 복전이 아닌가. 부모 조상은 죽어서도 후손들 가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된다고 한다.부처님이 중생을 아끼는 자비의 마음이 이보다 더 큰 짝사랑이 ...
2013-04-01 15:59:06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늘은 모처럼 처마 밑의 풍경이 고요하다. 차 한잔을 우려놓고 건축가 승효상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읽는다. 책 속의 내용은 그가 건축적 모티브를 얻거나 성찰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 얘기가 중심이다. 그가 들렀던 유럽의 도시들과 수도원, 그리고 스톡홀름에 있는 우드랜드공동묘지를 비롯한 유럽의 묘지들 혹은 우리나라의 오랜 절집이며 폐사지와 같이 그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은 제대로 비워진 건축물들에서다. 건축가인 그의 직업을 생각하면 의외일 수 있지만 항상 그가 지향하는 것은 집을 세우는 건축(建築)이 아니라 삶의 집을 짓는 영조(營造)였으므로 그래서 그가 추구하는 비움의 깊이와 맑기는 도저하기만 하다. 언뜻 봐선 짚어낼 수 없는 '불가해한 비움'이다. 하지만 비움이 어찌 불가해할 수 있겠는가. 그곳에 이르기는 어려워도 확인하기는 일순간인 것을. 비단 건축물 얘기만은 아니다. 나는 그것을 미얀마의 마하간다용수도원에서 극명하게 느꼈다. 이 년 전 불적...
2013-03-15 16:57:48
자비로운 세상 만들기
사랑만큼 보편적인 테마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TV드라마, 잡지에도 사랑이라는 테마가 난무하고 있다. 사랑에 울고불고 했던 20대를 생각해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소해 질 때도 있다. '사랑'이 넘쳐흐르다 보니 도대체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여러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는 사랑은 불륜을 비롯한 애욕이 넘치는 이야기들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왜곡되고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며 무엇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며 사랑을 베푸는 자세는 어떠한 것일까.그런데 기독교에서는 박애를 설하고 불교에서는 자비를 설하고 있다. 거기에는 매우 차원이 다른 숭고한 박애, 숭고한 자비라는 것이 설해져 있다. 게다가 현대사상이 일반적으로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의 여명과 함께 시...
2013-03-01 15:03:48
부모의 행복이 자녀들의 행복이다
십 년 주기로 재미있는 인생의 잘난 단계를 말하고 있다. 십대에는 공부 잘하고 똑똑한 여자가 제일이다. 이십대에는 매력 있고 예쁜 여자가 제일이라고 한다. 삼십대에는 남편 잘 만나는 여자가 제일이고, 사십대에는 돈 많은 여자가 제일이다. 오십대에는 자녀들이 명문대를 들어가고 취직을 잘하고 출세한 여자가 제일이다. 육십대에는 건강한 여자가 제일이라 한다. 앞의 단계가 아무리 좋아도 건강을 잃어버리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칠십대 이후에는 어떠한 인생이 어른으로서 존경받는 삶이 될까. 진언행자로서는 당연히 삼밀관행 육행실천으로 진리를 알고, 지혜로운 여자가 제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년에도 자녀들에게 천덕꾸러기 되지 않고 수행을 벗삼아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있으면 함께 해서 즐겁고, 인과에 수순하는 만족한 마음이니 평화로운 그 모습이 공경 받고 존경받을 것이기 때문이다.나는 과연 어디에 해당되는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 왔는가? 반문해본다. 하나라도 해당되기 어렵다. 요즘 ...
2013-02-18 17:34:56
칭찬
돌아오는 2월 6일은 우리학교 졸업식 날이다. 끝과 시작이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졸업을 앞둔 고3학생에서 대학 신입생으로의 변모는 가히 놀랄만하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3년 동안 입은 회색 교복처럼 후줄근하고 찌든 모습에서 밝고 생기 넘치는 환한 모습으로 바뀐다. 어떤 학생은 수능시험 후 졸업식까지 세 달 동안 무려 30kg 가까이 감량하고 나타나서 잠시 못 알아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넌 그동안 출산했냐?"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눈부신 변신이다.반 학생들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나누어주면서 축하의 말을 건넨다. 수업지도를 하면서, 또 생활지도를 하면서 지나치게 나무라지는 않았는지, 과거를 되돌아 볼 때가 있다. 담임교사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가르쳐 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강요만 하지 않았는지, 잘한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잘못한 것만을 들추어내어 나무라지는 않았는지, 후회가 들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꽤나 칭찬...
2013-02-04 11:59:22
이름 불리워 진다 는 것
오늘은 양동마을을 다녀왔다.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다. 강연에 앞서 마을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유물관 강당에 들어섰다. 무슨 말을 할까. 몇 가지를 생각해 온 것은 있었지만,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강단에 올라서서 내 소개를 하는 순간, 학생들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던 시구(詩句)처럼,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몸짓이라는 무의미한 존재를 꽃이라는 의미로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고귀한 행위이다. 무의미한 존재를 의미로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이름, 양동의 고택엔 모두 이름이 있다. 동방18현이신 우재 손중돈 선생과 회재 이언적 선생이 나신 곳인 서백당(書百堂)은 '참을 인(忍)자를 백 번 쓰겠다'는 주인의 생각이 담겨 있고, 회재 선생의 ...
2012-12-27 16:47:59
후생가외(後生可畏)
얼마 전에 수학과 공개수업이 있었다. 공개수업에는 같은 교과의 교사들은 물론 교장, 교감과 심지어는 다른 학교에서 온 수학교사들까지 참관하니,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수업이 아닐 수 없다. 이 공개수업을 담당했던 교사는 교직 경력이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수업은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간도형을 이해하고,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수업진행과 능숙한 컴퓨터 기자재의 활용 등으로 깔끔하게 공개수업을 마쳤다. 필자는 수업을 담당했던 교사의 수업을 신임교사 채용을 위한 수업평가부터 교원평가를 위한 참관수업까지 여러 차례 수업을 참관했었다. 그런데 이전에 봤던 수업과 이번 수업은 확연히 달랐다. 과거에 했던 수업이 뭔가 어색하고 허둥지둥 혼자 진행하는 수업이었다면, 이번 수업은 확실한 발음과 억양, 적절한 시선처리, 깔끔한 판서 등으로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또 새로 구입한 CA...
2012-11-28 11:01:33
길은 가야 이루어진다
오늘 아침도 나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똑 같은 길을 따라 학교로 왔다. 아무런 생각이 없이 시간에 쫓기듯. 우리는 누구나 꿈꾼다. 오늘 나에게 가슴 설레이는 무언가가 일어났으면 하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저녁이 되면 똑 같은 일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사실, 태어나서 어느 순간까지 만나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것은 때론 새로움으로, 때론 설레임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때론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가보지도 않고 두려워하면서. 장자의 글을 읽다가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길은 가야 이루어진다)이라는 대목에서 한참동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의 나의 어리석음을 발견한 것이다. 가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편하기만을 바랐던 나를 발견한 것이다.우리는 늘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늘 순탄하기를 바라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힘듬과 괴로움이 없을 수 없다. 공자도 "사람들은 즐겁기를 바라고, ...
2012-11-16 11:08:51
스승 대 스승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난처하고 난감한 일 중의 하나가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급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약간의 돈을 걷어서 스승의 날 당일, 칠판에는 풍선이나 색종이테이프 등으로 장식하고, 교탁 위에는 조그만 케이크나 초코파이 등을 쌓아서 촛불을 밝히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면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준다. 노래를 들으며 잠깐 동안이지만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교사인가? 스승이긴 하나?” 하고 생각하면서 민망함에 만감이 교차한다. 간혹 모임에 참석해서 인문계 여고 교사라고 하면,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받는 대부분 질문은 이렇다. 학교혁신, 대입제도의 변화, 선행학습, 사교육비 걱정, 공교육의 붕괴, 촌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 그런데 내가 학교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일이고, 이는 매일 반복된다. “넌 왜, 아침 등교시간이 늦니?” “명찰은 왜 안 달았니?” “치마길이가 왜 이렇게 짧아?” “머리 파마는 왜 안 풀었니...
2012-09-24 19:5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