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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맞을까?

밀교신문   
입력 :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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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살님이 5살 아들과 심인당에 갔습니다. 개구쟁이 아들은 늘 장난이 심해서 심인당 가는 길에도 엄마의 신경을 건드리기 일쑤였습니다. 오늘은 여느 날보다 더 장난이 심했습니다. 안 그래도 출발이 늦어서 지각할까봐 걸음을 재촉하는 길이었는데 아들 장난 때문에 자꾸만 자꾸만 늦어졌습니다. 보살님은 화가나서 소리쳤습니다.  

 

"지랄하지 말고 빨리 가자니깐!"

 

심인당에 도착하니 정사님이 개구쟁이 아들 이름을 정답게 부르면서 물었습니다.

 

“OO, 안녕! 심인당까지 몇 분이나 걸렸어?”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지랄하면서 오면 20분 정도 걸리고요,

 

지랄하지 않으면 10분 만에 와요."

 

아이들은 이렇듯 보여지는 대로 들리는 대로 그대로 따라서 배우게 됩니다. "최고의 교육은 모범이다." 한 유머작가의 글을 각색해 보았습니다.

 

()는 감화(感化)와 상통합니다. 감응을 통해서 변화한다는 의미입니다. 유학(儒學)에서는 군자여욕(君子如欲)화민성속(化民成俗)기필유학호(其必由學乎)’ 군자가 되어서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배움이 있어야한다. 즉 배운다는 것은 화()를 이룩하기 위함이고 배우지 않고 화를 이룩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회당대종사께서도 불공(佛供)은 곧 화공(化供)’이라 하여 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승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심인진리를 깨쳐서 전수(傳授)하는 정사(正師)는 출가 승려와 달리 부부생활을 하고, 세상에 처하면서 중생으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보살계를 지니게 하여 화민성속(化民成俗)하는 것이다.” 이는 중생 교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써 스승으로서의 모범이 되는 행동과 모습으로 신교도들을 감화시키고 대중을 향한 가르침을 통하여 이 사회를 개혁적으로 완전히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종조님의 원력이 담겨져 있음을 통찰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스승으로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제대로 심어졌는지를 점검해 봅니다. 지금껏 살면서 수행자로서 그리고 교화자의 길이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길이 맞을까?’하는 의심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진각종 진언행자로서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진언행자의 길은 여전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주위의 환경과 모습들에 마음속의 번뇌는 수시로 일어납니다.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라 했습니다. ‘스승 또한 사람이라 스승 허물 보일 때는 정진하고 단시하면 스승 허물 발라지고 나에게도 복이 된다.’ 실행론의 말씀입니다. 진각종 진언행자로 인연되어 이 길이 맞을까?’하는 지금의 가는 길에 의심을 품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의심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종조님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고 진리를 의심하는 것이 됩니다.

 

학년이 바뀌고 신학기가 시작되면 자녀들을 위해 서원합니다. 내 자식이 좋은 선생님 만나고 좋은 친구들과 인연되기를 불공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내 자식이 선생님의 장점만을 볼 수 있고 친구들을 좋게 볼 수 있는 큰 그릇이 되어서, 좋은 제자가 되고 좋은 친구가 되기를 서원하면 어떨까요? 복된 삶이란 무엇일까요? 줄 수 있는 것이 복입니다.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복이 아닙니다. 배우자를 훌륭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복입니다. 비싸고 화려한 집에 사는 것이 복이 아닙니다. 따뜻하고 밝은 가정을 꾸밀 수 있는 것이 복입니다.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복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복입니다.’ 내가 스스로 좋은 배우자가 되고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 좋은 며느리가 되고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도반이 되고 좋은 룸메이트가 되는 것이 복된 삶입니다. 성불하겠다는 마음보다 세상에 친절한 마음 한 자락 베풀 수 있는 것이 복된 삶입니다.

 

우리는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내가 살아갈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가 오늘 하는 몸짓 말짓 마음짓은 내가 내일 살아갈 내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만든 세상에서 내가 살아갑니다. 나는 지금 어떤 인연들을 만들고 있나요? 누군가 꽃씨를 심어야 꽃이 피고 꽃밭이 만들어집니다. 아무도 꽃씨를 심지 않으면 꽃도 꽃밭도 없습니다. 한 마을에 꽃씨를 심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그 마을은 꽃동네가 됩니다감화(感化)의 길입니다. 우리 진각종 진언행자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이 길이 맞을까?’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어야 합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