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한국불교 전파 하고파"

편집부   
입력 : 2009-03-06  | 수정 : 200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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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 '부처를 쏴라' 출판 기자간담회서 밝혀

"하버드대학에 다니던 시절 재미없이 학교를 다녔지만 나중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년 선배인 것을 알게됐다. 그때 오바마를 알게 됐다면 숭산 큰스님 대신 오바마를 나의 관세음보살로 모셨을 것이다."

달라이라마, 틱낫한, 마하고사난다 스님과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았던 숭산 큰스님의 제자 현각 스님이 3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처를 쏴라'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불제자로 길을 걷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현각 스님은 이 자리에서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을 뉴욕의 한인타운에서 만났던 인연도 소개했다. 현각 스님은 "그때 김 추기경께서 현각 스님 같은 분이 성당을 떠나게 되어서 아쉽다"고 하기에 "난 이곳에 오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은 생명인데 몸은 다른 곳에 있어도 항상 여기 있는 것과 같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현각 스님은 자신에게 선불교를 알게해준 숭산 스님에 대해 "거룩함을 깨버린 사람으로 활발함, 상쾌함, 시원함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며 "숭산 스님이 하신 말씀을 유럽, 미국 사람들에게 전할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 끌었고 숭산 스님이 만든 관음선종은 서양의 선불교 중 가장 인기가 있다"고 했다. 10여년 전 한국에 IMF가 왔을 때 숭산 스님은 제자들에게 "이 세상을 믿지 말라"며 "세상이 흔들리면 자신 또한 흔들리게 됨으로 본인의 불성에 의지해서 살라"고 했다던 스승의 일화도 언급했다. 현각 스님은 "이처럼 숭산 스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우러나오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마음,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 수행하는 자의 외로움을 100% 이해하는 마음 등을 보며 승산 스님이 대보살이라는 것을 가슴 속 깊이 느꼈다"고 했다.

1천700년의 화려한 전통과 역사,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불교에 대해 현각 스님은 "자꾸만 과거에 집착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며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님은 "한국의 옛말에 부자 아들이 재산을 없애고,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재산을 모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금 한국불교는 변화해야 할 때"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현각 스님은 외국불교와 한국불교의 차이에 관해서 "서양의 유적들은 누가 만든 것인지 상세히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불교유적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원래 나는 없는 생명이라는 진리를 알게되어 좋다"고도 했다. 또 "외국불교에 비해 한국불교는 굉장히 활발하고 적극적인 느낌"이라며 "한국불교를 통해 한국 사람은 종교에 열정적이다는 인식까지 생겼다"고 한국불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숭산 큰스님의 말씀을 정리한 법문집 '부처를 쏴라'는 현각 스님이 18년동안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을 오가며 썼던 글들을 고쳐 발간한 책이다. 현각 스님은 "한국불교를 공부한 이방인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묵언정진과 절을 하며 화두를 들고 수행했던 과정 속에서 불교를 알게된 고마운 마음에 혼자 운 적도 몇 번 있었을 정도"라며 "그 고마운 마음에 글을 더 쭉쭉 써내려 갔다"고 했다. 스님은 또 "이 책은 현대인들이 접하기 쉽게 구성되어 불교를 보다 더 상쾌하고 시원하게 해석한 법문집"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 254페이지에는 숭산 스님이 1982년 '전두환 대통령께 보낸 편지' 내용도 실려 있다며 "편지내용은 미국에서 6명 정도 밖에 모르지만 이 책에 공개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볼 수있게 됐다"며 "책 속에 이 편지를 실은 이유는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불교수행과 동양문명에 사료된 한 사람으로서 이 편지로 인해 정치가와 모든 사회지도자들이 영향을 받고 올바른 정치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현각 스님은 "한국불교를 공부하며 조금은 고독하게 살더라도 재미있고 순수하고 성직자처럼 살고 싶다"며 "미국과 유럽(체코, 헝가리, 독일) 등에 한국전통불교를 소개하고 한국의 품위와 정신, 따뜻함을 널리 전파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선미 기자 sunmi7@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