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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신문 353호 사설

지현 주필   
입력 : 2002-02-01  | 수정 : 200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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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법(外道法)정신 다시 살리자 진각종 창종의 기치인 '척사입정'의 정신을 상기할 때다. 사(邪)는 물리치고 바른 것을 세우자. 사심(邪心)은 물리치고 정심(正心)을 세우자. 사도(邪道)는 물리치고 정도(正道)를 세우자. 종조 회당 대종사의 법 가운데 가장 서늘하고, 진각종 다운 것이 '외도법(外道法)'이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설법 중에 이 대목이 줄어들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이유인가. 외도법은 종조의 법문대로 '인정이 곧 사정되고, 사정이 곧 외도되어 널리 중생 사랑하는 그 성품의 도적이라, 정이 발전하게 되면 모든 사가 일어나고 성품 발전하게되면 공의(公義)가 곧 일어난다'는 물질시대의 생활원리이다. 지금 이 시대 종단 안팎의 상황이야말로 더없이 강조되어야 할 실천규범임에도 이 외도법의 정신이 강조되지 않는 것은 어딘가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진각종은 승속동행의 종단으로 생활불교를 구현코자 하는데 그 뚜렷한 창종이념이 있다. 따라서 '인정이 곧 사정되고, 사정이 곧 외도되는' 그 계행의 경계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종단은 언제라도 공의를 잃기 쉽고 중앙집권제의 위상은 통제력을 잃게 마련인 것이다. 지나친 외도법의 적용 또한 상대적으로 유능한 신교도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적인 연(緣)이나 사심이 아닌, 공정한 규칙과 합리성이 전제돼야 후유증이 적고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종단의 교세 신장에 따라 신행단체가 늘어나고, 산하기관이 배가되는 것은 그만큼 광제중생(廣濟衆生)의 기회를 갖게된 것이지, 결코 종단만의 세력 확장이라는 소승적인 뜻에 있지 않은 것이다. 옛 스승님들이나 원로 스승들께서 심인당이나 종단에 의지하여 사업할 생각을 버리라고 신교도들을 깨우쳤던 그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성찰할 점은 없는지, 모든 교직자, 신교도들은 겸허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인 것이다. 진각종 발전은 '종교벤처'정신 이 나라가 유구한 불교의 역사를 가졌고, 불교유산이 민족 문화유산을 대신하지만 진각종은 그 전통으로부터 숟가락 하나 물려받지 않은 신선한 종단이다. 진각종은 창종부터 '은혜경'과 '육자진언' 하나만으로 시작할 정도로 혁명적 불교요, 종교벤처의 정신으로 출발하였다. 의례적 의식이나 형식적 규범을 철저히 배격하고, 인과의 증득과 희사의 실천으로 신행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주창, 기존의 불교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오늘의 진각종을 일궜고, 그 면면한 종풍을 진작시키고 있다. 진각종의 소위 '진각벤처' 정신은 한국 불교뿐 아니라 세계불교사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죽비와 법대만으로 시작한 진각종의 모험은 입교개종 반세기를 지나면서 교육과 복지로써 사회성과 공익성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전통 불교로부터 희망을 잃은 이 땅 불자들에게 새로운 불교의 가능성과 대안으로까지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진각벤처' 정신의 핵심은 집중력과 추진력이다. 무슨 일이든 종론(宗論)이 모아지면 전국 도량과 진언행자들이 강도불사로서 원력을 집중하고 거침없이 추진하여 소기의 목적을 성취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한 종교의 성패를 1백년 단위로 볼 때 진각종의 성장은 그 일천한 종사로 보아 아직은 '가능성'의 성장이기에 그 성공을 속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각종이 교세신장의 계속적인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벤처 정신으로 자기 계발과 동기부여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시대가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물리력의 시대였다면 정보화 시대로 대변되는 현대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속도의 시대인 것이다. 진각종의 발전 동인(動因)이 화합심과 자주성에 있었던 만큼 '벽이 틈나 바람들고, 마음 틈나 마(魔)가 드는' 그 원리를 되새기며 진각벤처 정신을 재생산하고 역동적으로 살려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