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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신문 347호 사설

지현 주필   
입력 : 2001-09-27  | 수정 : 200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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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정책 포기해서는 안된다 지난 여름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가뭄을 겪었으면서도 올해 쌀 생산이 100만 섬 이상의 증산이 예상된다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풍년이 오히려 정부의 쌀 정책에 혼선을 초래하고, 농민들에게도 심각한 생존적 타격이 우려된다니, 단견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의 농정현상이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급기야 정부는 쌀 수곡에도 재고량 등 한계가 있어 무한정 수매할 수도 없는 입장이므로 쌀 증산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검토결과를 내놓자 이에 실망한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그대로 논에서 갈아 업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표출되고 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올해도 쌀 수매량을 늘리는 등 임시처방을 내리는 듯 하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향후 2, 3년 뒤에는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쌀 소비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는 현재와 같은 쌀 풍년의 지속은 오히려 농정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되는 것이다. 대대로 농경 사회의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지프라기 문화'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쌀은 주식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인생 풍요의 상징이며, 태평성세의 상징이고, 조상과 천신의 축복, 바로 그것인 것이다. 5천년 동안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늘 마음 조려온 우리에게 작금의 쌀 풍년은 바람직한 쌀 소비정책의 수립으로 국민경제의 풍요를 구가할 근간이지, 결코 혼돈과 불화의 단초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쌀 소비정책은 장기적으로 통일 이후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다른 우리 민족인 북한 주민은 지금도 굶주림 속에서 아사자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한쪽은 쌀 풍년으로 주체를 못해, 주정의 원료로 쓴다드니, 벼를 불태운다느니 이상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민족의 반은 원망스런 눈빛으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조상과 천신에 대한 무한 축복으로까지 여겨지는 쌀의 증산정책을 무조건 포기해서는 안되며, 국민적 합의와 이해를 통한 북한동포의 지원으로 통일의 대업도 이룩하고 농정도 살리는 특단의 정책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 이웃과 함께하는 중추절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중추절을 맞는다. 특히 올해 중추절은 노인의 날과 연일 사이로 있어 각종 노인 잔치 등의 행사로 더욱 풍성한 느낌을 갖게 한다. 진각종단은 '온 세상 모든 이웃이 하나되는 즐거움' 즉 'JGO 정신'을 사회복지 이념으로 삼는다. 이 이념은 바로 불교의 세계관인 동체대비의 사상을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은 공히 육대(六大)를 몸으로 하고 있으면서 각기 인연 화합에 따라 성주괴공(成住壞空)을 반복하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모두가 근본적으로 한 몸임을 깨닫고, 서로가 더불어 사는 존재들인 인연의 지중함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은혜를 알면 이 세상은 극락이지만 은혜를 모르는 그 자리는 지옥으로 전도된다. 진각종단에서는 이른바 현대인의 삼고(三苦)인 병고·가난고·불화고를 설한다. 특히 병고와 가난고는 인간에게 있어 인간다움이 배제되는 기초적인 고통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경제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이런 기초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사정이나 심리구조가 과거 인도 시대와 다르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효순도는 기대하기 어렵고, 사회와 국가가 제도적으로 그 도리를 대신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성 회복에 있다면 그 실천의 첫발은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일이어야 하는 것이다. 불교의 인과관은 잘못 이해되면 자업자득의 논리에 얽매여 공존공영의 사회복지 정신과는 동떨어진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한 개인의 불행은 개인의 잘못된 인과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사회나 국가의 잘못된 제도나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들이 더 많은 것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종교의 관심은 대 사회 회향차원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국가와의 역할분담 차원에서도 진지하고 성의 있게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