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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메라 목탁삼아, 사진 법문으로

김수정 기자   
입력 : 2005-10-06  | 수정 : 200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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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여자하고 걸어가거나 말거나·당그래·도연스님·10,000원) "내가 산에서 맡는 향기는 숲 향말고도 묵향, 차향 그리고 기도실에서 피우는 향까지 합하면 무려 최소한 네 가지 이상의 향기 속에서 사는 셈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한다면 앞서간 선지식들께서 남긴 깨달음과 언어의 향기가 있겠습니다. 깨달음과 언어의 향기는 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솔솔 풍기는데 산에서 맡은 향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카메라를 목탁 삼고 사진을 법문으로 부처님 뜻을 전하는 도연 스님이 사진과 글을 담은 책'중이 여자하고 걸어가거나 말거나'를 펴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은 도연 스님의 스승이 던져준 화두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에 게으르지 말자'는 의미다. 도연 스님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의 산에 사는 이야기'를 올리며 영상포교를 해왔고, 이 책은 그동안의 사진과 글 일부를 실은 것으로 스님의 생각과 삶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새는 자유를 뜻한다"라고 말하는 스님은 "사람이 죽이면 한번쯤 새가 된다고 믿는다"면서 "동물을 뜻하는 영어 애니멀은 그리스어로 영혼이라는 뜻"이라고 전해준다. 그래서일까. 강원도 철원의 DMZ에서 스님이 담아낸 두루미의 모습은 더 올곧고 힘차며 고고하다. 도연 스님은 또 책 중간마다 스님만의 생각을 정리해두었다. 이를테면 무소유는 쉽지 않으므로 무소유보다는 좀 적게 가지는 생각을 하자는 점, 너무 성급해진 세상에 반(反)해 나무를 심으며 느리게 살기를 권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알려주는 스님의 말씀은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도연 스님은 낡은 컨테이너에 살만큼 가난하지만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돼 준다면 부끄럽지 않다면서 "중이 고무신을 신는 것은 가장 낮은 데서 검소하고 겸허하게 살겠다는 의미"이므로 소유한 것은 세상을 향해 써야한다고 되뇐다. 이 책으로 독자들은 뛰어난 사진 영상과 더불어 삶의 성찰을 가져오는 자연법문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그보다 먼저 도연 스님의 홈페이지 '나의 비밀의 정원 (www.hellonetizen.com)'을 방문해 깨달음과 언어의 향을 맡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