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 2

밀교신문   
입력 : 2022-11-03 
+ -


thumb-20220802131800_2018354e8e08ab1b4ee2d45a22d18967_i4z6_220x.jpg

 

일전에 우리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를 통해 제갈량의 원칙에 대해 생각해본 바 있다. 제갈량은 마속을 장차 촉()을 이끌어 갈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지만, 원칙을 우선으로 여기고 마속의 목을 베었다. 결국 인재가 부족했던 촉은, 제갈량 사후에 강유(姜維)의 분투에도 쓸쓸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촉이 망한 것을 제갈량이 지나치게 원칙을 지킨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제갈량이 원칙과 의로움을 준수했던 인물이라면, 그 반대의 인물로는 조조(曹操)를 들 수 있다. 삼국지연의에서 조조는 눈앞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쉽게 원칙을 저버리는, 속된 말로 꼼수의 달인으로 나타난다. 병사들이 더위에 지쳐 허덕이자 조조는 언덕 너머에 매실 밭이 있다고 속임으로써 갈증을 잊게 한 망매지갈(望梅止渴)의 고사는 유명하다.

 

이러한 조조의 꼼수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더 있다. 흔히 사람들은 조조의 숙적(宿敵)으로 유비(劉備)나 손권(孫權)을 떠올리지만, 조조 일생일대의 숙적은 원술(袁術)이라 할 수 있다. 명문거족이었던 원술이 스스로 황제를 칭하자, 조조는 17만 대군을 이끌고 원술을 정벌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러나 싸움이 길어지며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조조는 병참을 담당했던 왕후(王垕)를 불러 식량 배급량을 줄이도록 명령했다. 왕후는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걱정했지만 조조는 왕후에게 계책이 있다고 말하였고, 조조에 대한 병사들의 불만이 들끓기 시작했을 때 조조는 죄 없는 왕후의 목을 베어 효시하고 방문을 써 붙였다.

 

왕후가 나와 너희를 속여 군량을 훔쳤으므로 군법에 따라 처벌했다.’

 

병사들 사이에서 조조에 대한 원망은 쑥 들어갔다. 조조는 군법이라는 원칙을 표방한 꼼수로 병사들을 속인 것이다.

 

조조와 제갈량 모두 아랫사람의 목을 베었지만, 조조는 승리했고 제갈량은 실패했으니 언뜻 보면 꼼수원칙보다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수백, 수천의 목숨이 달린 전쟁터에서 제갈량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달리 말해 전쟁과 같은 극한의 상황이 아니라면 원칙을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교육의 현장에서 원칙은 중요한 교육적 가치이다. 결과를 중시하는 입시 교육의 현장에서 때때로 원칙은 등한시(等閑視)되기 쉽다. 그러나 결과뿐 아니라 과정역시 교육이다. 학교에서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가르친다면, 결과를 위해 원칙은 무시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념을 이 사회에 풀어놓는 셈이 된다. 또한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이들이 사회에서 일으킬 폐해를 생각한다면, 원칙을 무시한 교육은 과정도 결과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조의 위나라 역시 채 50년을 넘기지 못하고, 멸망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킨 제갈량은 오늘날까지도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꼼수를 부린 조조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불리고 있다. 길게 보면 원칙이 옳았다는 것을,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방건희/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