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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복일까

밀교신문   
입력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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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학교 봉사활동 왜 해요?”라는 질문을 주변에서 많이 받는다. 대답하면 미리 복 지어서 좋겠네라는 칭찬이 따라온다. 언제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복 짓기보다는 초등학생들과 매주 자성 일에 만나는 시간 자체가 더 의미 있다.

 

다리 떨면 복이 날아간다.”, “복스럽게 잘 먹네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나의 행동거지를 점검해주지만, 쌀에 물을 붓고 뜸을 들이면 밥이 되는 것처럼 복 짓기는 밥 짓기와 달리 내가 지금 어느 단계에서 뜸을 들이고 있는지 당최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착하게 살아라.”라는 말은 일시적인 행위로 느껴지지만, 복을 짓는 건 적금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아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칭찬임은 분명하다.

 

최근 광복절 연휴에 이어 모교를 방문했다. 동네 산책길이 모교를 따라 이어지는 만큼 물리적 거리가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가 멀어서인지 방문한 적이 손에 꼽는다. ‘나도 고등학생 무리에 섞이면 또래처럼 보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풋풋한 얼굴, 펑퍼짐한 교복, 무게 때문에 축 처진 가방을 멘 아이들을 보니 염치없는 착각이었다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1, 2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더십캠프에 한 시간 동안 강연을 맡은 오랜 친구를 응원차 가벼운 마음으로 대강당에 향했다. 스타트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을 거치면서 만난 리더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여러 직종에 있는 졸업생들을 인터뷰했고, 미리 제출한 내 영상도 짧게 들어갈 예정이었다. 강연 도중 준비된 영상을 켜는데 하필 오디오가 말썽이었다

 

마침, 인터뷰한 친구가 이 자리에 있으니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순발력을 발휘한 친구가 나를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관객에서 초대 게스트가 되어 간단한 직업소개를 마치고 학생들의 질문에 연달아 대답하면서 대본에도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고등학생들의 질문은 조심스러웠지만 날카로웠고,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패기가 넘쳤다. 강연자인 친구를 도와 학생들의 질문에 내 경험을 더해 답했다. “성향과 진로는 어떻게 맞추나요?”, “성공한 삶은 무엇인가요?”, “선배님처럼 여러 기업에서 일하려면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나요?” 등 쏟아지는 재학생들의 질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두 명의 졸업생을 알게 된 것도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지원서에 들어가는 한 줄 스펙을 쌓는 대신 여러 사람과 교류하는 경험을 쌓으라고 대답하면서 평소 느슨했던 나의 일상에도 활력이 생겼다.

 

학창 시절 전교 회장이었던 강연자는 처음 강연 부탁을 받고 망설였다. 해외 근무를 그만두고 현재 구직 중이라 자기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움츠러들었지만, 강연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나에게 고마워했지만, 친구 덕분에 모교를 방문하고, 강연 시간 일부를 후배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 나 역시 친구 덕을 톡톡히 봤다. 주어진 한 공간에서 강연을 들은 후배들, 강연을 준비한 친구 그리고 친구를 따라온 나에게 저마다 다른 모양과 크기로 복이 쏟아진 순간이었다.

 

양유진/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