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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밀교신문   
입력 :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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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신부님, 결혼 준비는 다 되었나요?

 

새로운 가정의 출발선에 선 여러분들을 먼저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떠신지요? 양가 상견례부터 웨딩홀 예약, 스튜디오 촬영에 신혼집 장만 등등 생각해야 할 것이 참 많으시죠. 그러나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또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결혼을 먼저 한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니 편하게 들어주길 바랍니다.

 

가족의 형태는 여럿이다.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도 있지만, 자녀가 태어나면 부부는 이제 부모가 된다. 주변에도 갓 부모가 된 젊은 부부들이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나 직장에서 좋은학생, ‘좋은직장인이 되기 위해 배움이 필수적인 것처럼 좋은부모가 되기 위해서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른바 부모 교육은 필수적인데, 특히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내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사라진 대가는 참혹하다. 아동학대가 연일 뉴스에 나오는 요즘, 아동학대 전체의 70%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폭력만이 학대가 아니다. 고학력(高學歷) 부모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유형인 '이중구속(二重拘束·double bind)'형 부모는, 자녀의 자유를 존중하는 척하면서도 정작 자녀 인생의 중요 길목에서 자기의 생각을 주입하여 자녀 인생을 망치는 독친(毒親·toxic parents)이다.

 

오늘날 사회적 이슈가 이러한 문제들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부모들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많다. 이젠 사회가 부모의 자격에 대해 깊이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부모는 자녀가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나 부모에게 순종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명령과 통제, 위협과 처벌은 올바른 부모 역할이 아니다.

 

부모 교육또한 학교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부모 교육 내용을 개발하고 이를 가르쳐야 한다. 실제로 진선여고에서는 기술·가정교과에서 부모 교육 내용을 비중 있게 가르치고 있다. 영유아 시기별로 아이의 특성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수업하고, 나아가 자신은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글을 쓰고 발표함으로써 좋은부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라면, ··수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과목이 부모 교육일지 모른다. 혼인신고 시 일정 시간, 부모의 역할과 자녀 양육 방법을 온라인으로 이수토록 하는 제도의 도입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신랑·신부 여러분,

 

신체적, 경제적 성숙만이 부모의 자격이 아닙니다. 배우자와 아이에 대해서도 성숙해질 마음의 준비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신뢰가 깔려 있는 가정이야말로 진정 화목한 가정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여러분들의 결혼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방건희/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