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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인정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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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개최되었어야 할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올해 치러졌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의 연기, 그리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었다. 뉴노멀(new normal)이 스포츠 세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스포츠 문화가 형성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스포츠 경기는 경쟁(競爭)’을 기본 전제로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규정과 규칙에 따라 선수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단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경쟁을 성립하게 하는 규칙을 기반으로 선수들은 혼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결과는 이기거나 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것은 없다. 그 선택지 사이에서 응원하는 국민들은 승패 결과 자체만을 놓고 선수를 판단하거나 경기를 해석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흔히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은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이분법적 경쟁의 장의 아니다. 권선징악의 드라마는 진부하고 재미가 없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능하며 그 어떤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스포츠다. 스포츠에는 경계와 구분이 없다. 무한대의 공감이 곧 스포츠다. 스포츠 경기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공정함, 오랜 시간 실력을 연마하는 과정에서의 고통, 승리를 했을 때의 기쁨과 희열, 패자의 씁쓸함과 아쉬움, 함께 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소속감과 감사함, 경쟁하는 여러 선수와 기록에 대한 긴장감 등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의 총체가 아닌가.

 

이렇게 밀도 있는 감정의 체득을 통해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은 이기기 위한 게임이라기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보편타당한 생각과 감정들을 몸소 배우는 과정이다. 경쟁은 같은 목적을 두고 이기거나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다투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 다툼의 과정과 결과에는 경쟁에서 직면해야 하는 순간에 대한 판단과 해석, 느낌, 이기기 위한 의지와 전략, 과정이 끝난 후 결과에 대한 승복과 상대에 대한 격려가 전제되어 있다. 여기서 경쟁의 본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이기기만 하거나, 지기만 하는 경우는 없다. 언제든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승자와 패자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 자체도 무의미한 순간의 몰입과 집중이 진정한 경쟁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뜨거운 여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경쟁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궁극적으로 경쟁은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이 떠오른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김인영 교수/위덕대 융합기초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