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금강권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9-03-25  | 수정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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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계를 성취하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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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 즉 무드라(mudrā)의 기원은 갖가지 현란스러운 손놀림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인도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손가락, 손, 팔 등의 갖가지 형태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하여 마음속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한다. 이러한 무용의 손놀림은 무드라의 소재가 되었다. 인도의 다양한 종교에서 무드라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음을 고대의 조각에서 보여지는 요기들의 손모양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인도의 여러 종교와 민간에 있던 무드라는 불교 내로 흡수되어 불상의 손모양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고, 불교가 성립하면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사건이나 상징적 의미가 무드라로 정착되었다. 그 대표적 예로 시무외인(施無畏印)을 들 수 있다.

 

<법구비유경> 권3 ‘분노품’에는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을 꼬여 부처님을 해치려고 흉계를 꾸미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부처님의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아직 5백 명의 제자가 그 좌우에 남아 있소. 대왕은 내일 부처를 청해 성안으로 들어오게 하십시오. 그러면 내가 5백 마리의 큰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였다가, 부처님이 성안으로 들어오면, 취한 코끼리들을 내몰아 저들을 다 밟아 죽여 그 종자를 없애겠소. 그리고 내가 장차 부처가 되어 세상을 교화하겠소.”

 

이튿날 공양 때가 되자 부처님께서 5백 아라한과 함께 성안으로 들어가셨는데, 5백 마리의 술취한 코끼리들이 굉음과 함께 달려와 담을 무너뜨리고 나무를 부러뜨렸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였으며 온 성이 다 벌벌 떨었다. 5백 아라한은 모두 공중으로 날아가고 오직 아난만이 부처님 곁에 서 있었다. 술취한 코끼리들이 부처님을 발견하고 그 앞으로 달려들었으나, 부처님께서 손을 드시자 다섯 손가락은 이내 5백 마리의 큰 사자왕으로 변화하여, 한꺼번에 외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술취한 코끼리들은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머리도 들지 못하였고, 취했던 술이 곧 깨어 눈물을 흘리면서 잘못을 뉘우쳤다. 이 광경을 본 왕과 신하들은 모두 놀라고 숙연해지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시무외인은 이렇듯 부처님께서 다섯 손가락을 들어 광폭한 코끼리들을 제지하였던 데에서 유래하는 무드라로서,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고 왼손은 주먹 쥐어 허리에 얹거나 옷자락을 잡는다. 이러한 손모양은 불자에게 공포를 제거하는 인으로 불상에 널리 채용되었다. 시무외인을 결하고 진언을 송하는 자는 시무외자라 하고, 그 무드라를 시무외수라 하는데, 중생의 공포와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부처의 대비를 나타내는 인계이다. 여원인이 대비로써 즐거움을 주는 덕이 있는 반면에 이 시무외인은 대비로써 고통을 없애주는 덕을 나타내기에 시감로인(施甘露印)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선정에 들어있음을 나타내는 선정인, 마군을 물리치는 항마촉지인, 불법을 널리 펼치는 전법륜인 등 무드라는 각기 그 상징하는 바가 있다.

 

모든 불보살은 각기 본서(本誓)를 지니고 그 낱낱의 본서를 표시하기 위하여 언제나 양손의 열 손가락으로 혹은 하나의 특수한 신체동작으로 갖가지의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 무드라이다. 무드라는 제존의 내증과 본서를 표현하기 때문에 하나의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는 결인에 말미암아 법계를 진동하게 하며 범부와 성인을 만나게 한다. 그러므로 아직 번뇌를 끊지 못한 범부중생이 중생의 몸으로 본존의 밀인을 지니는 것은 본존과 상응하는 가지력으로써 본존과 하나가 되어 성취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수행자가 무드라의 상징성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존상이 의미하는 바와 계합하는 것이고, 존상의 무드라를 통하여 상징하는 것과 일치하는 삼마지의 경지가 되는 것이다. 즉 무드라를 통해서 삼마지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바로 중생의 세계에 속한 우리를 깨달음의 세계와 연결지을 수 있는 고리가 무드라라고 하는 것이다.

 

무드라는 그 종류가 수없이 많으나 가장 기본이 되는 무드라를 4종권, 또는 6종권을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금강권은 금강여래권·분노권이라 하며, 엄지손가락을 손바닥 안에 넣고 네 손가락을 견고히 쥐어서 권의 형상을 만드는 인계의 기본형으로 <금강정경>에 ‘견고집지금강권’이라 표현되는 것처럼 금강같이 견고한 지혜를 뜻한다.

 

이 인계를 결한 보살을 금강권보살이라 하며 금강계 37존 가운데 북방에 있는 불공성취여래의 4친근의 하나로 앞서 금강업·금강호·금강아보살로 전개된 불공성취여래의 활동을 마무리짓는 네 번째의 보살이다. 즉 첫째의 금강업보살은 광대한 공양을 일으켜 유정을 이롭게하는데 허공을 무한한 창고로 삼아 중생에게 다함없이 펼쳐서 교화하는 온갖 공덕을 의미한다. 이어서 정진의 갑옷을 입고서 만행을 행하며, 법문을 수호하고 퇴전하지 않게 하는 용맹스러운 지혜를 금강호보살이 상징한다. 정진을 이미 갖추었어도 온갖 번뇌마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금강야차의 두려운 형상을 보이는 금강아보살은 금강의 어금니를 지니고 일체유정의 무명과 모든 집착의 견해를 부수며 대비방편을 일으킨다. 이렇게 전개되는 위맹에 의해서 해탈의 이치를 도와 이루고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는 중생을 비밀의 금강권으로 결박을 풀어주고, 고통에서 벗어나게하며 즐거움을 주는 보살이 바로 네 번째의 금강권보살이다. 이들 갈마부 네 보살의 활동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다같이 협력해서 중생교화의 대정진이라는 불공성취여래의 활동목적을 성취하고자 한다.

 

금강권보살은 <백팔명찬>에 금강밀합·금강박·선능해방·상승삼매야라 찬탄하며 밀호는 비밀금강이다. <금강정경>에서 금강권보살의 출생을 밝힌 문단은 아래와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일체여래의 권대보살삼매에서 출생한 갈마가지의 금강삼마지에 들어가시니 이것을 일체여래의 신어심의 금강박삼매라 이름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저 일체여래의 지권인이 지닌 요묘한 결박의 성품은 금강살타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하기에 합하여 한 몸이 되어 일체여래의 권대보살신을 출생한다.”

 

금강박이나 권이라는 이 보살의 특징을 볼 때에, 금강권보살이 대승불교의 다른 보살을 그 모델로 한 것이 아니라 바로 금강과 같은 견고한 인계의 공덕을 의인화했음을 알 수 있다. 금강권보살, 즉 권대보살신은 일체여래의 권대보살삼매, 즉 금강박삼매에서 출생한다.

 

<성위경>에는 다음과 같이 그 유출경위를 설한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권인의 위력으로 감응하는 삼마지의 지혜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금강권인의 위력감응삼마지지로부터 금강권의 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고,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그 업장을 제거하고, 속히 출세간의 실지를 원만히 획득하게 한다. 돌아와서 한 몸에 거두어져서 일체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 하기 위하여 금강권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불공성취여래의 뒤쪽의 월륜에 머문다.”

 

여기에서 금강권인의 위력으로 감응하는 삼마지의 지혜는 결합의 덕을 보이는 금강권인으로써 일체의 인계를 집결한 표치를 마음에 두고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님을 감응시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상징하기 위하여 금강권보살은 두 손을 금강권을 하고 가슴 앞에 대고 있는데, 12합장과 여섯 가지 권인 등 일체의 인계를 성취하며, 특히 금강권인의 삼매야형을 보여서 신구의의 삼업을 삼밀로 상응시켜 자재하게 정진하여 실지원만을 보인다. 여기에서 여래의 교화활동은 완성된다.

 

금강권이란 <제불경계섭진실경>에 ‘중생의 앞에 시현하여서 금강의 계박을 해탈하게 하는 인계이다. 즉 중생이 지닌 무쇠처럼 견고한 집착의 뿌리를 풀어내는 부처의 견고한 지혜의 모습을 금강권으로 상징한 것이다. 그 결인은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하고, 깊이 뿌리박힌 번뇌를 훌륭히 제거하는 데에 특징이 있다.

 

이것은 번뇌가 깊어 교화하기 어려운 존재를 이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하여 금강권을 잘 결함으로써 일체의 인을 모두 성취하게 되며, 금강권인을 견고하게 결함으로해서 온갖 인이 순순히 조복하게하고, 또 실지를 획득한다고도 하는데, 일체중생의 업장을 제거하고 세간과 출세간의 실지를 원만하게 성취시킴을 상징하는 인계가 금강권이다. 따라서 <이취석>에서는 ‘일체여래의 세 가지 비밀이 금강권보살의 손바닥에 있는 것을 나타낸다. 진언행보살로서 이미 만다라단에 들어가 관정을 받은 자는 여래삼업의 밀교수행을 들음으로 해서, 세간과 출세간의 뛰어난 실지를 획득하며, 시작도 없는 때부터의 열 가지 종류의 착하지 않은 악업을 깨끗이 없애고, 장애없는 구경지를 증득한다’고 모든 인의 근본인 금강권보살의 결인의 공능이 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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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교수/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