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십칠존이야기- 10.금강살타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8-06-18  | 수정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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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같은 보리심을 지닌 보살

금강살타보살은 '대일경'과 '금강정경'에서 대일여래의 설법을 듣는 대중의 대표로 나오는 비밀주금강수를 말한다. 이 보살의 명칭은 금강살타 외에도 금강수ㆍ집금강ㆍ지금강ㆍ보현살타ㆍ금강주비밀왕 등이 있다. 범어명칭이 vajra-sattva이므로 ‘금강과 같은 보리심을 지닌 유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왕반야다라니석'에는 ‘금강수란 손에 금강저를 지니고 안으로는 대보리를 갖추었으며 밖으로는 모든 번뇌를 부수어 깨뜨림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름을 금강수라 한다’고 하며, ‘금강살타란 진실법을 깨달으며 깨닫고 나서 중생들의 세계에 머물면서 일체중생을 깨닫게 하므로 금강살타라 이름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가 강조되어 '금강정경의결'에는 ‘집금강이란 바로 일체여래와 모든 보살의 견고한 보리심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이취석'에, ‘금강수보살마하살이란 이 보살이 본래는 보현보살로, 비로자나불의 두 손으로부터 친히 다섯 가지 지혜를 상징하는 금강저를 수여받고 곧 관정을 받았으므로 이를 이름하여 금강수라 한다’라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금강살타는 보현보살의 다른 이름이며 그 성격을 계승한 존격이다.

 

 이상 여러 경궤에 등장하는 금강살타의 명칭과 표현은 모두가 한결같이 보리심을 지니고 중생교화에 임하는 강인한 성격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이토록 강력한 금강살타의 등장에는 분명 금강살타를 요구했던 시대적 요청을 예상할 수 있다. 불퇴전의 금강과 같은 보살은 분명 교화하는데 힘들었던 시대를 반영한다. 금강살타를 비롯한 수호존은 불보살이 교화하기 어려운, 즉 평범한 수단으로는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분노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들은 역사적인 불타였던 석가모니불, 또는 역사적 불타를 보편화, 이상화함으로써 성립되었던 과거불, 미래불, 사방불 등 교리적 개념을 불격화한 데서 비롯된 불보살과는 다르다. 인도에서는 힌두교로부터, 불교가 수용된 지역에서는 토착종교와 타종교의 영향을 현저히 받은 존격이다. 특히 힌두교에서 도입된 수호존이 불교에 들어와 불교의 수호존이 되었다. 힌두교의 신들과 수호존은 외형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수호존과 호법존이 혼동되기도 하지만, 티베트만다라에서 수호존으로 분류되는 존격의 대부분은 인도에서 무상유가탄트라 즉 후기밀교성전의 본존이다. 인도에서 다른 종교의 교도를 조복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성립된 분노존은 불교전래와 더불어 티베트에도 소개되었다. 그런데 티베트에서는 조복시켜야 할 힌두교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과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힌두교의 신들을 조복시킨다는 테마가 등한시되고 힌두교신과 비교된 번뇌나 악의 퇴치라는 종교적으로 승화된 해석이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금강정경'에서 금강살타의 출생을 살펴보면 금강살타는 일체여래의 대보리심과 그 보리심에 바탕한 보현행이 보현대보살의 몸을 생하는 바탕이 되며, 보현대보살삼매로부터 일체여래의 신통유희와 보현의 몸이 시현되는 것이다. '금강정경'의 게송에서 ‘보현은 견고한 살타로써 자연적으로 생한다. 저 견고한 본래의 무신(無身)으로 말미암아 금강살타신이 출현한다’고 하듯이, 출생의 근거가 물질적인 실재가 아니라, 가장 견고한 공(空)으로부터 생하는 법이의 자연신이므로 금강과 같이 견고한 금강살타신이 되는 것이다. 

즉 일체중생이 가지고 있는 보리심의 본체가 견고함이 금강에 비유되었다. 일체중생은 이 금강살타의 가지력에 의해서 발심하는 것으로, 대일여래를 깨달은 분의 총체로 하면, 금강살타는 미혹한 범부의 총체로서 우리들을 대표하는 존이다. 따라서 대일여래의 설법을 듣는 중생의 대표가 되고 밀교의 가르침을 중생에게 전하는 중요한 중개자이기도 하다. 

 

이 금강살타가 바로 밀교에서 설하는 가장 이상적인 수행자의 모델인 것이다. 즉 대승의 보살이라는 개념이 밀교에 이르러 금강살타로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질적인 변화를 이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승의 기본적인 사유인 이타를 충실히 계승한 것이면서 동시에 대승에서 볼 수 없었던 개념들이 추가되어 있다. '금강정경의결'의 후반부에 중생교화라는 사명을 어기면 보리심이 아니라고 하는 표현은 '대지도론'에 중생을 위하여 오래도록 생사에 머물러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취하지 않고 널리 중생을 제도한다고 하는 보살의 중생교화정신, 즉 방편력으로 중생들을 열반에 들게 하기 위하여 스스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마저 취하지 않고, 열반에도 들지 않으며 중생제도에 힘쓰는 보살정신을 계승한다. 금강살타란 바로 오직 중생교화뿐인 자신의 사명을 자각한 보살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리살타와 금강살타는 보리심의 작용의 입장에서 기술한 것으로 금강살타의 대상이 대승보다 더욱 분화된 5승(인, 천, 성문, 연각, 보살승)이기에 금강살타가 필요하게 된다. 즉 회오귀일함인데 법화경의 회삼귀일은 삼승을 일승으로 인도하는 뜻이지만, 밀교의 회오귀일은 삼승만이 아닌 외도마저 회통하여 모두 금강일승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오비밀궤'에서 관련내용을 보면 오비밀의 법문을 닦음에 의하여 두 가지 집착을 끊고 현생에 보살의 초지에 들어가며, 더 나아가 몸을 백억으로 나누어 모든 유정들의 세계에 나아가 교화하는 신변의 경지까지 이름을 설하고 있다. 금강보살 자신은 비밀관정을 수여받은 선택된 존재이지만 그의 교화대상은 모든 유정들의 세계로 제한이 없다. 이것은 모든 유정들의 세계를 교화하기 위하여 특별훈련을 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밀교의 보살사상은 대승보살사상에 그 바탕을 둘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교화대상의 폭을 넓힌 것이며, 전문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즉, 일체만법이 모두 인연화합하여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어디에도 집착을 생하지 않는 지혜로운 자는 무량한 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정토가 아닌 현실의 예토에 스스로 생하는 것이다. 연기의 이치를 바로 자각한 지혜로운 자의 입장에서 다만 중생을 교화하고자 하는 발원에 따라 그의 의지대로 출생하고 무량한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극악의 요소와 극선의 요소를 사용하여 다양한 중생들을 위하여 정법의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선에는 선방편으로 악에는 악의 방편으로 그 마음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인격적 특징을 나타내어 교화한다는 것으로, 대상에 따른 독특한 인격활동이 전개됨을 보인다. 일체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활동 또한 하나의 다양한 활동인 것이다. 즉 일체를 보는 것은 곧 자기 몸을 보는 것과 같으므로 동체대비를 뜻한다. 동체로서 대비이기 때문에 일체를 생하고 일체를 활용하며 각각 개개의 생명을 통하여 장엄하는 활동을 살리고 있다.

 

 이러한 보살이 금강정경에서는 금강살타용맹보리심삼마지지를 상징하는 금강살타에 의해 집약된다. 결국 보리의 견고한 바탕에서 출생한 금강살타가 동방아축여래 4친근보살의 상수일 뿐만 아니라, 십육대보살의 대표가 되고, 이취회에서는 중대 주존이 되며, 태장만다라에서는 금강수원(金剛手院)의 주존이 되고 또 대일여래의 내권속의 주존이 되며, 보현행을 닦고자 하는 금강정경계통 밀교경전에서 일체 수행자의 이상적인 모델이 된다. 그래서 일체중생은 최초에 발심할 때 모두 금강살타의 가지에 말미암으므로 금강살타를 일체여래보리심이라 이름한다. 이 보살이 근본이 되어 삼십칠존과 사종법신 등이 출생하기 때문이다. 

 

동방 아축여래의 서방에 머무는 금강살타는 그 견고한 보리심의 덕을 나타내기 위하여 삼매야형으로 오고저를 쥔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금강령을 쥔 왼손을 가부좌한 발 위에 놓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왼쪽에 금강령을 지니는 것은 기쁨을 나타내며, 이것을 왼쪽 허리에 두면 대아(大我)를 나타내는 것이고 오른쪽에 오고저를 둔 것은 다섯 가지 지혜의 뜻이다. 더 나아가 금강살타보살은 중생에게 견고한 보리심과 함께 모든 중생은 이러한 견고한 보리심을 가졌다는 동일성을 일깨워 기쁘게 하는 보살이라 할 수 있다. 또 오고저는 혜문(慧門)의 십육대보살을 나타내고 금강령은 금강령보살의 삼매로서 정문(定門)의 십육공양보살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존은 정문과 혜문 32존의 총덕을 구비해서 대일여래와 동체임을 보이는 금강계만다라의 대표적인 보살이다. 자리와 이타의 정점에 있는 금강살타는 보살과 불이 만나는 접점이며, 구경방편이 전개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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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살타보살

 

김영덕 교수/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