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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운전 면허증

편집부   
입력 : 2017-09-15  | 수정 :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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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 보다도 더 길게 한동안 흐리고 비 오는 날씨가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여느 때보다 더 빠르게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비가 올 때면 늘 빼놓을 수 없는 인사말 중 하나가 빗길 천천히 안전운전하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비가 오면 도로 곳곳에 위험요소가 많아지고 시야도 흐려지기 때문에 운전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은 마음 운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993년 개봉된 미국 할리우드 영화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은 미래 2032년으로 설정된 공상과학 영화입니다. 범죄 없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는 재미난 장면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욕을 한다든지 못된 말을 하면 주변의 기계에서 자동으로 벌금 딱지가 발행됩니다. 교통법규 위반 시 발행되는 벌금 딱지를 연상케 합니다. 한편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입니다. ‘행복한 도로교통’을 위해 보행자 및 운전자가 지켜나가야 할 서로 간의 약속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미래 우리 사회는 실제로 그런 모습들이 연출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재미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마음 일어남도 하나의 에너지라고 합니다. 고유의 파장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즉 마음의 모양과 색깔이 각기 다른 파장으로 나타난다면 그 에너지[氣]의 모양과 색깔에 따라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고, 분노가 치밀어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요소가 될 때는 즉시 경고 내지 벌금 딱지를 발행하는 겁니다. 조금은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듯이 마음 운전면허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자동차 운전하듯이 우리는 늘 마음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 운전보다 마음 운전이 일상생활에서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항상 하는 마음 운전이지만 마음 운전도 실수 없이 안전운전이 되어야 합니다. 자동차운전에 비유하자면 내가 먼저 가겠다는 과속운전은 탐심(貪心)입니다. 보복운전 같은 난폭운전은 진심(嗔心)입니다.

졸음운전은 치심(癡心)입니다. 일상 속 마음운전에서도 서둘지 말고 과속하지 말고, 끼어들면 양보해주고, 얌체운전 하지 말고, 특히 신호등 잘 지키고요. 아시죠? 적색 신호등이 들어오면 멈춰 기다릴 줄 알고, 녹색 신호등에서도 좌우 살피고 출발해야 합니다. 적색 신호등은 내 마음에 화가 났다는 신호입니다. 화가 일어나면 나무토막처럼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듯이, 이때 잘못 움직이면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적색 신호가 들어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큰 숨을 내쉬고 가만히 기다려야 합니다.

녹색등이 들어 올 때까지 염송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 녹색등이 켜지더라도 주위를 살피고, 혹시 상대방이 적색 신호인데도 움직임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내가 움직여야 합니다. 그것이 방어운전입니다. 안전운전 베테랑이 되기 위해서는 방어운전은 필수입니다.

우리의 마음 운전이 그렇듯이, 만약 마음 운전 법규위반 딱지가 많이 모여서 규정 점수를 넘어서면 운전면허 정지 혹은 취소를 결정하고 마음 운전 학교에 입소를 시키는 겁니다. 마음 운전 학교는 국가에서 공인한 대한불교진각종 심인당입니다. 그리고 마음 운전 법규 혹은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실행론’을 교재로 마음공부를 다시 시키고, 정해진 마음 운전 면허시험에 합격하였을 경우에만 퇴소가 되어서 마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너무 영화 속 이야기 같지요.

우리가 마음 운전을 잘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마음 운전이 ‘행복한 도로교통’을 추구하는 자동차운전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십 번 수백 번 마음이 바뀝니다. 늘 따라 다니는 탐진치 삼독으로 어떤 때는 좋다가도 조금만 언짢은 일이 생기면 금방 돌변합니다.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게 우리 마음입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고통스럽습니다. 주변 환경도 늘 우리 마음 운전에 녹록지 않게 변화무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마음 운전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요? 심공(心工), 마음공부가 그 해답입니다. 우리가 경전의 가르침을 배우고 삼밀수행을 하는 것은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마음 운전 베테랑’이 되기 위한 것입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