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10-04  | 수정 : 2016-10-04
+ -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 반가운 친척들을 만나고 어린 조카들의 재잘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바쁜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요. 예로부터 선조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고 염원했던 것은 오곡이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라는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 어쩌면 고향을 찾아 부모, 형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현실 일에 쫓겨 명절이 되어도 귀성할 수 없다면 여간 서글픈 일이 아닐 거예요. 마침표를 찍기 위해 쉼표가 필요하듯, 가끔은 현실을 접고 마음을 쉬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마음의 근본으로 돌아가 진리와 소통할 수 있거든요.

레드카펫을 밟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잠자리에서도 롱 드레스나 진주목걸이를 고집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 앞에서 자신을 아름답게 드러내기 위해 입고 걸치는 것이지, 집에 덜렁 혼자 있다면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는 게 훨씬 편하겠지요. 카메라 앞에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한껏 미소를 짓다가도 집에 돌아와서는 “아, 피곤해!”하며 한숨을 몰아쉬고 녹초가 되는 게 연예인들의 일상이 아닐까요? 시종일관 남에게 보여 진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행동해야 한다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일 거예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겉과 속, 그리고 앞과 뒤라는 상반된 모습이 있습니다. 겉과 앞이 사람들의 관심 속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이라면, 속과 뒤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숨겨져 있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도 절대 아니에요. 옷 한 벌을 만들더라도 다자인을 하고 마름질을 할 때 겉으로 보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야만 제대로 된 옷이 만들어질 수 있듯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옷뿐 아니라 가방을 만들더라도 안감이 중요하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지퍼 같은 것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겉모습보다는 ‘속이 알차고 든든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 바탕이 중요하고, 마음 상태가 중요하며, 마음 씀이 중요한 겁니다. 마음의 체(體), 상(相), 용(用)이 진실하게 운용되어야 해요.

보리수나무 열매를 쪼개면 그 안에 씨앗이 있고, 그 씨앗을 쪼개면 속에 아무 것도 없어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볼 수 없는 미세한 것, 그 미세함으로 이루어진 큰 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보세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이 있음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이 세상을 있게 만드는 것들이 있거든요. 가령 공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있게 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돌아보세요. 꿈, 희망, 열정, 사랑......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으니, 이러한 인류 무형의 정신적 자산을 부정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진언행자가 진리를 추구하고 수행 정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드러난 상벌보다 보이지 아니하는 화복(禍福)이 크며 사람이 칭찬하는 것보다 진리의 복덕성이 크며 나의 마음이 넓고 크고 둥글고 차면 나의 집도 넓고 크고 둥글고 차느니라.” (실행론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