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5-08-17  | 수정 :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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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영재발굴단’이라는 SBS TV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지난 방송을 보니, 여섯 살 된 딸아이를 둔 한 엄마가 아이 문제로 늘 어머니와 부딪치는 거예요. 엄마는 천재성을 지닌 자녀를 보통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거였고, 외할머니는 아이의 재능이 아까운데 왜 평범하게 키우느냐며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영재성 여부를 측정해 보니, 언어나 도형 능력이 다른 아이에 비해 탁월하게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4살 때 혼자 알파벳을 떼고 영어책을 술술 읽을 뿐 아니라, 처음 듣는 일본어 노래를 반복적으로 틀어줬더니 몇 번 안 듣고도 술술 따라 부르는 거예요. 기억력과 언어 감각이 특출한 영재임이 분명했던 거지요.
그런데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교육 방식은 남달랐습니다. 한 시간도 넘게 혼자서 책을 읽던 아이에게 역정을 내며 “이제 책은 그만 보고 TV 좀 보라”며 다그치는 거였어요.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면 완전히 거꾸로 된 모습이었죠. 이유를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어린 시절, 본인의 부모로부터 공부에 대한 간섭과 억압을 심하게 받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내 아이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늘 각인되어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가 친구들의 수준을 지적하며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너무 앞서가는 아이에 대한 걱정에 휩싸이게 된 거지요.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 본다면, 공부하고 싶은 심정을 몰라주는 엄마의 태도에 역시나 스트레스를 받게 된 거잖아요.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니, 외로운 창가에 홀로 앉은 자기 모습, 또 나무 둥지 안에 홀로 갇혀 있는 올빼미 모습을 그렸더라고요. 전문가의 심리 상담에 의하면, 아이는 엄마와 외할머니 사이에서 눈치를 많이 보면서 외로움도 자주 느끼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똑똑한 아이를 두었으니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흐뭇하고 좋은 일입니까? 또 남들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부러운 인연이겠어요? 하지만 가정의 분위기나 아이의 정서를 생각하면 정작 남부러울 일이 아닌 거지요. 내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고, 때론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 게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잖아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억압과 자유방임을 오르내리며 ‘내 아이 만큼은….’이라는 강력한 화두에 천착하고 있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보세요. 과연 내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말이에요. 때때로 소통의 부재는 커다란 바위 앞에 있는 듯한 고독감을, 또 절망감을 느끼게도 하거든요.

인류의 가장 모범적인 소통 사례로, 저는 붓다의 설법을 꼽습니다. 제자가 질문하면 여기에 붓다의 답변이 이어지고, 재차 의문점들을 물으면 붓다는 제자가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답변을 이어가는 거예요. 깨달음의 내용을 보편화해서 모든 이들에게 일률적인 법을 설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현재적 의문을 가진 상대의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설법을 하셨던 거지요.

부처님을 가리켜 왜 대의왕(大醫王)이라고 하겠어요? 응병여약(應病與藥), 즉 환자의 현재 증상을 먼저 정확히 파악한 연후에 적합한 약의 처방을 내리는 위대한 의사라는 뜻이거든요. 비유하자면 부모는 자녀의 병을 돌보는 의사인 거예요. 따라서 자녀가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처방은 그다음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