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放下着)해 수행의 길로 가야”

편집부   
입력 : 2015-03-05  | 수정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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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하진이라는 보석도 땅에 떨어지면 티끌과 섞이고 천년학도 집을 나서면 들짐승의 침노를 받는다. 오랜 수행자라도 세간에 들어가 섭화중생하려면, 산문 밖에 나설 때부터 깊은 강물 위 살얼음 밟아가듯 조심조심 살피며 하고픈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불기 2558년 동안거 해제를 하루 앞둔 3월 4일 조계종 제18교구본사 고불총림 백양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방장 지선 스님은 서산 대사의 법문을 인용하면서 “수행자들은 고요한 산중 박에 나가서는 세간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에 대해 무상·무아·열반세계를 온몸으로 얘기해주며 배려와 존중의 수평적 관계가 되어 주어야 한다”면서 “우리사회 양극하속에서 생기는 불신, 불안, 불평등, 불륜, 부조리 등으로 겪는 고통과 환경오염, 분단의 아픔에서 파생된 고난을 함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이어 “항상 수행을 확인하고 점검해서 부족한 것은 수행을 통해 채우고 잘한 것은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정처수행(선방에 앉아 수행)과 요처수행(저잣거리에서 수행)을 넘나들면서 일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경책했다.

1980년대 사회 민주화 운동 당시 불교계를 대표한 민주화 투사로서 사회참여에 적극 나섰던 지선 스님은 수행자의 사회현실 참여에 대해서는 “수행과 현실참여가 동시에 가능한지,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지, 굉장한 갈등을 했다”면서 “정처수행과 요처수행이 상관없이 시작한 수행, 다시말해 대승불교의 수행방법으로 보살행을 한다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선 스님은 일반 대중들에게 수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스님은 “현재 탐진치 삼독이 인류역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시절이 더가면 아무리 현대 과학문명이 발전한다 해도 인류가 행복해 지기는 어렵다”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방하착(放下着·내려놓아라)해서 수행의 길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지선 스님은 금강경 ‘수처작주 입처재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인용하면서 “깨어있어야 주인이 되는 것이고 머무는 곳마다 진실의 꽃이 피어날 수 있다. 그게 진정한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고 할 수 있다”며 “깨어있는 국민, 실천하는 국민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양사=이재우 기자 sanj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