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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편집부   
입력 : 2014-07-16  | 수정 :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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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좋아서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한 것이 작년이었다. 지나고 보니 자격증 취득이 주는 것은 그저 작은 결과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하나의 추억이며 경험이었구나 싶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알아가는 과정은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30시간의 짧은 과정은 그야말로 커피라는 거대한 몸통에서 새끼발가락을 만져 보는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세계에서도 눈에 띄는 커피 소비국이 되었고 골목마다 카페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주거지 반경 1,2 킬로미터 안에 과연 몇 개의 카페가 있을까  궁금해서 어느 날 세어보니 예상 이상으로 많은 카페들이 있음에 놀라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절을 그리워하듯이 압축된 몇 백기가의 음악을 자동차에, 또 휴대폰에 담고 다니지만 그 배부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가끔씩은 LP가 가득한 음악다방에 앉아 지난날의 추억이 담긴 노래 한 곡을 신청하고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커피 한 잔을 홀짝이다 보면 새삼 느림이 주는 소박하고도 정겨운 푸근함을 느끼곤 한다.

프렌차이즈(franchise)로 대변되는 이 시대 소비문화의 자화상은 천편일률적인 몰 개성화, 정형화, 획일화로 압축된다. 골목 빵집이 사라졌고, 이젠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의 떡볶이를 먹고 대기업이 만든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대기업이 만든 방앗간에서 떡을 사 먹게 될 판이다. 땀과 노력으로 얻은 노하우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직과 신용을 최고의 무기라고 자부하던 개인 사업자들도 결국 거대 자본의 무차별 폭격에 무너지고 있다. 카페의 현실도 빵집들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도로 하나를 두고 대형 프렌차이즈 간판을 단 카페들이 마주 하고 선 풍경은 뭔가 씁쓸하고도 묘한 느낌을 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얼굴과 개성을 가지듯이 개인의 색깔이 묻어있는 카페를 나는 좋아한다. 개인의 카페만을 굳이 찾아다니는 이유이다. 아르바이트 직원이 주문과 계산을 친절하고 신속하게 받아줄 뿐 주인과의 교감이나 시간이 쌓여 단골이 되어가며 느끼는 작은 즐거움은 없다. 건조한 일상에 지칠 때면 잠시 들러 음악과 커피 한 잔에 위로를 받고 주인장과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는, 그런 진득한 유대관계를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기대할 순 없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약세인 개인 카페들의 마지막 남은 최고의 무기가 바로 커피를 파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어느 커피 장인(匠人)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아직도 내 가슴 속에 깊이 박혀 있다. 속도와 브랜드의 이 시대가 이제 우리에게 잔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인지, 잊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인지... 물론, 소비자의 선택은 자유이다.

김기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