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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편집부   
입력 : 2013-02-04  | 수정 : 201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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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2월 6일은 우리학교 졸업식 날이다. 끝과 시작이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졸업을 앞둔 고3학생에서 대학 신입생으로의 변모는 가히 놀랄만하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3년 동안 입은 회색 교복처럼 후줄근하고 찌든 모습에서 밝고 생기 넘치는 환한 모습으로 바뀐다. 어떤 학생은 수능시험 후 졸업식까지 세 달 동안 무려 30kg 가까이 감량하고 나타나서 잠시 못 알아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넌 그동안 출산했냐?"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눈부신 변신이다.

반 학생들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나누어주면서 축하의 말을 건넨다. 수업지도를 하면서, 또 생활지도를 하면서 지나치게 나무라지는 않았는지, 과거를 되돌아 볼 때가 있다. 담임교사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가르쳐 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강요만 하지 않았는지, 잘한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잘못한 것만을 들추어내어 나무라지는 않았는지, 후회가 들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꽤나 칭찬에 인색했던 것 같다. 입시지도에 바쁘고, 행정업무가 많다는 핑계로 학생들의 장점을, 또 발전하는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을 등한시했다. 칭찬을 많이 했어야 했는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오랫동안 총금강회 활동을 하면서 회의나 워크숍, 행사 참여 등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여러 심인당을 방문하였고, 자성일불사를 지키면서 많은 스승님들의 설법을 들을 수 있었다. 심인당에 따라 분위기도 다르고, 불사 시간이나 형식도 약간씩 달라서 또 다른 느낌을 갖고 불사를 지킬 수 있었다. 여러 다른 스승님들께 서로 다른 각도에서 부처님의 법문과 종조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설법은 불교교리와 실행론을 바탕으로 희사, 염송을 통해 당체법문을 보거나 육바라밀수행을 통해 지혜를 밝히는 내용 등이다. 스승님이 직접 체득한 경험에 빗대어 말씀하시는 설법은 저릿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그런데 이 좋은 법을 몰라서 받지 않거나, 알아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보다. 안타까워서 스승님은 재차 강조하시는데, 간혹 신교도 입장에서 보면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나무라거나, 강요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스승님은 차곡차곡 재워서 끝에 가서 강조하시는 말씀이 신교도 입장에서는 마지막 말만 들리고, 화를 내거나 야단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만다라 원고를 마치면서, 나도 지적만 하고 끝냈다는 자괴감과 함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또 다시 생각난다.

조남일 / 진선여고 교감